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채용 '기지개' 켰지만…청년 63% "여전히 좁은 문"

민지형 기자 2026. 9. 2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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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500대 기업 51% 하반기 채용계획 수립"
경총 조사, 청년 81% "정년연장, 신규채용 줄 것"


올해 하반기 대기업 신규채용 계획 수립 비중이 전년보다 늘며 채용 시장에 다소 온기가 도는 듯 하지만, 청년 10명 중 6명은 여전히 취업 시장이 어렵다고 느꼈다. 경력직 위주 채용과 인공지능(AI) 확산에 법정 정년연장 논의까지 겹치면서 청년층의 고용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121개사 응답)을 조사한 결과를 29일 공개했는데, 올해 하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을 세운 기업은 51.2%로 지난해 하반기(37.2%)보다 14.0%포인트 늘었다. 계획이 '미정'인 기업은 38.0%에서 28.1%로, '없음'은 24.8%에서 20.7%로 각각 줄었다. 계획을 세운 기업 가운데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는 곳은 25.8%로 1년 새 12.0%포인트 감소했다. 다만 늘리겠다는 기업은 24.2%로 지난해(24.4%)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채용이 늘었다기보다는 축소 흐름이 멈춘 쪽에 가깝다.

채용 방식에서는 공채가 되살아났다. 공채와 수시채용을 병행하겠다는 기업은 54.9%로 17.1%포인트 늘었고, 수시채용만 하겠다는 기업은 14.5%로 9.9%포인트 줄었다. 병행 기업의 채용 인원 중 공채 비중도 43.5%에서 62.7%로 뛰었다. 한경협은 기업들이 대졸 신입 평가 때 '조직적합성'(23.4%)을 가장 중시하는 만큼 직무 역량과 함께 협업·적응력까지 보려는 수요가 공채 확대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업종별 온도차는 컸다. 채용계획이 없거나 정하지 못한 기업 비중은 도소매(71.5%), 건설·토목(61.5%), 유통·물류(55.5%) 순으로 높았다. 내수와 건설 경기 회복이 더딘 때문으로 비친다.

다만 청년들의 체감은 '딴판'이라는 조사가 같은날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20~34세 구직자·취업자 1052명을 조사한 '청년 취업 트렌드 설문조사'를 공개했는데, 응답자의 62.9%가 최근 취업 시장이 '어렵다'고 답했다. '매우 어렵다'도 31.0%에 달했다. 기업들이 공채를 늘리고 있다는 조사와 달리, 청년들은 어려운 이유로 '경력자 중심 채용 가속화'(49.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전년 대비 채용 감소'(49.2%), 'AI 활용 등에 따른 인력 수요 감소'(49.1%)도 비슷한 비율이었다(복수응답). 내년 신규채용이 올해보다 줄 것이란 전망은 57.0%로, 늘 것이란 응답(5.2%)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법정 정년연장이 추진되면 기업의 신규채용이 줄 것이라는 응답은 81.0%에 달했다. 경총이 지난해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70.8%)보다 10.2%포인트 높다. 채용 감소가 가장 클 곳으로는 대기업(31.6%)과 공공기관(29.9%)이 꼽혔다.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일자리가 공무원·공공기관(30.2%)과 대기업·중견기업(29.3%)이라는 점에서, 가고 싶은 일자리일수록 정년연장의 충격이 클 것으로 본 셈이다.

직장 선택 기준으로는 급여 수준(66.6%)이 압도적이었고 고용 안정성(46.0%)이 뒤를 이었다. 비수도권 청년은 공무원·공공기관(33.3%)을 대기업·중견기업(24.1%)보다 9.2%포인트 더 선호했고, 취업 과정의 어려움으로 '일경험·경력 부족'(53.6%)을 1순위로 꼽았다. 지역에 경력을 쌓을 일자리 자체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보인다.

해법으로는 기업과 청년 모두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기업들은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고용 유도(30.6%)와 고용 증가 기업에 대한 세제·재정 인센티브 확대(21.5%)를 꼽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본부장은 "통합고용세액공제 확대 등 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이 투자·고용 여력을 확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경협에 따르면 현재 세제개편안에서는 대기업을 통합고용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청년들은 취업 인프라 확충(49.6%)과 청년 채용 기업 지원 강화(49.2%)를 요구했다. 류기정 경총 총괄전무는 "법정 정년연장 시 청년 채용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매우 큰 만큼 법정 정년연장 추진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지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