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숲에서 신작 펼쳐낸 료지 이케다

강은영 2026. 9. 2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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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 료지 이케다가 제주 애월의 숲을 배경으로 관객 앞에 섰다.

지난 22일 제주 애월읍 하우스오브레퓨즈에서 료지 이케다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퍼포먼스의 한 장면이다.

'료지 이케다(Ryoji Ikeda)' 전시회에서도 비슷한 인상이 이어진다.

일본 기후현 출신의 료지 이케다는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아티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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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하우스오브레퓨즈에서
국내 전시 중 최다 작품 공개
미디어 아티스트 료지 이케다가 국내 개인전 사상 최다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 ‘료지 이케다’ 전경. 하우스오브레퓨즈 제공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 료지 이케다가 제주 애월의 숲을 배경으로 관객 앞에 섰다. 검은색 스냅백에 검은색 후드 재킷을 입고 양손 검지에 검은색 반지를 낀 차림이다. 그의 뒤로는 푸른 자연이 펼쳐졌고, 앞으로는 열 개의 턴테이블이 놓였다. 어둠이 깔린 공간 속 환한 조명이 그를 비추자 일정한 박자의 전자음이 하나둘 쌓이기 시작했다.

지난 22일 제주 애월읍 하우스오브레퓨즈에서 료지 이케다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퍼포먼스의 한 장면이다. 대중 앞에 좀처럼 나서지 않기로 유명한 작가가 24일 전시 개막을 기념하며 약 20년 만에 관객 앞에서 라이브 공연을 펼쳤다. 언론과 VIP를 대상으로 작업을 해설하는 대신 그가 선택한 자신만의 작품 설명법이었다.

그가 연주한 것은 분명 전자음악이지만, 해안가에 다다른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 혹은 거센 폭우가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늦여름 목청껏 울어대는 매미 소리가 떠오르기도 한다. 인공적인 전자음에서 자연의 소리가 연상되는 아이러니의 순간이었다.

‘료지 이케다(Ryoji Ikeda)’ 전시회에서도 비슷한 인상이 이어진다.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무엇을 표현하려는 것인지 알기 어렵다. 작업에는 숫자와 데이터가 빼곡하지만 정작 작가는 설명 대신 순수한 감상을 권한다.

일본 기후현 출신의 료지 이케다는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아티스트다. 주로 수학적 개념과 코드로 미디어 작품을 만들고, 빛과 LED, 거울, 레이저 등의 장치로 관객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전자음악을 만드는 작곡가이기도 한 작가는 시각과 청각을 뒤흔드는 작업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언어를 구축했다.

이번 전시에서 료지 작가는 지금껏 국내에서 개최한 전시 중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내놨다. 전 세계 최초 공개되는 작품들을 비롯해 국내 관객에게 처음 소개되는 작업들도 나온다.

작가는 전시장의 건축적 특성을 고려해 총 1000㎡ 규모의 전시 공간 디자인과 작품 시퀀스를 직접 구성했다. 공간과 작품의 어우러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은 ‘슬리트(slit)’ 연작이다.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이 작품은 필름의 구멍을 통해 하우스오브레퓨즈의 중정(가운데 정원)을 들여다보이도록 조성했다. 유일하게 전시장 안으로 들어오는 자연의 빛을 활용한 작품이다.

전시가 열리는 하우스오브레퓨즈는 제주 애월읍 숲속에 방치된 건물을 개조해 조성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원래 목욕탕으로 사용하려다 버려진 곳으로 공연과 전시, 미식, 패션 등 다양한 경험이 모인 장소로 운영 중이다. 전시는 내년 1월 18일까지.

제주=강은영 기자 qboom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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