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원의 비낀시선] 지금 왜 농촌이 시끄러운가

기고 기자 2026. 9. 2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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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를 앞둔 농촌이라면 으레 마음이 넉넉해야 할 때다. 농산물 가격과 생산비 걱정 속에 농촌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농사를 이어갈 사람은 줄고, 농지를 물려받을 사람도 농촌을 떠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 농촌이 시끄러운 이유는 농촌의 현실을 외면한 채 농지만 지켜서는 농촌의 미래를 지킬 수 없다는 답답함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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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객원논설위원

추수를 앞둔 농촌이라면 으레 마음이 넉넉해야 할 때다. 들판은 황금빛으로 물들고, 곳간을 채울 오곡백과를 생각하면 농부의 마음도 한결 풍성해져야 한다. 예부터 농촌의 가을은 한 해 농사의 결실을 거두며 고단했던 시간을 위로받는 계절이었다.
하지만 요즘 농민들의 마음은 옛날 같지 않다. 농산물 가격과 생산비 걱정 속에 농촌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농사를 이어갈 사람은 줄고, 농지를 물려받을 사람도 농촌을 떠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들판은 풍요로울지 몰라도 마음은 허하다.
농지 전수조사가 실시된 이후 농촌의 분위기가 더욱 심란해졌다. 농파라치 이야기부터 이행강제금 폭탄에 대한 걱정까지 온갖 말이 떠돈다. 정부와 여당이 나서서 명백한 투기는 엄정하게 대응하되 고령농이나 상속농지, 관행적 임대차 등은 일률적으로 처분하지 않고 양성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라보고 놀란 가슴이 쉽사리 다독여지지 않는다. 
농민들의 눈에도 작금의 현실이 녹록하지 않다. 농민들에게 농지는 단순한 생산수단이 아니다. 영농 은퇴후 농지를 처분해 생활비를 마련하거나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재산이기도 하다. 그런데 농촌의 농지는 오래전부터 거래절벽에 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 농지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우량농지가 아니라면 임차인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 앞집도, 옆집도, 뒷집도 모두 나와 비슷한 고령의 농부들인데 누구에게 내 농토를 팔 수 있을까. 누가 내 농토를 빌려 농사를 지을까? 이런 상황에서 사적 임대차를 단속한다는게 일률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현실적일까?
부모들이 떠나고 나중에 자녀들이 농지를 상속받는다고 해서 문제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자녀들이 농지를 직접 활용하기도 어렵고, 임차인을 구하거나 매수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농촌의 현실에서 농지를 둘러싼 소유와 이용의 문제가 칼로 두부 자르듯 분명하지 나누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수도권이나 대도시 주변의 농지는 지방 농촌의 농지와 사정이 사뭇 다르다. 개발수요가 많고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지역에서는 농지에 대한 투기유혹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방은 현실이 다르다. 개발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고 인구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지방소멸이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눈 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농지 가격 역시 수도권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은 지역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전국의 모든 농지를 단지 ‘농지’라는 이유만으로 똑같은 방식으로 관리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농지의 공익적 기능과 투기 방지라는 원칙은 지켜야 하지만, 지역의 인구와 개발수요, 농업인구의 고령화, 농지거래 여건 등을 외면한 획일적인 관리로는 지방 농촌의 현실을 제대로 담아내기 어렵다.
이제는 좀 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지역과 농지의 특성 등을 반영해 관리방식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투기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엄격하게 관리하되,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농지의 처분과 승계 자체가 어려운 지역에서는 농업 이용을 유지하면서 농지를 다음 세대로 넘길 수 있는 현실적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농지를 단순히 소유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농업에 계속 이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농지면적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농촌 주민들이 평생 일궈온 농지를 어떻게 활용하고, 농사를 이어갈 다음 세대에 넘길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추수철 들판은 여전히 풍성하지만, 마음은 궁핍하다. 지금 농촌이 시끄러운 이유는 농촌의 현실을 외면한 채 농지만 지켜서는 농촌의 미래를 지킬 수 없다는 답답함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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