고소 점검·철거 작업도 로봇이 ‘척척’… 인간 작업자 사고 위험 노출 막아줘
사람 대신 위험한 곳으로…현장 누비는 ‘움직이는 AI’

아득한 높이로 솟아오른 포스코이앤씨의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작업자가 밧줄에 의지해 접근해야 했던 고층부 외벽을 따라 인공지능(AI)이 탑재된 드론이 비행한다. 드론은 넓은 외벽을 스스로 훑으며 미세한 균열과 시공 누락 부위를 자동으로 탐지한다. 추락 위험이 큰 고소 점검 작업을 무인 기기가 대신하면서 건설현장의 안전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
29일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2026년 7월 기준 건설 기능인력 취업자 가운데 40대 이상 비중은 81.2%, 평균 연령은 51.8세다. 현장 고령화와 숙련공 부족이 심화되면서 건설사들은 작업자를 위험 환경에서 분리할 수 있는 로봇과 피지컬 AI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붕괴 위험이 있는 철거 현장에서 작업자를 대신할 ‘무인 해체 피지컬 AI 건설로봇’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콘셉트 디자인 단계의 공동 개발을 마친 데 이어 올해 8월부터 국책과제로 본격적인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현재 시험동에서 성능을 검증하고 있으며 향후 실제 현장 실증을 거쳐 공동주택 철거와 원자력 시설 해체, 붕괴 위험 건물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아이티원과 공동 개발한 ‘요철생성 로봇’은 여수 화태백야 현수교 앵커리지 시공에 시범 적용됐다. 기존에는 작업자가 복잡하게 배근된 철근 사이에서 뒷걸음질하며 콘크리트 표면에 요철을 만들어야 했지만 로봇이 해당 작업을 대신했다. 포스코이앤씨는 향후 대규모 매스콘크리트 기초 공사로 적용 범위를 넓혀 안전성과 시공 생산성을 함께 높인다는 계획이다.

다른 건설사들도 로봇 기술의 현장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이전받은 유압 양팔로봇 ‘암스트롱’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공간AI 기업 메이사는 현대건설과 함께 드론과 라이다 센서를 탑재한 사족보행 로봇을 활용해 현장 데이터를 수집하고 설계 오차와 위험 요인을 원격 점검하고 있다.
GS건설은 건설현장용 자재 운반 로봇을 개발하는 한편 경기 용인 기술연구소에 건설로봇의 성능과 현장 적용성을 사전 검증하는 ‘PoC센터’를 구축했다. 현재 콘크리트 레벨링 로봇 등을 대상으로 작업 정확도와 생산성은 물론 작업자·자재 이동, 선·후행 공정과의 연계성까지 점검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피지컬 AI가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 작업자의 위험 노출을 줄이는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소·철거·중량물 운반·점검 등 사고 위험이 높은 작업을 로봇이 대신하면 근로자를 위험 구역에서 물리적으로 분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술의 전면 확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건설현장은 날씨와 지반, 공정 진행 상황에 따라 작업 조건이 수시로 바뀌는 비정형 환경인 데다 로봇 장비 가격도 아직 높은 수준이다.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 회장은 “대규모 데이터센터 신축이나 지하, 수중 등 정형화된 위험 공간에는 로봇을 투입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건설 작업은 조건이 수시로 바뀌어 적응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장 실증과 사업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정부·공공 차원의 테스트베드 제공과 적정 공사비·품셈 기준, 안전·성능 인증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날씨와 지형, 장애물 등 다양한 현장 조건을 가상환경에서 구현해 AI를 학습시키고 실제로 확보하기 어려운 작업 데이터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활용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사족보행 로봇 등의 법적 지위를 정비하고 안전관리 기준과 성능 검증 체계, 사고 발생 시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호 기자 okcomput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