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지도 못하게 석고로 떠”…한국 망명하려던 北해커 강제 북송

이가영기자 2026. 9. 2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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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北대사관 지하감옥에 1년 감금
中 조사 뒤 북한 측에 넘겨져 취조
항공편 재개되자 전신 깁스·휠체어 북송
TJWG "북송 뒤 사망…'안전대표'가 송환 지휘"
주중 북한대사관 내 '비밀감옥' 장소로 지목된 건물.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제공

중국에서 활동하던 북한 해커가 한국으로 망명을 시도하다 붙잡힌 뒤 주중 북한대사관의 '지하 감옥'에 약 1년간 갇혀 취조를 받고, 이른바 '전신 깁스' 상태로 강제 북송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29일 북한 인권조사기록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이 발표한 보고서 '북한의 초국가적 인권 탄압: 중국'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 있는 주중 북한대사관 영사부 건물 지하에 비밀 감옥을 두고 탈북이나 망명을 시도한 자국민을 감금·취조한 뒤 강제 송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는 대표적인 사례로 북한 해커 배용주(당시 38세)를 소개했다.

평양에서 태어나 대남공작원을 양성하는 마동희군사대학을 졸업한 배씨는 중국으로 파견돼 가상자산 탈취와 한국 정부기관·중국 군사기관 해킹 등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한국으로 망명하기 위해 중국 내몽골에서 국경을 넘으려다 중국 당국에 체포됐다. 중국 측에서 약 6개월간 조사를 받은 배씨는 북한 측에 넘겨졌고, 이후 베이징 주중 북한대사관으로 옮겨져 지하 감옥에서 약 1년간 가혹한 취조를 받은 것으로 TJWG는 파악했다.

배씨의 북송은 코로나19로 끊겼던 평양~베이징 항공 노선이 재개된 2023년 8월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배씨의 도주와 저항을 막기 위해 온몸을 석고로 고정한 뒤 환자로 위장해 휠체어에 태워 비행기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북 사업가는 TJWG에 "못 움직이게 관절 같은 곳을 묶어 석고로 아예 떠서 소리도 못 지르게 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게 했다"고 증언했다.

TJWG는 그동안 배씨에게 추가 탈북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사건 공개를 보류해 왔다. 그러나 내부 제보자를 통해 배씨가 북한에서 사망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이번 보고서에서 실명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배씨 사례가 북한이 해외에서 이탈하거나 망명을 시도하는 자국민을 추적해 붙잡는 이른바 '북한판 여우사냥'의 실태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작전을 총괄하는 인물은 북한 국가정보국에서 해외 공관에 파견한 '안전대표'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전대표는 공식적으로는 영사 직함을 사용하지만 외무성 소속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정보기관 소속 고위 간부로, 이탈한 북한 주민의 추적과 체포, 취조, 송환 등을 지휘한다고 TJWG는 설명했다.

북한 측 자체 정보망으로 도망자의 소재를 찾기 어려울 경우 마약이나 총기 소지 등 범죄 혐의를 씌워 중국 경찰에 체포 협조를 요청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표적이 붙잡히면 대사관 등에 구금해 취조하고 결과를 평양에 보고한 뒤 지시에 따라 북한으로 송환하는 방식이다.

TJWG는 북한 기관원이 중국 당국에 알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체포에 나서는 경우뿐 아니라 중국이 이를 알고도 묵인하거나 중국 당국이 직접 추적·체포와 신병 인계에 협력하는 사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TJWG는 "북한의 초국가적 인권 탄압은 심각한 국제 범죄이자 인권 침해일 뿐만 아니라 중국의 사법주권과 적법 절차도 훼손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중국 당국의 묵인·방치 여부를 지속적으로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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