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경루에 녹여낸 그린란드 저항과 회복 역사

오복 기자 2026. 9. 29.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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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눈여겨볼 파빌리온]<5>희경루, 그린란드 파빌리온 11월15일까지
식민주의 역사 신체·공동체·토지에 남긴 영향 칼라아릿 원주민 시선으로 담아
일제강점기 소실 후 복원 장소서 의미 더해…3일 성유미 거문고 독주회 개최도
예시 클레만 作 ‘Kamiit Walking’
식민주의에 맞선 그린란드의 저항과 회복, 변화의 문제를 광주의 역사와 함께 바라본다.

일제강점기 광주읍성과 함께 소실됐다 복원된 희경루에서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역사적 의미와 정체성, 주권의 의미를 극대화 시켜 눈길을 끈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그린란드(칼라아릿 누나트) 파빌리온이 오는 11월15일까지 남구 희경루에서 열린다.

그린란드 파빌리온은 식민주의의 역사가 신체와 공동체, 토지에 남긴 영향을 그린란드 원주민 칼라아릿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루이즈 비엘바크 헨릭센과 에이미 스미스가 공동 큐레이터를 맡았고 그린란드계 덴마크인 예술가이자 퍼포머, 시인인 예시 클레만이 참여했다. 덴마크인과 미국인으로 구성된 큐레이터팀은 그린란드 칼라아릿 누나트를 둘러싼 두 나라의 역사적 관계와 현재까지 이어지는 이해관계를 들여다본다. 정착과 개척, 군사적 지배, 문화적 동화 등 여러 형태로 이어진 식민주의가 그린란드의 땅과 사람, 정체성에 남긴 흔적을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전시가 열리는 희경루는 조선시대 광주를 대표했던 누각을 2023년 광주공원에 중건한 공간으로 1451년 무진군으로 강등됐던 광주가 다시 광주목으로 복호된 것을 기념해 당시 무진군사 안철석이 누각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지역의 관리와 사대부들이 모여 학문을 논하고 시를 짓거나 교류했던 장소이기도 한 희경루는 1533년 화재로 소실된 뒤 다시 지어졌지만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 초 사이 광주읍성이 철거되는 과정에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희경루의 역사성은 그린란드의 식민주의 경험을 다루는 이번 전시와 맞물린다.

작가는 식민주의에 맞선 저항과 회복, 변화의 문제를 광주의 역사와 함께 바라본다. 1929년 광주학생항일운동과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등 광주에서 이어져 온 역사적 경험이 그린란드의 기억과 한 공간에서 마주한다.

예시 클레만은 북극 지역에서 신는 전통 부츠 ‘카미트’를 이누이트의 정체성과 주권을 생각하는 매개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희경루 곳곳을 채운 카미트는 여러 사람이 같은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는 듯한 모습을 만들어 관람객 역시 누각을 거닐며 작품 사이를 직접 지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린란드의 전통과 식민주의의 역사, 현재의 정체성이 하나의 동선 안에서 이어진다.
성유미 거문고 연주자

아울러 오는 3일 파빌리온 전시와 연계한 제3회 성유미 거문고 독주회가 열린다.

이번 공연은 ‘마음대로 전통&딴짓 Part.1’를 표제로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현대미술과 거문고 음악이 ‘전통은 오늘의 삶 속에서 어떻게 이어지고 변화하는가’라는 공통의 질문을 나눈다.

성유미는 신쾌동류 거문고 긴산조를 연주하며 ‘변화의 여정’을 통해 오랜 시간 반복되는 수련과 연주 행위가 축적돼 하나의 음악적 결과에 이르는 과정을 전한다. 특히 이번 무대에서는 전시장에 놓인 ‘카미트’가 걷는 몸과 이동의 흔적을 상상하게 하는 것처럼, 거문고 연주자의 반복되는 움직임을 통해 전통이 현재의 몸에서 다시 살아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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