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사람 100+] ① 이현대 공화춘 대표, '옛맛' 고집 담은 한 그릇…역사·문화 지킨다

장지혜 기자 2026. 9. 2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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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공화춘 흔적서 역사적 가치 발견
과거 주방장 찾아 전통 조리법 배워
상표 출원, 2004년 차이나타운서 시작

변함없는 맛 위해 매일 직접 확인
기준 안 맞는 음식은 과감히 버려
인천 짜장면 명맥 잇는 공간 상징

성실함으로 주변 사람과 신뢰 형성
어려운 시절 받은 도움 가슴에 새겨
나눔·봉사로 지역사회 믿음에 보답

인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모인 사단법인 인천학회가 올해 새로운 도약을 시도한다. 인천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인물들을 선별해 집중 조명하며 글로써 남기는 기획물을 추진하는 것이다. '인천사람 100+'라는 제목으로 자랑스러운 인천인 백 명을 찾는 프로젝트다. 역사와 문화, 산업과 행정 등의 영역에서 활약하는 이들이 소개될 예정이며 인천학회는 처음 소주제를 '짜장면'으로 잡았다.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오랜 시간동안 K-Food, 짜장면의 역사와 문화, 전통을 지키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다섯명을 선정해 그들의 삶과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었다.

인천일보는 전체 100편의 여정 중에서 처음 10편을 지면을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나머지 90편을 포함한 최종 원고는 2027년 12월 <인천사람 100+> 단행본으로 발행된다.

인천 차이나타운의 대표 중식당 공화춘을 운영하는 이현대 대표는 옛 공화춘의 맛을 지키기 위해 오랜 시간 자신만의 원칙을 고수해오고 있다. /사진=김노천 한국시각예술문화연구소 작가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공화춘" 조리법을 배우고 상표를 출원하다

인천 차이나타운의 대표적인 중식당 공화춘을 운영하는 이현대 대표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공화춘'이라는 이름을 오늘의 차이나타운에서 이어온 인물이다. 호텔업에 종사하던 그는 월미도에서 카페를 운영하던 중 차이나타운에 남아 있던 옛 공화춘의 흔적을 접하며 그 이름이 지닌 역사적 가치에 주목했다.

이후 공화춘 상표를 출원하고 오랜 준비 끝에 2004년 차이나타운에 현재의 공화춘을 열었다. 특히 과거 공화춘에서 일했던 주방장을 직접 찾아 전통적인 조리법을 배우며 공화춘만의 맛을 되살리는 데 힘을 쏟았다.

공화춘 짜장면. /사진=김노천 한국시각예술문화연구소 작가

▲공화춘의 맛은 쉽게 타협하지 않는다

이현대 대표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화춘만의 맛을 지키는 일이다. 주방 직원이 바뀌면 음식의 맛도 달라질 수 있고, 단골손님들은 그 작은 차이를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린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방 직원이 바뀔 때마다 직접 음식을 맛보며 "조금 짜다", "조금 싱겁다", "단맛이 부족하다"고 하나하나 짚어가며 맛을 맞춰간다. 때로는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는 음식은 손님상에 내놓지 않고 버릴 만큼 맛에 대한 고집도 강하다.

그에게 맛을 지킨다는 것은 정해진 레시피를 그대로 따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매일 같은 맛을 내기 위해 직접 확인하고, 부족하면 다시 만들고, 기준에 맞지 않으면 과감히 버리는 것까지가 음식에 대한 책임이다. 한 그릇의 맛만큼은 타협하지 않는 것, 그것이 이 대표가 오랜 시간 공화춘을 지켜온 원칙이다.

공화춘 짜장면은 수분이 적고 되직한 소스가 특징이다. 해산물과 채소를 중심으로 담백한 맛을 살리고, 튀긴 두부와 청양고추 등을 활용해 공화춘만의 개성을 더한다. 소스가 되직해 잘 비벼지지 않는다는 손님의 이야기도 있지만, 이 대표는 그 이유를 설명하며 쉽게 맛을 바꾸지 않는다. 잘 비벼지는 편리함보다 오랜 시간 지켜온 맛과 조리 방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가 지키려는 것은 단순한 '옛날 맛'이 아니다. 인천에서 시작되어 한국인의 일상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은 짜장면의 역사와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이어가는 것이다. 공화춘을 찾은 사람들이 짜장면 한 그릇을 먹으며 인천 차이나타운의 역사와 문화를 떠올리고, 다시 찾아왔을 때도 변함없는 맛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이현대 대표가 맛에 대한 고집을 내려놓지 않는 이유다.

공화춘 건물 전경. /사진=김노천 한국시각예술문화연구소 작가

▲받았으니, 다시 돌려드립니다

이현대 대표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어려운 시절 자신을 믿어준 사람들이다. 가진 것도 내세울 것도 없던 시절, 부부의 모습만으로 신뢰를 보내 대출을 결정해준 은행 지점장과 얼굴 하나만 보고 선뜻 돈을 빌려준 시장의 상인이 있었다. 그들이 건넨 것은 단순한 돈이 아니라, 어려운 한 사람에게 내민 믿음과 따뜻한 마음이었다.

공화춘을 처음 차이나타운에 열었을 때도 쉽지 않았다. 새로운 사람이 차이나타운에 들어오는 것에 대한 화교 사회의 경계와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말보다 행동으로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었다. 아침 7시에 가게에 나와 밤 11시까지 가게를 지키며 성실하게 일했고, 주변에서는 그를 '머슴처럼 일한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성실함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여기에 어려운 이웃을 돕고 지역사회를 위해 꾸준히 나누고 봉사하는 모습이 더해지면서 처음의 경계도 차츰 허물어졌다. 낯선 사람으로 시작했지만 오랜 시간 한결같은 모습으로 신뢰를 쌓으며 이제는 차이나타운의 화교들과도 마음을 나누는 관계가 되었다.

어린 시절 가난을 경험한 이 대표에게 자신을 믿어준 사람들의 도움은 더욱 특별했다. 어려웠던 시절 누군가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만큼, 자신도 받은 것을 다시 사회에 돌려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그에게 나눔과 봉사는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이 아니라, 자신이 받은 믿음에 보답하는 삶의 방식이 되었다.

이현대 대표가 만들어온 공화춘의 이야기는 음식점 하나의 성공담에 머물지 않는다. 한 그릇의 짜장면에 담긴 맛을 지키고, 자신을 믿어준 사람들의 마음을 기억하며, 받은 것을 다시 나누는 삶이 그 안에 함께 담겨 있다. 공화춘은 그렇게 인천의 짜장면 문화를 이어가는 공간이자, 사람에게 받은 믿음을 다시 사람에게 돌려주는 이현대 대표의 삶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인터뷰=최진아 인천학회 사무국장

/사진=김노천 한국시각예술문화연구소 작가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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