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다 보고 간다”는 장애인 극장 나들이… 언제쯤 수월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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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6개월이 걸렸다. 극장이 장애인에게 영화 화면 해설과 자막을 폭넓게 제공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법이 시행되면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는 제작 단계부터 자막과 화면 해설을 준비하고, 극장은 수신기기 등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부터 시각장애인용 화면 해설과 청각장애인용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넷플릭스에선 시청각 장애인의 화면 해설 및 자막 제작 참여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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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없는 영화 관람' 소송 10년 6개월 만
대학생 박수용씨 "삶의 질 달라질 것"
"화면 해설 참여하는 장애인 많아졌으면"

10년 6개월이 걸렸다. 극장이 장애인에게 영화 화면 해설과 자막을 폭넓게 제공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시각·청각 장애인 4명은 2016년 2월 “차별 없이 영화를 관람하게 해달라”며 3대 멀티플렉스 운영사인 CJ CGV·롯데컬처웍스·메가박스중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이달 초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시청각 장애가 없는 이들만 온전히 누려왔던 영화 관람 기회가 이제 넓어질 수 있을까. 그동안 장애인의 극장 나들이는 어떤 모습이었던 걸까.
“‘해리 포터’가 개봉했을 때 배우들 목소리라도 듣고 싶어서 극장에 갔어요. 아버지가 극장 구석에서 2시간 넘게 자막도 읽고 화면 해설도 해줬어요.” 최근 전화로 만난 시각장애 대학생 박수용(22)씨 얘기다. 출생 직후 전맹 시각장애가 생긴 그에게 극장은 동행 없이는 가기 힘든 곳이다.
박씨가 올해 초 크게 흥행한 ‘왕과 사는 남자’를 잔존 시력이 있는 시각장애 친구와 보러 갈 때도 문턱은 높았다. 극장 홈페이지에서 음성 해설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아 예매부터 쉽지 않았다. 극장 안의 키오스크 발권과 간식 주문도 이들에겐 장벽이다. 영화 선택의 폭도 좁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대사 많은 영화를 택한다”는 박씨는 소리만으로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관람 전 모든 스포일러를 다 찾아보고 간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동행인에게 '이건 무슨 장면이냐'고 물어봐야 할 때가 적지 않다.


대법원 판결대로 화면 해설과 자막이 도입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시각 장애인을 위한 화면 해설은 인물의 표정과 동작부터 배경, 장면 전환 등 시각적 요소를 음성으로 설명해준다. 청각 장애인을 위한 자막은 대사뿐 아니라 배경 음악과 효과음 등 다양한 청각 정보를 문자로 보여준다. 박씨는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선 이미 관객들에게 화면 해설과 자막을 수신기기와 함께 제공하고 있다.
다만 국내 도입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대법원 판결은 일부 상영관, 일부 상영 회차에만 화면 해설 및 자막을 도입하도록 한 2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이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 먼저 파기환송심에서 대법원 취지대로 판결이 확정돼야 하고, 이후 장애인복지법 등 관련 법이 개정돼야 한다.
법이 시행되면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는 제작 단계부터 자막과 화면 해설을 준비하고, 극장은 수신기기 등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극장 홈페이지의 장애인 접근성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는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쯤 장애인 관람환경개선협의체를 열고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장애인단체, 배급사, 극장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화면 해설, 자막의 전면 도입은 장애인에게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대학교 3학년인 박씨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라디오방송 리포터 활동 등을 하며 아나운서를 준비하고 있는데, 올해 6월 연합회 추천으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연의 편지’의 화면 해설을 녹음했다. 2016년부터 시각장애인용 화면 해설과 청각장애인용 자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넷플릭스에선 시청각 장애인의 화면 해설 및 자막 제작 참여가 늘고 있다. 박씨는 극 중 인물들의 대사 사이 공백 동안 “인물의 감정을 이어받되 과하지 않게” 시각 정보를 설명하려 애썼다. 그는 “내가 빛나는 자리는 아니지만 다른 이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줄 수 있어 좋았다”며 “화면 해설을 하는 시각 장애인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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