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그마티 강가에서 보내온 편지

김인성 경남생명의숲 고문 2026. 9. 29. 17:2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얼마 전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 지역에서 엄청난 빙하와 암석이 무너져 초유의 홍수 사태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이번 사고를 빙하호 물이 빙퇴석이나 얼음의 붕괴로 한꺼번에 쏟아지는 '빙하호 붕괴 홍수(Glacial Lake Outburst Flood·GLOF)'로 단순하게 규정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이번 네팔 사고는 뜻밖의 사고가 아니라, 기후 변화 시대에 히말라야의 빙하가 맞닥뜨릴 재난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 지역에서 엄청난 빙하와 암석이 무너져 초유의 홍수 사태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이번 사고를 빙하호 물이 빙퇴석이나 얼음의 붕괴로 한꺼번에 쏟아지는 '빙하호 붕괴 홍수(Glacial Lake Outburst Flood·GLOF)'로 단순하게 규정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빙하의 붕괴로 빙하와 암석이 하천을 일시적으로 막았다가 다시 터뜨려진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번 사고가 기후 변화와 무관하다고 말할 수도 없습니다. 빙하의 무너짐이 직접 원인이기도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말미암아 빙하가 녹는 위험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네팔 사고는 뜻밖의 사고가 아니라, 기후 변화 시대에 히말라야의 빙하가 맞닥뜨릴 재난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나는 지금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생존할까?"라는 화두에 골몰하고 있는 네팔로 '나를 찾으러 떠나는 여행'을 시작합니다. 화두는 '심우(尋牛)'. 불가에서 어지러운 마음을 닦고 깨달음을 찾는 이 길은 천진한 아이의 눈으로만 보아야 찾을 수 있는 길입니다. 잃었던 소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다가 문득 저 아스라한 모퉁이에서 소 발자국을 찾음으로써 기뻐하는 중생처럼 산을 오를 때의 "나마스떼"에는 힘겨움과 피곤이 찌들어 있었지만, 내려올 때의 "나마스떼"에는 성취감과 여유로움이 묻어 있습니다.

네팔의 카트만두 바그마티 강가는 우리나라 1960년대를 방불케 하는 어수선함, 무질서함으로 매캐한 쓰레기 냄새가 진동합니다. 아직도 배고픔과 빈곤, 혼란, 그리고 순수가 공존하는 여기는 잘 살기보다는 생존해야만 하는 절박감이 때 묻은 벽에 스며 있는 곳입니다. 강변에는 천막촌이 흩어져 있고 새로운 정부가 빈민촌 철거를 주장하며, 강변 정리 작업에 들어가는 광경을 목격합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파슈파티나트 사원이 자리한 바그마티강은 힌두교에서 신성한 강으로 여겨집니다. 이곳에서는 몸을 씻는 종교 의식이 행해지고, 사람이 죽으면 강변에서 화장한 뒤 재를 강물에 흘려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구 급증과 야외 화장에 따른 환경 부담, 경제적 빈곤, 네팔 소수민족 및 유입된 농민, 2015년 네팔 대지진으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의 비공식 정착촌이 형성돼 있으며, 아침이면 강가에서 배변하는 사람도 볼 수 있습니다. 흐르는 강물이 배설물을 하류로 실어 나르는 모습은 이곳의 열악한 위생 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도시 미관, 강물 수질 오염, 불법점거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지속되고 있던 차, 네팔 정부는 대규모 강변 정비에 나서 다사라스 스타디움에 임시 거처와 등록 공간을 마련하고, 무토지·무주택 가구를 확인한 뒤 나가르준 등 정부 아파트로 이주시키는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우리에게도 과거나 지금 '먹고 싸는 문제', '먹고사는 문제', '잘 먹고 잘 사는 문제'는 꼭 같이 있습니다. 지금 네팔은 먹고 싸는 문제, 먹고 사는 문제로, 서울 한강변은 '먹고 사는 문제'와 '잘 먹고 잘 사는 문제'로 갈등 중입니다.

꼭 기억할 진실은 '먹고 싸는 문제'가 소중했던 때에는 숲은 무성할 수 있었으나, '잘 먹고 잘 사는 문제'가 대두될 때는 숲은 황폐해진다는 것입니다. 잘 먹고 잘살려는 욕망으로 잃어버린 소는 지금 어느 숲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김인성 경남생명의숲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