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출판물에 AI 활용 정도 밝히는 ‘표시 제도’ 도입하자”

이유진 기자 2026. 9. 2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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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등 출판물에 인공지능(AI) 활용 정도를 밝히는 표시 제도를 적극 도입하자는 의견이 출판계에서 나왔다. 'AI 출판물 표시제도'를 도입하면 저자 또한 출판사에 자신이 원고에 어떤 AI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밝혀 계약서에 명시하게 된다.

저자 또한 원고를 만들 때 본인이 사용한 AI 도구와 핵심 콘텐츠 반영 범위 등을 고지하며, 출판사 또한 AI 사용범위를 저자와 상호 합의하여 출판계약서에도 명시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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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인회의 ‘출판·AI정책 포럼’
“AI보조 저작물, AI생성 출판물 표시
계약 때부터 명시… 투명성 제고 방안”
‘출판사·저작자 AI 사용 원칙’도 발표
한국출판인회의 홍영완 회장(맨 오른쪽)이 김성신 출판평론가(왼쪽부터), 홍한별 번역가, 송경동 시인과 함께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중앙도서관에서 ‘독자를 위한 출판사와 저작자의 AI 사용 원칙’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 제공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등 출판물에 인공지능(AI) 활용 정도를 밝히는 표시 제도를 적극 도입하자는 의견이 출판계에서 나왔다. ‘AI 출판물 표시제도’를 도입하면 저자 또한 출판사에 자신이 원고에 어떤 AI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밝혀 계약서에 명시하게 된다. 출판 전 영역에 불어닥친 거대한 변화에 출판계가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뜻이다.

한국출판인회의(회장 홍영완 윌북 대표)는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출판·AI정책 포럼, 위기를 넘어 공존으로: AI시대 출판생태계가 나아갈 길’이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기조발제를 맡은 박정인 덕성여대 에이아이 다이나인포(AI DynaInfo) 연구소 교수는 “출판물을 인간 저작물, AI 보조 저작물, AI 생성 출판물까지 3가지로 구분해 AI 활용 사실과 함께 인간의 통제와 검증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 표시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박 교수가 지난 7월1일부터 31일까지 국내 출판사 188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사의 76.1%가 생성형 AI를 시험적으로 도입하거나 일부 또는 상당수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사의 85.1%는 ‘AI 출판물 식별체계가 필요하거나 일부 필요하다’고 답했다. 박 교수는 “한국 출판계는 AI학습 자체를 전면적으로 막자는 입장이 아니고, 이제 ‘허용이냐 금지냐’라는 낡은 질문에서 벗어나 ‘누가 어떤 조건으로 허용하고, 어떻게 확인하며, 얼마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출판계가 제안한 ‘AI 출판물 표시 제도’를 보면, 순수 인간 저작물을 제외하고 AI 보조 저작물, AI 생성 출판물은 판권 등에 인간의 통제와 검증이 얼마나 투입됐는지 밝히는 표기를 해야 한다. 저자 또한 원고를 만들 때 본인이 사용한 AI 도구와 핵심 콘텐츠 반영 범위 등을 고지하며, 출판사 또한 AI 사용범위를 저자와 상호 합의하여 출판계약서에도 명시하도록 했다. 박 교수는 “창작 과정에서 인간이 어떤 역할을 했고, 최종 결과물에 대해 충분한 통제와 검증이 이뤄졌는지가 기준”이라고 말했다. 출판계는 이 제도가 AI를 사용한 책에 낙인을 찍는 제도라기보다 독자가 구매와 이용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문제가 발생할 때도 책임과 정정의 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내다봤다.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출판·AI정책 포럼, 위기를 넘어 공존으로: AI시대 출판생태계가 나아갈 길’ 토론회. 한국출판인회의 제공

한국출판인회의 김보경 정책위원장(지와인 대표)는 “3단계 표시제가 이른바 ‘딸깍 도서’의 양산과 독자의 신뢰 저하에 출판계가 주도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 제도의 기준은 결국 ‘누가 책임을 지는가’라는 문제이며 AI기업과 데이터 이용 계약에서 협상력의 근거 또한 될 수 있다”며 조속한 시행을 촉구했다.

제도의 보완과 품질 관리를 위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류영호 교보문고 부장은 “AI 활용 사실의 공개만으로 내용의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고, 누가 어떤 범위에서 결과물을 검토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출판사는 제작 검토 정보를 제공하고, 유통사는 이를 판매처에 정확히 전달하며, 서점은 독자에게 표시하고 문제 제기를 접수하는 역할을 맡는 구조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홍한별 번역가는 “번역의 경우 3단계가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홍 번역가는 “농부가 낫으로 벼를 베었다고 해서 낫이 몇 퍼센트 벼를 베었다고는 할 수 없다. 번역가들 가운데는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사람도, 적극 사용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어떤 프로젝트의 어떤 과정에서 기계를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판단의 전문성이 될 수도 있다. 개별 번역가의 작업이 AI 학습에 사용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어야 하고, 표준계약서에도 그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AI로 국가전략산업이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출판계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자율적 지침 마련은 출판계의 법적 지위를 다지는 기반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출판연구소, 한국작가회의 등 12개 단체는 이날 ‘저작과 그에 대한 최종 책임은 사람에게 귀속된다. AI는 도구로 활용될 뿐, 저작자나 공동 저작자의 지위를 갖지 않는다’는 항목을 포함하여 다섯가지 기준을 밝힌 ‘출판사와 저작자의 AI 사용 원칙’을 발표했다. 이 원칙은 한국출판인회의 누리집(https://kopus.org/ai-principles.html)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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