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부족에 막힌 재생에너지…기존 전력망 ‘알뜰살뜰’ 쓴다

송윤경 기자 2026. 9. 2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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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식 기후에너지환경부 전력망 정책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전력망 혁신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김정근기자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해도 이를 실어나르는 전력망이 부족해 제대로 쓰지 못하는 문제가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정부가 전력망 접속 기준을 완화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활용해 기존 전력망의 수용 능력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정부는 전력망을 대대적으로 확충할 계획이지만, 건설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 사이 기존 전력망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호남·충청권의 재생에너지 신규 접속 제한도 순차적으로 풀릴 예정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9일 국무회의에 이 같은 내용의 ‘전력망 혁신 대책’을 보고했다. 이번 대책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100GW(기가와트) 이상 보급한다는 정부 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대책은 대규모 발전소 위주로 짜여 있던 전력망의 접속·운영 방식을 재생에너지 시대에 맞게 바꾸는 것이 골자다. 한마디로 기존 망을 ‘알뜰살뜰’ 씀으로써 더 많은 재생에너지 전력이 오갈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전력망 병목’은 재생에너지 확대의 고질적인 걸림돌로 꼽혀왔다. 국토 면적의 약 12%인 수도권에 전체 전력수요의 약 40%가 몰려 있는 반면, 태양광 등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호남 등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문제는 송전선로 등 전력망 증설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망 확충이 발전설비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호남에서는 출력제어(전력망 과부하를 막기 위해 발전량을 줄이는 조치)가 반복되고, 호남·충청권 일부 지역에선 재생에너지 신규 접속도 2034년까지 제한된 상태였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그래서 망 증설에 의존하지 않고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수단을 한데 묶은 ‘종합세트’에 가깝다. 우선 발전설비의 최대 출력인 ‘정격용량’으로 따지던 접속 기준을 완화해 ‘유연접속’을 도입한다. 지금까지는 전력망이 8만큼의 전기만 받아들일 수 있는데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최대 출력이 10이라면 아예 접속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최대치(10)까지 올라가는 시간은 일 년 중 몇 시간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는 망 수용량(8)을 넘을 때 출력을 줄이는 조건으로 접속을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변전소와 송전망 등 전력망 곳곳에 설치해 망 수용 능력을 높이기로 했다. ESS는 전기가 한꺼번에 몰릴 때 일부를 저장했다가 망에 여유가 생기면 다시 내보내는 일종의 ‘완충 공간’ 역할을 한다.

이른바 ‘전력망 알박기’도 해소한다. 허수 사업과 장기 지연사업의 접속권을 회수하거나 접속 시기를 조정해, 당장 망 접속이 필요한 설비에 우선 배분한다는 계획이다.

전력망 접속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도 바꾼다. 그동안에는 신규 재생에너지가 기존 발전원보다 후순위로 가동된다고 가정해 접속 가능 여부를 보수적으로 판단했지만, 앞으로는 재생에너지가 우선 발전하는 실제 전력망 운영 방식을 반영하기로 했다.

아울러 공용 배전망 보강 비용 분담 방식도 바뀐다. 기존에는 신규 발전설비가 접속하면서 보강이 필요할 경우 첫 접속 사업자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나머지 사업자는 사실상 ‘무임승차’했으나, 앞으로는 설비용량 등에 따라 비용을 나눠 부담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2030년 재생에너지 수용 가능량이 송전망 기준 119GW에서 171GW로 52GW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수용 여력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호남·충청·강원권의 신규 재생에너지 접속 제한도 단계적으로 해제된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장은 “그동안 경직돼 있었던 송전망 활용 방식을 바꾸고 ESS 솔루션을 전격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늦은 감은 있지만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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