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인사이드] 공론화 어려운 ‘외국인 노동자’ 폭력
‘증거’ 없는 신고 무의미… 사업장 변경도 못해
박치기·에어건 사건 등 잇단 발생
영상·녹음 없으면 피해 입증 ‘한계’
전문가, 고용허가제 요건 완화 주장
“사고 나야 이탈… 제도 장치 필요”

외국인 노동자 폭행사건이 늘어나고 있지만 피해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나타나면서 제도적 보완책이 요구된다. 최근 사례에서 CCTV와 같은 명확한 물증이 없는 경우, 가해 사실도 밝혀내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선 사업장 변경을 좀 더 용이하게 하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민의힘 김위상(비례) 국회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제8조(폭행의 금지) 위반 접수 처리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접수된 폭행 신고는 185건으로 지난해의 경우 34건이 접수됐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7월 기준으로 35건으로 올해 들어 폭행신고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신고와 같이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보다 공론화되지 못한 사건이 더 많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원옥금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는 “날마다 폭행당해도 증거가 없어서 신고하지 못하는 노동자들도 많다. 증거가 없으면 센터에서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며 “결국 폭행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갈등이 생기면 사업장 변경을 요청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제도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경기도내에서도 외국인 노동자 폭행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화성시의 한 화장품 용기 제조업체 기숙사에서 베트남 국적의 20대 노동자에게 22차례 가량 박치기를 해 구속기소된 30대 공장 관리자는 이날 법원으로부터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다.
검찰 구형량(징역 1년)보다 낮은 벌금형에 그쳤지만, 그나마 해당 사건의 경우 영상 증거가 있어 재판까지 이뤄진 사례다. 이번 사건에서 당시 사고 현장에 있던 동료 노동자가 촬영한 영상이 중요한 증거가 됐다.
반면 영상이나 녹음 등 명확한 증거가 없는 경우 입증 자체도 어려울 뿐더러, 처벌 수위가 정해지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지난 2월 본인의 사업장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의 항문에 에어건을 쏜 혐의로 구속기소된 60대 업주 C씨와 외국인 노동자 D씨의 진술은 결심 공판에서까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라 다음달 15일 예정된 선고 결과에 촉각이 세워진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사고가 발생한 지 40여일만에 뒤늦게 수사가 시작됐다. 결심 공판에서 노동자 D씨는 “항문에 에어건이 2~3㎝ 정도 삽입됐다고 느꼈다”고 진술했지만, C씨는 “작업 중에 (몸을 돌리는 과정에서) 에어건이 쏴진 것”이라며 맞섰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 근본적으로 고용허가제부터 손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용허가제상 임금체불이나 폭행 등 사유가 있으면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수 있는데, 그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원곡 최정규 변호사는 “현장에선 대부분 사업장 변경 신청이 반려된다. 사업장 내에서 갈등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건데 그 사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막고 있는 꼴”이라며 “사건이 터져야 변경할 수 있게 해주니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최소한 외국인 노동자가 (갈등이나 여러가지 이유로) 사업장 변경을 요청하면 해당 사업장을 이탈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영지 기자 bbangz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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