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내 예금을 5% 계좌로 옮긴다면?…월가 ‘에이전트 뱅크런’ 경고

최현정 기자 2026. 9. 2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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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더 높은 금리를 찾아 소비자의 예금을 대신 옮겨주는 시대가 오면 은행의 수익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연 0.1% 수준의 계좌에 머물던 돈을 AI 에이전트가 연 5% 가까운 계좌로 자동 이동시키면 은행이 대출 재원으로 활용해온 저원가 예금이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슬록은 "모든 가구가 현금 잔액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AI 에이전트를 사용한다면 은행들은 대출 재원으로 활용하는 저원가 예금의 상당 부분을 잃을 수 있다"며 "이는 전체 금융시스템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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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2026년 9월 2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서 열린 ‘메타 커넥트’ 행사에서 AI 비서 ‘뮤즈(Muse)’ 관련 기기를 선보이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인공지능(AI)이 더 높은 금리를 찾아 소비자의 예금을 대신 옮겨주는 시대가 오면 은행의 수익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연 0.1% 수준의 계좌에 머물던 돈을 AI 에이전트가 연 5% 가까운 계좌로 자동 이동시키면 은행이 대출 재원으로 활용해온 저원가 예금이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토르스텐 슬록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전날 ‘에이전트 뱅크런이 오는가(Is an Agentic Bank Run Coming?)’라는 제목의 분석 자료에서 AI 에이전트가 금융시스템에 새로운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슬록은 “모든 가구가 현금 잔액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AI 에이전트를 사용한다면 은행들은 대출 재원으로 활용하는 저원가 예금의 상당 부분을 잃을 수 있다”며 “이는 전체 금융시스템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0.1% 계좌 대신 5% 찾아주는 AI

슬록이 주목한 것은 은행 예금금리의 차이다. 미국 당좌예금의 전국 평균 금리는 약 0.1%지만 일부 핀테크와 온라인 금융상품은 연 3.3~5%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소파이(SoFi)가 예금에 연 4.5%를 제공하는 사례 등을 들었다.

지금까지는 더 높은 금리를 주는 계좌가 있어도 많은 고객이 기존 은행에 돈을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았다. 금리를 비교하고 계좌를 바꾸는 일이 번거로운 데다 소액의 이자 차이를 위해 직접 움직이지 않는 고객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AI 에이전트가 확산하면 이런 ‘고객의 관성’이 약해질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에브라힘 푸나왈라 애널리스트는 “챗봇은 고객에게 현재 받는 금리가 너무 낮다고 알려줄 수 있지만 에이전트는 남는 자금을 찾아내고 수익률을 비교한 뒤 실제 행동까지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슬록은 이런 상황을 ‘에이전트 뱅크런’이라고 표현했다. 은행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돈을 빼는 전통적인 뱅크런과는 다르다. AI가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예금을 자동으로 옮기면서 은행의 저금리 예금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상황을 뜻한다.

● 은행의 저원가 예금이 빠지면 무슨 일이 생길까

은행에서 예금은 단순히 고객이 맡긴 돈에 그치지 않는다. 은행은 비교적 낮은 금리로 조달한 예금을 대출에 활용하고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에서 수익을 낸다.

마켓워치는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자료를 토대로 미국 은행권의 거래계좌 규모가 약 8조3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전했다. 전체 예금 가운데 약 20%는 이자를 전혀 지급하지 않는 계좌다.

AI가 높은 금리를 찾아 예금을 대거 이동시키면 은행들은 고객을 붙잡기 위해 더 높은 예금금리를 제시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마켓워치는 약 10조 달러 규모의 예금에 지급하는 금리를 높인다고 단순 가정할 경우 연간 2000억~3000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생길 수 있다고 추산했다. 미국 은행들이 지난해 벌어들인 전체 이익 2960억 달러와 비슷한 규모다.

물론 은행이 이 비용을 그대로 떠안을 가능성은 낮다. 예금금리를 올리는 대신 대출금리를 높이거나 위험도가 높은 대출을 줄이고, 비용을 아끼기 위해 합병에 나설 수 있다고 마켓워치는 분석했다.

미국 은행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비슷한 유형의 비용 충격을 경험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일부 은행이 무너졌지만 대부분은 예금금리와 대출 구조를 조정하며 대응했다.

● 아직 AI가 돈을 직접 옮기는 단계는 아니다

‘에이전트 뱅크런’은 아직 현실화한 현상이 아니다. AI 에이전트가 금융업무까지 본격적으로 대신하게 될 경우를 가정한 경고에 가깝다.

블룸버그는 최근 메타의 AI 비서 ‘뮤즈(Muse)’가 빠르게 인기를 얻으면서 이런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뮤즈는 출시 이후 앱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뮤즈는 현재 이용자의 계좌 잔액과 거래 내역, 투자자산 등을 확인할 수 있지만 직접 돈을 이체하는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AI 에이전트가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확산할지, 소비자가 자신의 금융계좌를 어디까지 AI에 맡길지도 아직 알 수 없다.

시장은 관련 우려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주 JP모건체이스와 웰스파고 주가는 하루에 각각 3% 넘게 떨어졌다. 다만 당시 장기 국채금리도 함께 오르고 있어 은행주 하락을 AI 에이전트 우려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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