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 NO! ‘힙할매’ 콘텐츠… 恨없이 웃기네

사지원 기자 2026. 9. 30. 0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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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이상한 gramma 둘이 되는 게 꿈이야."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콘텐츠에서 할머니는 주로 '노인'이나 '어머니'로 다뤄져 효의 대상이 되거나 힘들게 살아온 과거를 보여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며 "최근에는 한 사람으로서의 인간적인 매력을 드러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평균수명이 늘면서 시니어로 살아가는 기간 자체가 길어진 영향으로 노년을 즐겁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콘텐츠에 공감하는 이들도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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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연구소] 콘텐츠 주인공 된 할머니들
김영옥-나문희 익살 뮤비 화제
선우용여-사미자 유튜브 출연
치매검사까지 콘텐츠로 만들어
칠곡 할매 다룬 뮤지컬도 호평… ‘애환’ 이미지 벗어나 개성 뽐내
노년 여성을 누군가의 가족이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을 지닌 인물로 표현하는 콘텐츠가 늘고 있다. 배우 김영옥(왼쪽)과 나문희는 가수 아이유의 뮤직비디오에 등장해 유쾌한 소동극을 연기했다. 아이유 유튜브 제공
“같이 이상한 gramma 둘이 되는 게 꿈이야.”

가수 아이유는 10일 오랜 친구와의 우정을 다룬 곡 ‘디어 마이 크레이지 소울메이트(Dear my crazy soulmate)’를 발표했다. 이 노래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은 배우 김영옥(88)과 나문희(85).

뮤직비디오 속 두 사람의 우정은 노년 하면 떠올릴 법한 잔잔한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교도관인 나문희가 당직 때문에 생일날 만나지 못하게 되자, 김영옥은 친구를 만나려 경찰서 창문을 깨고 죄수가 된다. 교도소에 들어온 김영옥은 ‘내가 왔지롱’이란 쪽지를 남기고, 두 사람은 밀가루를 뿌리며 장난을 치다 보건실에서 차를 마신다. 회한이나 애틋함보다는 유쾌한 소동이 가득한 우정이다.

이 뮤직비디오는 공개 2주 만에 조회수 4000만 회를 넘겼다. 온라인에선 “이제껏 나이 든 여성 배우 둘을 주인공으로 한 뮤직비디오가 있었나”, “할머니들의 우정이라니 ‘감다살(‘감 다 살았네’라는 뜻의 신조어)’” 등의 반응이 나왔다.

● 콘텐츠 주역이 된 할머니들

최근 노년 여성을 누군가의 어머니나 할머니가 아닌, 저마다의 취향과 개성을 지닌 인물로 그려내는 ‘할머니 콘텐츠’가 늘고 있다. 특히 원로 여성 배우들이 콘텐츠의 주인공으로 나서며 기존 방송에서 미처 드러내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배우 선우용여는 지난해 4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구독자 57만 명을 돌파했다. 선우용여 유튜브 제공
대표적인 인물이 배우 선우용여(81)다. 지난해 4월 팔순이 넘은 나이에 유튜브를 시작한 그는 현재 57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동대문시장에서 원단을 골라 옷을 맞추고, 치매 검사를 받는 과정까지 콘텐츠로 만들었다.

사미자(86)와 박정수(74) 등 원로 여성 배우들도 잇따라 유튜브에 뛰어들었다. 과거에는 ‘박막례 할머니’처럼 독특한 개성을 지닌 일반인 노년 여성이 유튜브에서 발굴돼 스타로 떠올랐다면, 이제 유튜브가 원로 여성 연예인들이 배역 밖의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새로운 활동 무대로 떠오른 셈이다.

글을 배우는 노년 여성들의 삶을 그린 창작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공연 장면. 라이브 제공
노년 여성의 삶을 유쾌하게 그린 예술 작품도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초연된 창작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여든이 넘어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경북 칠곡 할머니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작품 속 할머니들은 배우지 못한 세월의 한(恨)을 되새기는 데 머물지 않고, 뒤늦게 찾아온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작품은 올 초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3관왕을 차지한 데 이어 올해 국립극장에서 재연됐다.
● ‘나이 든 여성’의 문화적 가시성

게티이미지뱅크
노년 여성의 개성과 삶에 주목하는 흐름은 해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사벨라 로셀리니(74), 데미 무어(64) 등 중장년 여성 배우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현상을 조명했다. 가디언은 “핵심 요소는 문화적 가시성(cultural visibility)”이라며 “나이 든 여성 예술가들은 그저 계속 활동하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많은 경우 자신의 경력에서 손꼽힐 만큼 뛰어난 작업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콘텐츠에서 할머니는 주로 ‘노인’이나 ‘어머니’로 다뤄져 효의 대상이 되거나 힘들게 살아온 과거를 보여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며 “최근에는 한 사람으로서의 인간적인 매력을 드러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평균수명이 늘면서 시니어로 살아가는 기간 자체가 길어진 영향으로 노년을 즐겁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콘텐츠에 공감하는 이들도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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