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예술계 큰손 마리사, 예술·미식·교육을 하나로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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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며느리가 태국 최대 기업의 안주인이 되더니, 이번엔 폐허가 된 출판사와 국립공원 인근 숲을 통째로 미술관으로 바꿔놓았다.
쿤스트할레는 화재로 20여 년간 방치된 인쇄소를 개조한 공간이고, 카오야이는 국립공원 인근 숲에 작품을 조성한 야외 미술관이다.
"영역을 넓히기보다 내용을 깊게 하는 데 몰두했다. 방콕 쿤스트할레는 영상, 사운드, 건축, 퍼포먼스로 태국과 해외 예술가를 연결해왔다. 특히 젊은 예술가와 큐레이터에게 실험의 장을 제공하는 '오픈 그라운드'가 대표적이다."
"태국은 '천성적으로 창의적인 사회'라는 자산을 지녔지만, 재능만으로는 부족하다. 예술가에게는 교육·멘토·국제 네트워크 같은 장기적 생태계가 필요하다. 이것이 내가 미술관을 만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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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야이 아트 창립자, 마리사 체라바논트
방콕 쿤스트할레·카오야이 아트 포레스트 조성
예술·교육·생태·미식 아우르는 문화 후원 활동 전개
태국 예술 생태계 강화 및 한국과 문화예술 교류 확대
한국 며느리가 태국 최대 기업의 안주인이 되더니, 이번엔 폐허가 된 출판사와 국립공원 인근 숲을 통째로 미술관으로 바꿔놓았다. 카오야이 아트 창립자 마리사 체라바논트 얘기다. 아르떼가 서면으로 그와 인터뷰했다.
방콕에서 차로 세 시간, 약 86만㎡에 달하는 카오야이의 숲 사이로 나카야 후지코와 리처드 롱의 작품이 자리한다. 폐허가 된 인쇄소는 태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공간 ‘쿤스트할레’로 다시 태어났다. 이 프로젝트를 현실로 만든 이가 바로 마리사 체라바논트, 태국 대표 기업 CP그룹(Charoen Pokphand Group) 특별고문이다. 그는 자신을 아트 컬렉터가 아니라 예술을 나누는 사람(art sharer)이라고 소개한다.

CP그룹 수석회장 다닌 체라바논트와 결혼해 귀화한 그는 태국 문화에 매료됐다. 이후 오랫동안 예술, 교육, 미식 후원에 헌신해왔다. 방콕 쿤스트할레와 카오야이 아트 포레스트는 그 결실이다. 쿤스트할레는 화재로 20여 년간 방치된 인쇄소를 개조한 공간이고, 카오야이는 국립공원 인근 숲에 작품을 조성한 야외 미술관이다. 두 곳 모두 태국을 대표하는 문화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테이트 모던 아시아태평양 작품 수집 위원회에서 활동해왔다. 홍콩 M+와 뉴욕 뉴 뮤지엄 설립 과정에도 참여했다. 이 경험을 통해 아시아 예술가의 목소리가 현대미술사 속 마땅한 자리를 확보하는 일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태국에는 리크리트 티라바니자, 아피찻퐁 위라 세타쿤 등 세계적 스타 미술가가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기관과 정책은 부족했다. 그래서 그녀는 예술을 중심으로 교육과 미식 후원을 오랫동안 해왔다. 2025년 그가 이끄는 ‘셰프 케어스Chef Cares’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태국 총리와 국가 리셉션을 공동 주최하기도 했다. 최근 그의 활동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돌봄(care)’이다.
▶ 올해는 어떤 활동에 집중했나?
“영역을 넓히기보다 내용을 깊게 하는 데 몰두했다. 방콕 쿤스트할레는 영상, 사운드, 건축, 퍼포먼스로 태국과 해외 예술가를 연결해왔다. 특히 젊은 예술가와 큐레이터에게 실험의 장을 제공하는 ‘오픈 그라운드’가 대표적이다.”
▶ 교류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달라.
“문화적 자선은 곧 ‘교류’다. 카오야이 아트 포레스트에서는 대지 자체에 관심을 기울여 생태계를 복원하고, 예술가와 농부·학교·지역사회가 협력한다. 학생과 주민이 나무를 심는 등 숲이 성장하는 과정의 일부가 되도록 힘쓴다.”

▶ 최근 감동받은 작품이 있다면?
“부수이 아자우의 ‘불의 보존’이다. 아카족과 협력해 직물, 건축, 장인 정신을 아우른 이 작품은 삶의 방식을 보존하는 이야기다. 문화는 사람들이 계속 실천하고 전수할 때 비로소 생명력을 이어간다.”
▶ 카오야이에서 특히 인기 있는 작품?
“루이즈 부르주아의 ‘마망’은 개관 초기 중요한 화제를 낳았다. 나카야 후지코의 ‘안개 숲’은 온습도에 반응해 매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프란체스코 아레나의 ‘GOD’는 두 개의 돌에 새긴 글자가 맞붙으면 사라지는 작품이고, 리처드 롱의 ‘마드리드 서클’은 언덕을 올라야 다다를 수 있어 걷는 행위 자체가 명상이 된다. 내년에는 다양한 시간대에 작품을 경험할 간이 숙소도 마련할 예정이다.”
▶ ‘예술을 통한 치유’를 직접 경험한 적이 있나?
“코로나19로 세계가 멈춰 섰던 시기, 자연을 걷기 시작하며 내면이 차분해졌다. 그 경험이 카오야이 아트 포레스트의 씨앗이 됐고, 예술을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 미술관의 건축 철학은 무엇인가?
“두 곳 모두 한 걸음 물러설 줄 아는 건축을 지향한다. 카오야이는 ‘무엇을 지을까’가 아니라 ‘이 장소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를 먼저 물었다. 방콕 쿤스트할레는 화재로 버려진 인쇄소의 그을린 흔적과 세월의 질감을 그대로 보존했다.”


▶ 예술·교육·미식을 어떻게 하나로 연결하나?
“모든 것은 감사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방콕 쿤스트할레의 교육은 예술가와 대화, 음악, 음식이 어우러지는 과정을 통해 이뤄지고, 카오야이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나무를 심으며 체험적으로 배운다.”
▶ 미식 후원 활동도 눈에 띈다.
“음식은 사람을 하나로 모으는 매개체다. 셰프 케어스를 통해 태국과 해외 미쉐린 셰프(한국의 강민구·조희숙 셰프 등)와 협력하며, 미식이 문화적 가치와 사회적 영향력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
▶ 관심 있게 지켜보는 글로벌 문화 예술 흐름이 있다면?
“홍콩이 아시아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부상하던 시기를 지켜봤고, 오늘날 서울에서 비슷한 흐름을 느낀다. 아트페어가 중요한 이유는 예술가의 작품 뒤에 그 가치를 지지하는 생태계가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 태국 문화계의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나?
“태국은 ‘천성적으로 창의적인 사회’라는 자산을 지녔지만, 재능만으로는 부족하다. 예술가에게는 교육·멘토·국제 네트워크 같은 장기적 생태계가 필요하다. 이것이 내가 미술관을 만든 이유다.”

▶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과의 협업은 어떤 의미가 있나?
“한국은 나의 모국이며, 한국과 태국은 서로 배울 점이 많다. <경계에서 함께 바라보기>전에서는 태국 작가 아라야 라스잠리안숙과 한국의 이양희·정연두 작가가 함께했다. 강릉의 대형 산불과 화재로 버려졌던 쿤스트할레 건물 사이에는 예상치 못한 정서적 연결 고리가 있었다.”
▶ 앞으로의 계획은?
“훗날 태국 출신의 위대한 예술가가 이곳을 방문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그때 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하는 것, 그것이 내 작은 꿈이다. 두 미술관이 그런 순간을 선사할 수 있다면 국제적 명성보다 더 지속적인 가치를 실현한 것이라고 믿는다.”
이소영 프리랜서 미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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