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와이프 – 이름을 지운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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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언가를 끝내고 나면 그 결과에 자신의 이름을 남긴다. 그런데 평생 글을 쓰고도 자신의 이름을 남기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젊은 시절 작가를 꿈꾸었던 그녀는 1950년대, 여성 작가가 좀처럼 인정받지 못하던 현실과 마주한 뒤 자신의 이름 대신 남편의 이름으로 글을 쓰는 길을 택한다.
자신의 글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남편의 이름 뒤에 숨었고,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이 원하는 글을 계속 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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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작가 조지프 캐슬먼은 어느 날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는다. 아내 조앤은 남편을 축하하지만, 스톡홀름에서 그를 향한 찬사가 이어질수록 표정은 점점 굳어진다. 조지프의 이름으로 세상에 나온 작품 대부분을 실제로 써온 사람은 조앤이었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 작가를 꿈꾸었던 그녀는 1950년대, 여성 작가가 좀처럼 인정받지 못하던 현실과 마주한 뒤 자신의 이름 대신 남편의 이름으로 글을 쓰는 길을 택한다. 물론 시대의 벽은 높았지만 그것만으로 조앤의 긴 세월을 모두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녀는 억압받은 사람이면서 동시에 실패와 외면이 두려워 보다 안전한 길을 택한 사람이기도 했다. 자신의 글이 세상에 읽히기를 원했던 조앤에게는 조지프의 이름이 필요했고, 작가로 성공하고 싶었던 조지프에게는 조앤의 재능이 필요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사랑과 열등감, 의존과 지배가 뒤엉킨 하나의 거대한 비밀을 함께 만들어간다.
이 복잡한 관계를 끝까지 붙잡아 주는 것은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다. 글렌 클로즈는 큰 몸짓이나 격한 감정 표현 없이 남편을 바라보는 눈빛과 미세하게 굳어지는 표정만으로 사랑과 분노, 자부심과 모멸감을 동시에 보여준다. 사람들 앞에서는 완벽한 '거장의 아내'로 미소 짓다가 둘만 남았을 때 감정이 새어나오는 순간들이 특히 인상적이다. 조너선 프라이스 역시 허영심 많고 이기적이면서도 아내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조지프를 단순한 악인으로 만들지 않는다. 다만 작품의 서사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젊은 시절 몇몇 장면만으로 조앤이 자신의 이름을 포기한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은 다소 단순하고, 마지막 조지프의 갑작스러운 죽음 역시 두 사람이 평생 쌓아온 갈등을 충분히 밀어붙이기보다 급하게 정리한다는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영화가 기억에 오래 머무는 까닭은 결국 조앤이라는 인물의 복잡함에 있다.
조앤은 시대의 한계에 가로막힌 사람이지만, 동시에 그 거짓에 스스로 참여한 사람이기도 하다. 자신의 글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남편의 이름 뒤에 숨었고,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이 원하는 글을 계속 쓸 수 있었다. 조지프의 성공은 어느 순간 조앤에게도 쉽게 버릴 수 없는 자신의 성공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영화의 제목이 조앤이 아니라 '더 와이프', 즉 '아내'라는 사실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세상은 오랫동안 그녀를 한 사람의 작가가 아니라 위대한 작가의 아내로 기억해 왔다. 조앤의 가장 큰 비극은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했다는 데 있지 않다. 수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끝내 자신의 이름으로 된 삶을 살지 못했다는 데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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