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카’ 부르는 각하, 중정이 마약 장사… 현대사 영화·드라마 툭하면 왜곡 논란
현대사를 다룬 한국 영화가 역사 왜곡 논란을 빚는 일은 2000년대 들어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MK픽쳐스가 제작한 임상수 감독 영화 ‘그때 그 사람들’(2005)은 유족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손해배상과 상영 금지 청구 소송을 냈다.
박 전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각하’라는 인물이 만찬에서 엔카를 부르고 일본어를 남발하는 경박한 인물로 묘사됐다는 것이다. 법원은 상영 금지 대신 “영화가 허구가 아닌 실제라는 인식을 심어 줄 소지가 있다”며 삽입된 다큐멘터리 장면을 삭제하도록 했다. 심지어 이 영화에선 총탄을 맞은 ‘각하’의 입에서 “한 방 묵었다 아이가”라는 대사가 나온다.

10·26 사태를 소재로 한 ‘남산의 부장들’(2020)에선 차지철 경호실장이 부마항쟁 대책으로 캄보디아의 킬링필드를 언급하며 “100만~200만명쯤 희생시켜도 괜찮지 않겠느냐”고 하자 박 대통령은 “사태가 심각해지면 내가 직접 발포 명령을 내리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말은 범인인 김재규의 증언에서만 나올 뿐, 현장에 있었던 다른 사람들의 증언에선 찾아볼 수 없는 말인데, 마치 실제로 그런 발언이 있었던 것처럼 묘사한 것이다.
12·12 사태를 소재로 한 ‘서울의 봄’(2023)은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체포된 김재규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세상은 아직 그대로야”라고 비웃는다. 박정희 정부와 전두환 정부가 별다를 것 없는 체제라는 암시지만, 실제로는 전두환이 김재규를 직접 심문한 일은 없었다.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메이드 인 코리아’(2025~2026)는 선거로 대통령이 선출된 제3공화국을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 정권의 군부 독재’로 규정하며 당대의 권력형 비리를 다뤘다. 심지어 1970년대의 중앙정보부가 마약 거래 사업에 개입한 것처럼 묘사한다.
그러나 중정은 실제로 그런 일을 한 적이 없고 세계적으로 정부 기관이 이런 사업을 한 예는 북한 말고는 드물다는 점에서 ‘선을 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남산의 부장들’ ‘서울의 봄’ ‘메이드 인 코리아’와 현재 개봉 중인 ‘암살자(들)’은 모두 하이브 미디어코프라는 제작사가 만들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심지연 경남대 명예교수는 “어느 나라든 대중문화계는 기존의 체제에 대한 반감과 저항 의식을 지니며 그것을 상업주의로 활용하려 한다”면서도 “시장이 좁고 인맥이 촘촘한 한국에선 한번 특정 방향으로 역사의 잣대가 기울어져 버리면 좀처럼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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