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분양인데 1억 더 비싸…왕숙지구 택지비 5341억 논란

정용진 2026. 9. 2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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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
경실련, 왕숙 공공분양 4556가구 분석…호당 1억2575만원 가격 차이
LH 택지비 1조1269억…경실련 추정원가와 5341억 격차
토지까지 함께 분양하는 구조…개발이익 배분 놓고 논란 확산
토지임대부 주택 대안 부상…분양원가 공개 요구도 커져

[지데일리] 공공이 공급하는 아파트인데도 서민에게는 여전히 ‘비싼 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경기 남양주 왕숙·왕숙2지구 공공분양 아파트를 놓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책정한 택지비와 시민단체가 추정한 원가 사이에 5000억원이 넘는 차이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공공주택의 가격 산정 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남양주 왕숙·왕숙2지구 공공분양에서 LH 분양가와 경실련 추정원가 사이에 가구당 1억2000만원대 차이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택지비에서 5341억원의 격차가 나타나면서 분양원가 공개와 토지임대부 주택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9일 남양주왕숙·왕숙2지구에서 2025년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공급된 8개 블록, 4556가구의 분양가격과 원가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경실련 분석에 따르면 공급면적 25평형 기준 LH의 평균 분양가는 약 4억6398만원이다. 이 가운데 택지비는 2억1522만원, 건축비는 2억4876만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경실련이 공공주택지구 사업비와 정부 고시 기본형건축비 등을 토대로 추산한 원가는 약 3억3823만원이다. 택지원가 1억1321만원에 건축원가 2억2502만원을 더한 금액이다. 

이에 따라 LH 분양가와 경실련 추정원가 사이에는 가구당 약 1억2575만원의 차이가 발생했다는 게 경실련의 주장이다. 다만 이는 LH가 인정한 이익 규모가 아니라 경실련이 공개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한 추정치라는 점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차이는 특히 토지에서 크게 나타났다. 3.3㎡당 기준으로 LH 분양가는 1856만원이며 택지비 861만원, 건축비 995만원으로 구성됐다. 경실련 추정원가는 1353만원으로 택지원가 453만원, 건축원가 900만원 수준이다. 건축비보다 택지비에서 상대적으로 큰 격차가 발생한 셈이다. 

8개 블록의 LH 공개 택지비 총액은 1조1269억원인 반면 경실련이 추정한 택지원가는 5928억원으로, 양측 수치 사이에 약 5341억원의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논란은 정부가 공공분양의 가격 부담을 인정한 상황과 맞물린다. 국토교통부는 8·13 주택공급 대책에서 규제지역 공공분양 가격을 55㎡ 기준 약 6억3000만원으로 제시하면서 자산 축적이 부족한 청년층의 내 집 마련 문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분적립형과 수익공유형을 포함한 새로운 공공분양 모델을 제시했고, 공공분양 물량의 약 15%를 해당 방식으로 공급할 계획을 밝혔다. 지분적립형은 장기간에 걸쳐 주택 지분을 추가 확보하는 구조이며, 수익공유형은 주택 매각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을 기금과 수분양자가 나누는 방식이다.

하지만 여기서 또 다른 의문이 제기된다. 분양가격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금융·지분 구조를 바꾸는 것만으로 충분하냐는 문제다. 토지와 건물을 함께 분양하는 기존 구조가 유지된다면 주택가격에 토지가격이 계속 포함되고, 향후 집값 상승에 따른 자산 증식 효과도 수분양자에게 귀속될 수 있다. 

공공이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면서도 토지 가치 상승에 따른 개발이익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경실련은 대안으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제시했다.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으로, 현행 법률상 건물 분양가격은 건축비 이하로 정하고 토지 사용에 따른 임대료를 별도로 납부하는 구조다. 경실련은 남양주 왕숙 분석을 토대로 25평형에서 건물만 분양하면 분양가격을 약 2억3000만원 수준으로 낮추고 월 토지임대료를 60만원대에 맞출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다만 토지임대부 주택 역시 토지임대료 수준과 장기적인 재산권 제한, 주택 매각 과정의 제약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공급 확대만 강조하기보다 수분양자의 부담과 공공의 토지 보유 원칙, 장기적인 주거 안정 효과를 함께 따져야 정책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공공주택의 가격이 얼마나 낮으냐에만 있지 않다. 어떤 토지비와 건축비를 근거로 분양가격을 책정했는지 시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분양원가와 건설원가 공개가 중요한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도 과거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분양원가와 건설원가 공개 확대를 강조한 바 있다.

공공주택이 주거 안정을 위한 수단으로 자리 잡으려면 가격 산정 과정의 투명성부터 확보해야 한다. 왕숙지구 논란은 공공분양 정책이 공급 물량 확대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토지 가치와 개발이익을 누구에게 귀속시킬지까지 답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