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근의 독서출판] ‘출판유통 통합전산망’ 활성화 방안은?

백원근(독서출판평론가) 대기자 2026. 9. 2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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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서교육신문 백원근(독서출판평론가) 대기자]

출판유통 통합전산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단독]130억 들인 출판유통전산망, 신간 4권 중 3권 외면·베스트셀러 절반 이상 미등록, <경향신문>, 2026.9.20.). 국회 문화체육관관광위원회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자료를 받아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발행 신간 도서 7만 4,654종 가운데 출판유통 통합전산망에 등록된 책은 22.85%인 1만 7,057종에 머물렀다. 신간 4권 중 1권 정도만 등록되어 있는 실정을 보여준다. 지난해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50위까지의 기준으로는 23종의 도서만 등록되어 있다. 2021년 9월에 정식 개통한 이후 만 5년이 되었지만 도서 정보의 등록률 상승은 아직까지 더딘 현실이다.

출판유통 통합전산망은 출판사가 책에 관한 기본 정보인 ISBN(국제표준도서번호), 서명, 저자명, 가격 등의 메타데이터를 입력하면, 유통사와 서점이 이를 기본 정보로 활용해 책을 판매하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판매데이터를 출판사 등이 활용한다는 점에서 출판산업의 기간 인프라이자 공유자산으로 볼 수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운영한다. 국립중앙도서관의 납본 시스템과 연동되어 있고, 출판사는 판매 정보 확인은 물론이고 보도자료 제공 등 부차적인 용도로도 활용한다.

현재 출판유통 통합전산망에서는 주요 유통사(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영풍문고) 및 일부 지역서점(8월 말 기준 440곳)에서의 판매데이터와 도매상(북센, 한국출판협동조합) 보유 재고 수량 등을 제공한다. 출판사는 기간별, 유통사별로 특정 도서의 판매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메타데이터를 작성해 등록하면 개별 유통사에도 전송이 가능해 중복 업무가 줄어든다. 유통사 입장에서도 도서정보 등록에 수반되는 인력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발행 예정 도서 정보는 서점과 도서관의 주문 또는 수서 목록으로 활용된다. 도서관 수서에 활용되는 도서 정보(MARC) 데이터와 각종 도서목록을 함께 제공하는 점도 눈에 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전산망을 운영하는 데 투입된 국고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약 141억 원정도로 막대하다. 전액 정부 예산으로 구축‧운영하는 사업비 대비 활용률이 너무 저조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출판사들의 활용률이 낮은 것은 출판사들이 메타데이터 입력 절차에 많은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존 주요 거래처들의 시스템에 입력한 정보를 재입력하는 것에 따른 실무적 부담과 함께, 출판유통 통합전산망 등록에 따른 이익은 체감할 만큼 크지 않은 반면 미등록에 따른 불이익이 없어서 이런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정보 등록의 절차적 불편함보다 기대효과가 훨씬 크다면 이제 출판사들의 동의를 바탕으로 합리적 제도화를 도모할 단계다. 출판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보의 축적과 활용 측면에서 도서 정보(메타데이터)의 플랫폼 입력 과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 영역이다.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더 의미 있는 출판시장 정보를 산출할 수 있고, 참여 출판사들은 자사의 판매 정보는 물론이고 출판 기획과 증쇄의 판단, 시장 분석 등에서 다양한 데이터 활용 폭이 커질 것이다. 원론적으로는 모든 출판사가 참여할 법한 출판유통 통합전산망을 이용하는 출판사가 적다면 원인 분석을 바탕으로 출판문화산업의 기간 인프라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겠다.

그렇다면 출판유통 정보 인프라 구축을 통한 관련 업계의 경영 합리화, 판매 정보 등 출판시장 통계 생산을 위해 출범한 출판유통 통합전산망은 현재 출판유통 플랫폼으로서 얼마나 기능을 하고 있을까. 현재 전산망 가입 출판사가 4,260곳이니 전체 활동 출판사(<2025년 출판산업 실태조사> 수록 데이터 기준 10,271곳)의 40% 이상이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자율 권장 비율로는 결코 적은 비율이 아니다. 출판사의 등록 및 활용도 제고를 위한 개선책을 몇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출판단체 협의를 거쳐 통합전산망 가입을 법제화하거나 유통사들이 선제적으로 거래 조건의 하나로 통합전산망 데이터 활용을 추진하는 방안이다. 영화나 공연 분야는 이미 법제화를 통해 그 실효성을 검증했기에, 출판사의 통합전산망 메타데이터 등록 의무화는 사실상 정책 결단의 문제에 가깝다. 법적 의무화에 부담이 있을 경우 국내 출판사들의 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유통사들(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등)에서 출판유통 통합전산망에 등록한 메타데이터를 이용하는 것만으로 그와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화산업 분야의 선행 법제화 사례들을 보면, 영화 분야의 경우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운영을 위해 영화진흥법(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39조에서 영화진흥위원회의 전산망 운영 의무, 영화관의 전산망 가입 및 입장권 판매 정보 전송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공연 분야는 공연법 제4조에서 공연장 운영자와 공연 입장권 판매자 등의 '공연예술 통합전산망'을 이용한 입장권 판매 정보 제공을 의무화하고 있다. 현재 공연예술 통합전산망을 운영하는 전담 기관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이다.

둘째, 출판유통 통합전산망의 통계 발표 방식이 진화되기를 바란다. 현재 공표되는 판매 통계로는 기간별(일별/월별/연도별) 판매 종수와 판매 부수, 판매 금액을 검색할 수 있다. 판매 채널별(유통 경로별)로 온라인, 오프라인 대형서점, 지역서점의 판매량과 판매 금액도 알 수 있다. 20개 주제 분류별(출판 분야별) 판매량과 판매 금액 및 추이, 주제 분류별 월간 판매량(상위 50위까지), 성별‧연령별‧지역별 독자 통계, 도서관 대출 통계, 매월 '화제의 책 200선'이라는 이름으로 베스트셀러 200위권까지의 종합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제 표준의 주제 분류 기준(Thema)이라고는 하지만 도서 분류의 정합성을 고려하여 분야별 명칭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주제 분야별 대분류 명칭은 '어린이, 청소년, 학습'이 한 묶음으로 묶이기보다는 각각을 분리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또한 중분류에서 어떤 분야는 너무 세분화되어 있고(소설, 컴퓨터‧정보기술 등), 다양한 장르 분류는 있지만 정작 필요한 중분류나 특수분류는 없는 경우(한국소설과 외국소설의 분류 구분)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언어, 경제, 역사, 철학‧종교 등은 다른 분야와 달리 중분류가 적어 통계 활용의 유용성이 매우 떨어진다. 또한,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매월 정리해서 알리는 '화제의 책 200선'의 실용적 재분류(예 : 문학, 비문학, 참고서, 어린이/청소년, 그림책 등)가 요청된다. 평면적인 판매데이터 리포트에서 나아간 출판 분야별 심층 트렌드 분석도 필요하다.

셋째, 종이책 이외의 전자책 및 오디오북에 대한 판매데이터가 확충되어야 한다. 현재는 종이책 데이터만 취급하고 있지만, 중요한 출판 형태인 전자책과 오디오북의 시장 통계가 없다면 매우 불완전하다. 출판시장 총규모와 분야별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다. 물론 전자책의 경우 유통 채널이 다양하여 쉽지 않은 일이지만 주요 플랫폼부터 점진적인 집계 대상 확대가 불가결하다.

넷째, 검색 기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당초 출판유통 통합전산망이 표방한 기대효과 중 하나가 "메타데이터 마케팅을 통한 책의 발견성 강화"였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책의 특성을 보여주는 주요 키워드들을 출판사가 사전에 다양하게 입력하고, 다양한 여건의 독자들이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테면, 한강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소년이 온다』는 노벨문학상, 광주민주화운동 등 어떤 검색어를 입력해도 '발견'되지 않는다. 이 기능만 활성화되어도 독자 개발과 책의 발견 가능성 제고를 위한 최고의 서비스가 될 것이다.

출판유통 통합전산망은 특정 도서의 판매량부터 유통‧판매 중인 모든 책을 포함한 출판시장 전체의 판매 통계와 동향을 파악하려는 목적이 크다. 일부 목적은 성취했지만, 가입 출판사 비율이 아직까지 낮은 데서 알 수 있듯이 개선의 여지도 많다. 해당 출판사만 알 수 있는 특정 도서의 판매량을 저자와 서점, 독자들도 공유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요청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이것이 가능해지면 각종 판매데이터 활용으로 출판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고 산업 내에서의 활용도가 대폭 확대될 것이다. 출판유통 통합전산망이 출판산업 성장의 정보 엔진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혁신과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