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 ‘언제’보다 중요한 ‘어떻게’ [광장 노동산책]

2026. 9. 2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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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크레바스가 벌어지고 있다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정부는 법정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노동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예고했다. 당시 기업들은 서둘러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고, 그 설계의 조급함은 이후 수년간 이어진 법적 분쟁으로 돌아왔다.

노동계는 법정 정년 65세의 일괄 상향을 요구하면서도 임금체계 개편을 전제로 하는 방식에는 반대한다.

당시 기업들이 정년 연장에 수반되는 임금체계 개편을 충분한 법적 검토 없이 서둘러 도입했듯이, 이번에도 입법 압박에 쫓겨 설계가 부실한 임금 조정이 남발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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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승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소득 크레바스가 벌어지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정부는 법정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는 고령자고용법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노동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예고했다. 당시 기업들은 서둘러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고, 그 설계의 조급함은 이후 수년간 이어진 법적 분쟁으로 돌아왔다. 2022년 대법원은 대상조치를 갖추지 못한 임금피크제는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며, 그 설계의 허점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역사는 반복된다. 이제 우리는 법정 정년을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논의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배경은 명확하다. 2024년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2033년까지 65세로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반면 법정 정년은 여전히 60세에 묶여 있어 최대 5년의 소득 공백—이른바 ‘소득 크레바스’—이 발생하고 있다. 이 구조적 공백을 메우는 것이 입법 추진의 핵심 동인이다.

[제미나이]
‘65세’를 둘러싼 복잡한 셈법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는 2029년부터 2년마다 1세씩 정년을 높여 2037년 65세에 도달하는 안을 잠정 결론으로 가져가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보다 훨씬 더 복잡한 쟁점은 ‘어떻게’다.

노동계, 경영계, 청년층의 입장은 각기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노동계는 법정 정년 65세의 일괄 상향을 요구하면서도 임금체계 개편을 전제로 하는 방식에는 반대한다. 경영계는 정년 연장 자체보다 퇴직 후 재고용 방식과 임금체계 개편의 병행을 선호하며,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시 요구되는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의견 청취’로 완화하는 절차적 특례를 요구하고 있다. 청년층은 정년 연장이 신규 채용을 잠식할 것을 우려한다. 세 개의 나침반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상황에서 입법자는 방향을 잡아야 한다.

현재 논의되는 입법안은 이 복잡한 이해관계를 절충하기 위해 두 가지 장치를 함께 담고 있다. 하나는 정년 연장 구간에 한해 임금 조정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대상에서 제외하는 한시적 특례이고, 다른 하나는 사용자가 임금체계 개편 등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근로자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하도록 의무화하는 조항이다. 사용자에게 절차적 편의를 주는 대신, 근로자대표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잡겠다는 구도다.

10년 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그러나 이 절충의 구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가장 현실적인 우려는 10년 전의 데자뷔다. 당시 기업들이 정년 연장에 수반되는 임금체계 개편을 충분한 법적 검토 없이 서둘러 도입했듯이, 이번에도 입법 압박에 쫓겨 설계가 부실한 임금 조정이 남발될 가능성이 있다. 2022년 대법원 판결이 가르쳐 준 교훈은 분명하다. 임금피크제가 연령 차별이 되지 않으려면 임금 삭감에 상응하는 대상조치—근무시간 단축, 업무량 감소 등—가 실질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이번 개정 이후의 임금 조정 역시 같은 기준의 검토를 비켜갈 수 없다.

재고용 제도를 병행하는 방안도 설계가 중요하다. 이미 대법원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재고용 관련 규정이 있거나 관행이 확립된 경우 정년퇴직자에게 재고용 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재고용 제도를 새로 도입하는 기업이라면 그 요건과 절차를 정치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기대권을 둘러싼 분쟁이 새로운 형태로 증가할 수 있다.

정년 연장은 단순히 퇴직 연도를 뒤로 미루는 문제가 아니다. 임금체계, 직무 재설계, 재고용 조건, 세대 간 고용 배분이라는 복합 방정식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구조 개편의 문제다. 10년 전 서두른 설계가 남긴 분쟁의 청구서를 지금도 치르고 있다면, 이번만큼은 ‘언제’보다 ‘어떻게’에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

[광장 노동산책]에서는 법원·검찰·고용노동부 등 다양한 출신의 인사·노무 분야 전문가가 기업이 직면하는 복잡한 노사 현안의 실타래를 풀 수 있는 법리적·실무적 착안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함승완 변호사는 광장 노동그룹의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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