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전력 있는 곳에 짓는다”…AI 데이터센터 경쟁, ‘전력 확보’ 사활

심화영 2026. 9. 2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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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맥킨지 ‘글로벌 데이터센터 정책 100여개 비교’

우드맥킨지 ‘글로벌 데이터센터 정책 100여개 비교’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송기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위원장과 공동으로29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AI 시대, 데이터센터의 현재와 미래」세미나를 열고, 글로벌 정책 동향과 국내 데이터센터 산업의 발전 과제를 논의했다. 사진은 패널토의 모습.심화영기자
김나영 우드맥킨지 컨설팅 이사가 29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AI 시대 데이터센터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에 참석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는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정책 동향을 살펴보고 국내 데이터센터의 발전 방향과 정책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심화영기자
김나영 우드맥킨지 컨설팅 이사가 29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AI 시대 데이터센터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에 참석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는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정책 동향을 살펴보고 국내 데이터센터의 발전 방향과 정책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진:한경협

전 세계 데이터센터 675GW…“발표된 만큼 실제로 지어지진 않을 것”

미국·아일랜드 등 전력망 제약 본격화…“데이터센터가 전력을 따라가야”

[대한경제=심화영 기자]인공지능(AI) 경쟁의 무대가 반도체에서 데이터센터로 넓어지고 있다. 고성능 AI 연산을 수행할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가 AI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각국의 고민도 ‘데이터센터를 어디에 지을 것인가’에서 ‘전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발표된 데이터센터 개발 계획만 675GW에 달하는 가운데 미국에서만 440GW가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건설에는 전력망과 발전설비, 변압기 등 기반시설이 함께 따라붙어야 한다. AI 데이터센터 경쟁이 사실상 전력 인프라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의미다.

송기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과 한국경제인협회는 29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AI 시대, 데이터센터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를 열고 글로벌 데이터센터 정책 동향과 국내 데이터센터 확충 방향을 논의했다. 한경협은 데이터센터 설립이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추진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과 주요국 정책을 살펴보기 위해 이번 세미나를 마련했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나영 우드맥킨지 이사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정책 100여개를 비교·분석한 결과를 소개하며 “전력 공급의 속도와 안정성이 공통적인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전 세계에서 개발 계획이 발표된 데이터센터 규모가 675GW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에 현재 설치된 전체 발전소 용량 157GW의 4배를 웃도는 규모다.특히 미국의 개발 계획이 440GW로 가장 공격적이다. 다만 발표된 프로젝트가 모두 실제 건설과 운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게 김 이사의 관측이다.

문제는 데이터센터만 지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건설에만 1~2년이 걸리는 데다 변압기와 발전설비 등 핵심 기자재를 확보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김 이사는 특히 가스터빈 공급 부족을 대표적인 병목으로 꼽았다. 데이터센터 건설을 당장 시작하더라도 신규 가스발전 터빈을 공급받는 시점이 2030년 이후가 될 수 있다는 것.

김 이사는 “기존 데이터센터가 데이터 저장과 전달 중심이었다면,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연산을 수행해야 하는데 같은 규모의 연산이라도 데이터센터별 전력사용효율(PUE)에 따라 실제 전력 소비량에도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AI 데이터센터가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전력 문제에 민감한 이유다.

미국 버지니아, 데이터센터에 ‘전력비 책임’ 묻는다

각국은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전력 문제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풀고 있다.미국에서는 버지니아주가 대표적이다. 북버지니아는 풍부한 인터넷 인프라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부지·전력 등을 바탕으로 데이터센터가 밀집하면서 ‘데이터센터 앨리’로 불려왔다.

하지만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면서 전력망 투자 비용과 전기요금 부담 문제가 부상했다. 이에 버지니아주는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제를 도입해 일반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핵심은 데이터센터가 계약한 전력을 실제로 모두 사용하지 않더라도 일정 수준의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전력망 확충에 필요한 비용을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일정 부분 책임지도록 하는 구조다. 장기 전력계약을 통해 전력망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김 이사는 이를 두고 “데이터센터 비용을 누가 어디까지 부담할 것인지가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 조호르는 또 다른 사례다.싱가포르가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한했던 시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와 입지 여건을 바탕으로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성장했다. 조호르에서는 데이터센터를 실제로 운영할 수 있는 전력 등 공급 조건을 갖췄는지, 에너지 효율 기준을 충족하는지가 주요 정책 요건으로 부상했다.

아일랜드는 정반대의 고민을 보여준다.유럽과 미국을 잇는 해저케이블을 기반으로 미국 빅테크의 유럽 거점으로 성장했지만, 데이터센터가 몰리면서 전력망이 병목으로 떠올랐다. 더블린에서는 신규 전력망 접속이 제한되면서 데이터센터 추가 건설에도 제약이 생겼다.

아랍에미리트(UAE)는 국가 주도형 데이터센터 정책의 사례로 제시됐다. 김 이사는 20개 이상 지역의 정책을 분석한 결과 비용 부담, 전력 확보, 입지 선정 문제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고 지적했다.신규 데이터센터는 전력을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도록 요구하는 등 전력 안정성과 탈탄소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전력이 준비된 곳에 데이터센터를 지어야 한다”​는 접근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이 부족한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먼저 짓고 전력망이 따라오기를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라, 사업자가 필요한 전력을 직접 확보하도록 요구하는 흐름이다.

데이터센터 입지를 분산하는 움직임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은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에 집중된 데이터센터를 다른 지역으로 분산해 지역별 전력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역시 수도권에 집중된 데이터센터 수요를 비수도권으로 분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이터센터를 지을 땅과 통신망뿐 아니라, 그곳까지 전력을 끌어올 전력망과 발전원까지 동시에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패널토론에서도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망 부담과 비용 분담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제시됐다.신동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 전력망 병목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별 차등 요금제를 보다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데이터센터가 특정 지역에 집중되면서 발생하는 전력망 투자 비용이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한편, 지역별 전력 여건을 데이터센터 입지 결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편 이날 오후 3시에는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메가프로젝트 제3차 민관합동 점검회의’가 열려 반도체·피지컬AI·AI데이터센터 등 주요 프로젝트의 추진 현황을 점검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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