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풍으로 듣는 헨델 어떨까…‘고음악계의 무법자’ 한국서 첫 무대

박경은 기자 2026. 9. 29. 21: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기반 ‘아트하우스17’
연극·서커스 등 결합 파격적 공연
아트하우스17의 공연 모습. ⓒArtHouse17


파격도 성공하면 주류가 된다. ‘고음악계의 무법자’로 불려온 이들의 파격적인 무대는 이제 유럽 고음악계에서 낯선 실험만은 아니다. “모든 혁명이 그렇지 않나요. 성공하면 새로운 주류가 되지요. 우리도 그 길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예술가 집단 아트하우스17 공동예술감독 토마스 회프트는 쿨하게 답변했다. 오는 10월 첫 내한공연을 앞두고 지난 21일 열린 화상인터뷰에서 만난 이들은 ‘고음악의 무법자’라는 별명을 꽤 마음에 들어했다. “우리에겐 굉장한 칭찬이죠. 어떤 틀에 딱 들어맞는 것도 아니고 남들과 다른 일을 한다는 뜻이니까요.”

르네상스와 바로크 음악을 기반으로 무대를 만들어온 이들의 ‘범법’ 목록은 다음과 같다. 작곡 당시의 악기를 고집하면서 정작 그 시대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아코디언을 무대에 올린다. 고음악 레퍼토리에 1930년대 노래를 끼워 넣는가 하면 헨델의 유명한 아리아 ‘옴브라 마이 푸’를 짙은 비브라토와 글리산도를 넣어 1930년대풍으로 연주하기도 한다. 연극과 무용, 영상, 때로는 서커스까지 무대로 불러들인다.

하프시코드와 리코더 연주자인 미하엘 헬은 “300년 전 공연을 당시 그대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게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아니다”라면서 “중요한 것은 작품이 만들어진 당시의 맥락과 그 작품을 연주하는 현재의 맥락”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오히려 이런 ‘변형’이 역사적 관행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예전에는 오페라가 다시 공연될 때 성악가가 바뀌면 아리아도 바뀌었어요. 사람이 다르고 필요한 것도 다르니까요. 똑같은 공연을 계속 반복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지요.”

이들은 작품의 결말조차 하나로 고정하지 않는다. 한 공연을 만들면서 조용하고 시적인 엔딩, 크고 극적인 엔딩을 놓고 오래 논의한 적이 있다. 어느 하나를 정답으로 정하는 대신 관객에 따라 결말을 골라 사용하기로 했다. 공연은 완성된 물건을 관객 앞에 꺼내놓는 일이 아니라 그날그날 새로 만들어지는 사건인 셈이다.

이 같은 태도는 연주자들 사이에서도 나타난다. 지휘자나 연출가 한 사람이 결정을 내리는 대신 음악가와 배우, 무용수 등 서로 다른 예술가가 함께 작품을 만든다. 비발디의 느린 악장에 맞춰 무용수가 춤을 추면 연주자는 그 움직임을 보며 연주를 바꾼다. 음악이 무용을 움직이고 다시 무용이 음악을 바꾸는 식이다. 그렇게 영향을 주고받다 보면 처음과는 다른 음악이 만들어진다. 이번 한국 투어에서도 5차례 공연이 모두 다르게 들렸으면 좋겠다는 것이 이들의 바람이다.

한국 무대는 1부 ‘사운즈 오브 에겐베르크’와 2부 ‘리멤버 미’로 구성된다. 1부는 비버와 슈멜처, 황제이면서 작곡가이기도 했던 레오폴트 1세 등 17~18세기 작곡가들의 음악을 엮어 에겐베르크 궁정 문화와 권력의 풍경을 무대 위에 되살린다.

2부는 빈 콘체르트하우스가 홀로코스트 추모를 위해 위촉한 작품에서 출발했다. 카탈루냐 민요를 비롯해 다울런드와 퍼셀, 헨델의 음악부터 1930년대 노래까지 서로 다른 시대와 지역의 음악을 ‘떠남과 기억’이라는 주제로 아우른다.

이들의 공연은 다음달 10일 고양아람누리를 시작으로 인천, 세종, 대구, 통영 등 전국 5개 도시에서 열린다.

박경은 선임기자 ki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