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씨 부인은 공감 힘든 캐릭터, 호불호 갈릴 수 밖에” 손예진이 다시 쓴 ‘스캔들’
“감춰진 욕망과 결핍, 조씨 부인의 매력”

“자아를 실현하지 못했을 때의 욕망은 사라지지 않고 감추고만 있던 게 아니었을까요. 인간이 자신이 가진 것을 (세상에) 펼치지 못했을 때 비뚤어지고, 결핍이 생기고…그게 매력이었던 것 같아요.”
넷플릭스 8부작 시리즈 <스캔들>의 주연 손예진은 자신이 연기한 ‘조씨 부인’을 이렇게 설명했다. <스캔들>은 조선 시대 경직된 사회 분위기 속의 남녀 간의 사랑을 파격적으로 다뤘던 2003년 영화 <스캔들-조선남여상열지사>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손예진은 이미숙이 23년 전 맡았던 조씨 부인을 연기했다.
손예진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에 출연한 것은 영화 <취화선>(2002) 이후 무려 24년 만이다. 29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만난 그는 “한복 입고 머리 하고, 불편한게 많아 연기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사극은 피해 왔다”면서도 “캐릭터의 매력, 인물의 다층적인 면 때문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도전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시리즈는 영화와 마찬가지로 조씨 부인과 그의 사촌동생이자 바람둥이인 ‘조원’(지창욱)의 내기로 시작된다. 아이를 낳지 못한 조씨 부인이 조원에게 “소실로 들일 아이의 배를 부르게 해달라”고 부탁하자, 조원은 남편을 여읜 뒤 수년째 정절을 지키고 있는 ‘희연’(나나)을 무너뜨리는 게 더 재밌겠다고 맞선다.
손예진은 이 장면이 “이해되지 않았다”고 했다. 사촌 지간이지만 연심을 품었다가 수년간 떨어졌던 두 사람이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서로 감정을 감추고, 괜찮은 척 다른 얘기를 하고, (조씨 부인은) 말도 안 되는 부탁을 하고, 조원의 치기어린 말로 조씨 부인이 내기를 제안하게 된다”며 “서로 제약이 많고 감출 것도 많았던 시대” 탓에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조씨 부인은 서화에 뛰어난 재주를 지녔지만, 당대 여인에게 요구되던 삶의 방식에 따라 결혼 후 지아비를 섬기는 데 힘을 쏟는다. 사대부 여인들과 교류하며 파직된 남편을 조정에 복귀시키는 등 막후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손예진은 조씨 부인을 “다른 저의가 있으면서도 상대를 위하는 척하거나, 상대의 심리를 교묘하게 알아내려 하는, 솔직하기보다는 꿍꿍이가 많아 보이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힘들다는 말도, 솔직한 감정 표현도 하지 못하는 인물이라 ‘과연 어떤 마음으로 이런 행동을 할까’를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조씨 부인의 복잡다단함을 표현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손예진은 “조씨 부인이 쉽게 공감을 형성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모든 캐릭터가 1차원적이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화려한 색채와 자극적인 묘사로 관심을 모았던 <스캔들>은 공개 후 혹평도 함께 듣고 있다. 도회적인 외모의 주연배우들이 사극의 분위기와는 어색하다는 지적, 자극적으로 표현된 애정 장면, 8부작으로 길어진 데 비해 늘어지는 전개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손예진은 “요즘은 편집도, 호흡도 빠른 게 익숙해서 사극은 이질적일 수 있다. 그만큼 새로운 재미가 있을거라 생각했다”며 “모두에게 찬사를 받으려면 대중적인 작품이어야 하고, 모든 요소가 잘 맞아떨어져야 한다. 지금의 반응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며 40대 중반에 접어든 손예진은 “20·30대 때 상상으로 연기한 역할들은 표현에 한계가 있었다”며 “나이가 들면서 쌓이는 경험을 무시하기 어렵다. 앞으로 할 수 있는 영역도 더 넓어질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캔들>은 처음으로 제가 제대로 된 사극을 보여드린 작품”이라며 “앞으로 또 사극을 하게 된다면, 이 작품이 그 시발점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대통령, 정부 부처에 “청와대 손 뗄 테니, 자율적으로”…만기친람 비판 염두에 둔 듯
- 한동훈 복당? 국힘 의원들에게 물어보니···“혼자만 주인공” “가능성 0%” 활용론 꺾는 목소
- “강남 30평대 아파트, 3억원대 분양 가능”···‘반값 아파트’ 나올 수 있을까
- 2연패 안세영, 처절하게 싸운 3년 전과 모든 것이 달랐다···“상대를 가지고 노는 플레이, 역시
- 관광객 핫플 됐다길래 갔다가 ‘윽’···흡연·노상방뇨로 얼룩진 ‘종로3가’ 결국 칼 빼든다[
- 부산 시민 애간장 태운 ‘부캉이’ 구조작전 실패···그물 특수제작해 다음 달 재도전
- [논설위원의 단도직입]“노무현, 자꾸 현실정치 소환되지 않고 역사 속 인물로 평가되길”
- 대법관들 격려금만 매달 수백만원···노경필 법원행정처장 “격무라서 그 정도 가능”
- 뒤통수칠 줄 알았던 대대장, 알고 보니···‘간부는 주적’ 군대 클리셰, 기분 좋게 배신했다
- “예수는 믿지만 교회는 안 갑니다”···커지는 ‘가나안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