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의 창] "해외 고지도엔 '동해'보다 '한국해' 표기가 훨씬 많아요"

박현수 2026. 9. 2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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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발행된 고지도를 보면 '동해'보다 '한국해'로 표기된 지도가 훨씬 많습니다. 제가 가지고만 있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여러 사람이 보고 다른 나라에서도 전시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28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20회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은 최귀선 헝가리 한인회장은 연합뉴스와 만나 자신이 사비로 수집해온 고지도 이야기를 꺼내며 대화의 물꼬를 텄다.

러시아·독일·프랑스·영국·미국 등에서 제작된 것으로, 한국해나 동해가 표기돼 있거나 울릉도와 독도가 표시된 지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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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세계한인의 날 국민훈장 동백장 수훈 최귀선 헝가리 한인회장
사비로 한국해·동해 표기 고지도 150여장 수집…33년째 한·헝가리 가교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은 최귀선 헝가리 한인회장 (인천=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28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20회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은 최귀선 헝가리 한인회장이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 9. 29. phyeonsoo@yna.co.kr

(인천=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해외에서 발행된 고지도를 보면 '동해'보다 '한국해'로 표기된 지도가 훨씬 많습니다. 제가 가지고만 있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여러 사람이 보고 다른 나라에서도 전시할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28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20회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은 최귀선 헝가리 한인회장은 연합뉴스와 만나 자신이 사비로 수집해온 고지도 이야기를 꺼내며 대화의 물꼬를 텄다.

그가 지난 3년간 모은 1700∼1800년대 고지도는 150장이 넘는다. 러시아·독일·프랑스·영국·미국 등에서 제작된 것으로, 한국해나 동해가 표기돼 있거나 울릉도와 독도가 표시된 지도들이다. 일본에서 제작된 지도 가운데 '조선해'로 표기된 것도 있다.

대부분 인터넷 경매를 통해 사들였다. 가격은 100유로(약 15만원)에서 비싼 것은 1만유로가 넘는다. 모두 사비로 마련했다.

"밤새워 경매를 보다 '이건 빨리 사야겠다' 싶어 하나둘 사다 보니 이렇게 됐어요. 돈이 어디서 나긴요. 제 개인 돈으로 사는 거죠."

자신이 모은 '한국해', '동해' 표기된 고지도를 전시하는 최귀선 회장. [본인 제공]

수집한 지도는 한인회 사무실에 보관하고 있다. 별도의 대형 스캐너까지 구입해 디지털화도 마쳤다. 저작권 문제가 정리되면 호주·일본·튀르키예 등 원하는 나라에 자료를 보내 전시하고 현지인들에게도 알릴 계획이다.

최 회장의 헝가리 생활은 1992년 시작됐다. 서울에서 태어나 재현고와 총신대를 졸업하고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친 뒤 당시 한국인에게 낯설었던 헝가리행을 택했다.

"사람들이 잘 안 가는 곳이었으니까요. 남들이 많이 가지 않는 곳에서 기회를 찾아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첫 사업은 한국산 문구류 수입이었다. 무역회사 '삼마(SAMMA)'를 설립해 수성펜과 연필 등을 들여왔고, 이후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헝가리 최대 문구 유통회사도 인수했다. 현재는 한국 기업의 현지 법인·공장 설립을 돕는 컨설팅사와 기술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최귀선 회장이 수집한 '한국해', '조선해' 표기 고지도들 [본인 제공]

세계한인경제무역협회(월드옥타) 활동도 오래 이어왔다. 부다페스트지회 초대 지회장을 거쳐 2019년부터 사업담당·유럽지역 담당 부회장을 맡아 한국 중소·중견기업의 유럽 진출과 수출을 지원했다. 유럽지역 지회장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대회도 처음 만들었다.

2024년에는 헝가리 한인회 초대 회장을 맡았다. 1992년 그가 처음 헝가리에 정착했을 당시 약 650명이던 한인사회는 한국 기업 진출과 함께 크게 성장했다.

최 회장에 따르면 2023년 헝가리 정부 비자 취득 기준 한인은 약 8천명이다. 비자 신청·재신청자 등을 포함하면 1만명, 한국 기업 공장 근로자까지 넓히면 1만5천~2만명가량이 헝가리에 머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송년회와 체육대회 등 500명 안팎이 모이는 행사를 열어 동포사회의 결속을 다지는 한편 법률·의료·교육 등 생활 정보를 연결하고 사건·사고에 대응하는 조직으로 한인회의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한인회를 잘 정비해 다른 분에게 넘기고, 누가 맡더라도 계속 운영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게 중요하죠."

이번 국민훈장 수훈은 그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부친 역시 1954년 육군 하사로 복무하며 금성화랑무공훈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부친이 생전에 찾아가지 않은 훈장을 최 회장이 수소문해 2019년 육군본부에서 60여년 만에 전수했다.

2019년 60여년 만에 부친의 훈장을 전수한 최귀선(왼쪽서 4번째) 회장 [본인 제공]

"아버지가 그때 받으셨으면 이 감정이었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혜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아들로서 도리를 다한 것이죠."

그의 활동은 현지 사회로도 향한다. 아내 원선미 씨와 2024년 봉사재단 '희망의 조각들'을 설립해 약 6천만원을 출연했다.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2주에 한 번씩 노숙인들에게 음식과 양말, 속옷 등을 나눠준다. 동포들의 자발적인 후원도 이어지고 있다.

부부는 50대가 넘어 한국인 아이를 입양해 키우고 있다. 현재 13살인 아들과 2024년 한국을 찾아 입양되기까지의 과정을 함께 돌아보기도 했다. 입양 이후 가족이 겪은 생활과 고민을 담은 책도 오는 10월 말 펴낼 예정이다.

최 회장이 앞으로 힘을 쏟으려는 또 하나의 사업은 부다페스트 도심 공원에 한국 전통 정원을 만드는 일이다. 현지 한국대사와 문화원장에게도 계획을 설명했다.

그는 "현지인이 만든 한국 전통무용단과 사물놀이팀, 합창단이 활동할 정도로 헝가리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전통 정원이 양국 국민을 잇는 또 하나의 공간이 되기를 기대했다.

"한국 전통 정원이 조성되면 한국에 대한 관심도 더 커질 겁니다. 그런 것이 쌓이면 장기적으로 한국과 헝가리의 우호적인 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phyeon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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