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부가 ‘박리다매’ 굴 양식, 고부가 ‘후리소매’로 업그레이드
경남형 자율관리 굴 양식체계 구축
과밀양식 줄여 ‘양 보다 질’에 집중
표준 시설량 준수 어가에 인센티브

국내산 생굴 유통량의 80% 상당을 공급하는 경남 굴 양식 업계가 갈수록 쪼그라드는 시장 흐름에 맞춰 생산 전략을 바꾼다. 공급과잉으로 헐값에 팔리지 않도록 양보다 질에 집중해 제값을 받는 방식이다. 이익을 적게 보고 많이 파는 ‘박리다매’를 넘어 적게 팔아 이윤을 크게 남기는 ‘후리소매’를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경남도는 29일 굴수하식수협에서 통영·거제·고성·남해 4개 시군 어민 대표와 ‘경남형 자율관리 굴 양식체계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굴 양식장 과밀 시설과 과잉생산으로 인한 품질 저하, 가격 하락 등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고, 생산량 확대 중심 양식방식에서 적정 생산과 품질 중시 양식으로 전환을 꾀하기 위한 첫 단추다.

그러나 무리한 시설 확장과 밀식으로 인한 먹이생물 부족, 성장 지연, 질병 확산 등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소비는 줄어드는데 생산량은 늘고 출하 시기도 특정 시점에 집중되면서 가격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수협 위판장 기준으로 2022년 kg당 9758원이던 알굴 단가는 지난해 8593원으로 떨어졌다. 불과 3년 사이 11.9%나 하락한 것이다. 반면 인건비, 자재비 등 생산 단가는 올라 어민들 경영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이에 경남도는 어민 스스로 적정 시설량과 입식기준을 준수하고 행정기관과 수협이 이를 지원하는 ‘자율관리 양식체계’를 마련했다. 일방적인 규제 대신 어민 스스로 생산량과 어장환경을 함께 관리한다는 게 핵심이다. 협약서에는 △양식장 면허구역 준수 △적정 시설량 및 입식량 준수 △질병 및 재해 피해 최소화를 위한 공동 노력 △지자체와 굴수하식수협 현장 점검 및 지도·홍보 강화 △표준 시설량 준수 어가에 대한 행정·재정적 지원 등이 담겼다.

협약식에는 경남도 해양수산국장을 비롯해 통영시·거제시·고성군·남해군 담당국장, 지역별 어민 대표와 굴수협 임직원이 참석해 적정 생산과 어장 관리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경남도는 이번 협약이 양식 환경을 개선해 질병과 폐사 피해를 예방하고 적정 생산을 통한 품질 향상과 수급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 지자체, 수협과 함께 표준 시설량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현장 의견을 반영해 자율관리 체계를 보완하기로 했다. 특히 기준을 성실히 준수하는 어가에 대해선 각종 지원사업과 연계한 인센티브 제공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경남도 이상훈 해양수산국장은 “굴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생산량을 늘리는 것보다 적정 생산을 통해 품질과 어장환경을 함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율관리 체계가 잘 정착하도록 현장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