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매주 수요일은 ‘엄마 가게’
“사기 취업 같아. 나 편하게 일하게 해준다며.” 퐁퐁을 하도 많이 써 퉁퉁 불은 손으로 설거지를 하던 엄마가 말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장사를 시작하기 전, 나는 엄마에게 약속했다. “좋은 음악 나오는 카페 같은 곳에서 일하게 해드릴게요.” 예쁜 앞치마를 입고 팝송을 들으며 요리하는 건 엄마의 로망이었다. 엄마가 그 로망대로 일할 수 있는 작은 부엌을 가게에 만들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오픈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보다 많은 손님이 찾아왔고, 북적이는 손님들 틈에서 엄마가 좋아하던 올드 팝은 잘 들리지 않았다. 앞치마도 꽃무늬에서 ‘완벽 방수’로 바뀌었다. 나도 정말 몰랐다. 장사가 이렇게 고달프고 하루가 온통 노동으로 채워지는 일인지. 알았더라면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하진 않았을 것이다.
2년 차에 힘에 부치는 엄마를 보며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은 내가 선술집의 주방장이 되었고, 엄마는 아침 재료 준비를 마치면 산책을 나가고 바쁠 때만 설거지를 거드는 정도가 되었다. 엄마에게 한 약속을 지킨 것 같을 때쯤 엄마가 말했다. “내 가게를 갖고 싶어. 내 맘대로 하고 싶은 요리도 하고. 지금은 내 자리가 없는 것 같아.” 엄마의 부엌이 나의 부엌이 된 지 2년 만이었다.
나는 수요일 낮의 가게를 엄마에게 내주기로 했다. “매주 수요일 점심, ‘또또’에서 엄마의 ‘깻묵이네’를 엽니다.” ‘깻묵이네’는 엄마가 젊었을 때 한 백반집 이름이다. 원목으로 투박하게 만든 ‘깻묵이네’ 간판을 수요일마다 ‘또또’ 문 앞에 세우면 엄마는 화려한 옷을 입고 주방을 지휘했다. 오래전 엄마가 백반집에서 팔았던 음식이 다시 상에 올랐다. 대표님이 너무 좋은 재료만 고집하는 바람에 나는 마진을 계산할 때마다 속이 탔지만, 엄마는 날이 갈수록 자유로워 보였다.
“다음 주엔 뭐 먹고 싶어요? 말만 해요.” “반찬 더 줄까요?” 몇 주 지나지 않아 동료들도 한목소리로 말했다. “실장님이 대표님 되고는 표정이 달라지셨어요.”
엄마는 겨울쯤이면 체력에 부쳐 ‘깻묵이네’를 그만두고 싶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말리지는 않을 생각이다. 그전까지는 다시 엄마의 첫 손님이 된 기분을 누리고 싶다. 먼 훗날 수요일마다 엄마 생각에 배가 고파지진 않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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