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을 가다/김철중]“로봇과 오목 두고 놀아요”… 고령화에 각광받는 中 ‘돌봄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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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술개발구의 한 양로역참(養老驛站). 한국의 노인 돌봄센터와 유사한 이 시설에서는 80대 여성 두 명이 휴게실 테이블 앞에 앉아 오목판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좡 양로역참의 운영 책임자인 한신(韓鑫) 씨는 "늘어나는 노인 돌봄 수요를 충족하려면 전문화하고 전방위적인 서비스가 필요하다"면서 "로봇을 투입하면 다른 양로역참에선 할 수 없는 여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돌봄 로봇이 실수로 노인을 다치게 했을 때 책임의 소재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중국과학원 과학기술전략자문연구원 왕쑤메이(王素梅) 부연구원은 광밍일보에 "돌봄 로봇의 미래는 사람이 사람을 돌보는 일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인간과 기계가 협업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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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로 시설서 로봇 활용 급증… 노인 혈당 재고 마사지까지
베이징은 청소 로봇 도입… 공공부문에서 로봇 사용 확대
로봇 역량 강화 위한 각종 데이터도 활발 수집


경제기술개발구의 한 양로역참(養老驛站). 한국의 노인 돌봄센터와 유사한 이 시설에서는 80대 여성 두 명이 휴게실 테이블 앞에 앉아 오목판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 노인들과 바둑 돌을 놓고 있는 주체는 사람이 아닌 로봇이었다. 완모 씨(84)는 “오목을 두고 싶을 때 언제든 로봇과 같이 할 수 있고 바둑알 정리도 로봇이 대신 해준다”고 자랑했다. 또 “내가 지면 로봇이 위로를 해줄 정도로 친절하다”고 웃었다.》
이 양로역참은 민간 업체가 정부의 위탁을 받아 운영한다. 특히 로봇을 활용한 ‘스마트 돌봄 서비스’를 강조해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올 3월 문을 열 당시 약 43종이던 로봇은 현재 60여 종으로 늘어났다. 사회 전반의 급속한 고령화로 고민하고 있는 중국이 앞선 로봇 기술을 여러 사회 복지 사업에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로봇 전시장 같은 돌봄 시설
이날 건물 1층 식당에는 점심 식사를 하러 온 방문객들이 가득했다. 주방에서도 음식을 만드는 로봇이 밀가루 반죽을 얇게 깎아 면을 만들어 냈다. 한 노인이 음식을 주문하려고 키오스크 앞에 서자 시스템은 미리 입력돼 있는 얼굴 정보와 연동된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이날 메뉴 가운데 주의해야 할 음식을 보여줬다.
노인 돌봄시설이 집중된 3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바퀴 달린 안내 로봇 ‘샤오룽(小榮)’이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처음 방문한 사람들도 손쉽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주요 시설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고, 직접 해당 장소까지 길을 안내했다.
마사지실에 있는 ‘스마트 물리치료 로봇’의 이용료는 30분에 68위안(약 1만4000원). 자신의 체형과 신체 상태를 입력하면 AI가 맞춤형 마사지 프로그램을 짜고, 로봇 팔이 혈자리를 찾아 마사지하는 방식이다.
건강검진실에는 카메라 앞에 얼굴과 혀를 비추는 것만으로도 건강 상태를 확인한다는 AI 장비가 놓여 있었다. 제조사와 시설 측은 혈당을 측정하고, 간·신장·갑상샘 기능 등 여러 건강 관련 지표를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간단하게 몸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노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게 시설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장에서 만난 노인들의 반응 또한 긍정적이었다. 마사지처럼 직접적인 서비스를 받는 것 외에 정서적 만족감도 주고 있다. 완 씨는 “로봇들은 언제든 반갑게 인사해 준다. 한 번은 내가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왔더니 희끗희끗한 머리카락과 잘 어울린다고 칭찬을 해줬다”고 강조했다.
● 고령화로 로봇 돌봄 시급

이좡 양로역참의 운영 책임자인 한신(韓鑫) 씨는 “늘어나는 노인 돌봄 수요를 충족하려면 전문화하고 전방위적인 서비스가 필요하다”면서 “로봇을 투입하면 다른 양로역참에선 할 수 없는 여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다른 시설에서는 노인들의 혈압, 심박수 정도만 측정할 수 있지만 로봇을 쓰면 신체 전반의 상태와 위험 신호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시간과 근무 인원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문화, 오락 활동을 제공하는 것도 장점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또한 각 가정의 돌봄 부담을 낮추고 지역사회와 양로 시설의 인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지난해부터 ‘스마트 양로 서비스 로봇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돌봄 로봇’ 시장도 빠르게 커지는 추세다. 첸잔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양로 로봇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79억 위안(약 1조6000억 원)에서 2029년 159억 위안(약 3조2000억 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청소-순찰 로봇도 활발
중국 당국은 노인 돌봄 외에도 다양한 공공 분야에 로봇을 투입하고 있다. 베이징시 당국은 올 7월 톈탄공원, 이화원 등 14개 시립공원에 로봇 72대를 투입했다. 공원을 자율주행하는 로봇은 청소 외에도 흡연이나 반려동물 동반 같은 위반 행위를 순찰한다. 청소, 순찰, 안내, 수상 구조, 녹지 관리, 생태 관측 등 6개 업무를 담당한다.
경제기술개발지역인 이좡 일대에는 인공지능(AI) 무인 순찰차 또한 24시간 내내 돌아다닌다. 도로 파손과 쓰레기 넘침, 신호등 이상 등 거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를 찾아 자동으로 담당자에게 작업을 배정한다. 경제기술개발구 측은 “야간 가로등 이상을 찾아내는 건수가 사람 순찰보다 300% 늘었다”고 밝혔다.
중국이 공공시설에 로봇을 적극 투입하는 배경에는 로봇 발전에 필요한 각종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계산도 있다. 로봇은 연구실을 벗어나 환경이 일정한 곳을 벗어나면 사람과 장애물,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끊임없이 마주친다. 이때 쌓은 데이터는 향후 로봇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자료로 쓰인다.
이날 방문한 양로역참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 배치된 로봇의 80%는 직접 구매하거나 임차한 제품으로 구매 비용은 대부분 정부가 부담한다. 나머지 20%는 로봇 제조기업이 제품 홍보와 실험을 위해 무상을 제공한 것이다. 정부가 공공서비스를 개선하는 동시에 로봇 기업은 실제 고객과 데이터를 제공받는 셈이다.

다만 여전히 로봇이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 인간을 완전히 대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 씨는 “로봇이 밥을 먹여줄 순 있어도 노인의 목에 음식이 걸렸을 때 알아차리고 응급처치를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기술 및 제도적 한계도 여전하다. 기계 팔로 차를 우리는 로봇은 가격은 비싸지만 정작 차를 우리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더 이상 이용하지 않는다. 건강검진 장비의 경우 개인정보가 유출될 위험도 있다. 전문가들은 돌봄 로봇이 실수로 노인을 다치게 했을 때 책임의 소재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중국과학원 과학기술전략자문연구원 왕쑤메이(王素梅) 부연구원은 광밍일보에 “돌봄 로봇의 미래는 사람이 사람을 돌보는 일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인간과 기계가 협업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철중 베이징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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