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군기지 도청한 중국인, 감청부대 40년 근무
군산 등서 전투기 교신 13회 엿들어
2024년부터 한국에서 한·미 전투기 조종사가 관제탑과 주고받는 교신을 도청한 혐의로 지난 9월 기소된 60대 중국인 A가 중국 인민해방군 감청부대 간부 출신인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A는 베이징에 있는 인민해방군 총참모부 소속 감청부대에서 40년간 복무한 중교(中校·한국군 중령에 해당) 출신이었다.
본지가 입수한 검찰 공소장을 보면, A는 2024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전북 군산과 경기 오산, 광주(光州) 공군기지와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 부산 해군기지 등에서 총 13차례 군 통신을 도청한 혐의를 받는다. A는 주로 공군 관제탑이나 활주로가 가까운 호텔 객실에 전파 수신기와 안테나 등을 설치하고 전투기 조종사와 관제탑 간 교신을 엿들었다. 13차례 중 7차례는 한미 공군이 함께 주둔하는 군산공항을 노렸다. 오산과 광주 군 기지에도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A는 이렇게 확보한 도청 녹음 파일과 도청에 필요한 주파수 정보 등을 외장하드에 저장해 중국으로 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A가 저장한 자료만 13.9테라바이트(TB)였다. A는 중국으로 출국했다가 한미 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앞둔 지난달 초 한국에 들어왔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후 군산의 한 호텔에서 도청하던 A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구속했다. 최근 한국에선 중국인들이 군사 시설을 촬영하거나 도청하다가 잇따라 적발됐다.

◇中특수부대 출신 40대, 미군 비서실 여직원에 선물공세로 기밀 빼내
한국군·주한 미군 통신을 도청한 혐의로 구속된 중국인 A가 인민해방군 감청 부대 출신으로 드러난 데 이어 주한 미군을 포섭해 군 관련 자료를 빼낸 조선족 중국인 B(40대)도 인민해방군 특수부대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이 군 첩보부대 출신들을 한국에 파견해 조직적인 첩보 작전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중국의 ‘첩보전 운동장’이 된 지 오래”라고 말한다.
A와 비슷한 시기에 경찰에 구속된 조선족 B는 1998년부터 2006년까지 인민해방군 특수부대와 공안국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고 수원지검 평택지청이 공소장에서 밝혔다. B는 중국 공산당에도 입당했던 것으로 경찰과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B는 2016년 재외동포(F-4) 자격으로 한국에 들어와 2021년 11월부터 지난 5월까지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 인근에서 군장점을 운영했다. 검찰 공소장을 보면, B는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 C씨와 미 8군사령부 비서실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여성 군무원 D씨를 알게 됐다. B는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식사를 대접하고 선물을 건네며 친분을 쌓은 뒤 각종 군 관련 자료를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B가 현역 미군 C씨에게서 빼돌린 자료는 아파치 공격헬기와 F-35 전투기 등의 비행·이착륙 훈련 장면, 미군의 낙하산 강하·집결 훈련 영상 등이었다. B는 D씨에게는 미군 지휘관 취임식 사진과 미군 장성 근무처 조회 자료, 2023년 을지훈련 사후 검토 자료 등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B는 수집한 자료를 요약 정리해 외부로 유출했다. ‘B-52 전략 폭격기 한국 최초 착륙’ ‘최근 남북한 정세 상황’ 같은 제목을 단 자료를 중국 메신저를 통해 외부로 전송했고 일부 자료는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렸다. 한국군·주한미군 훈련 동향이나 주한미군의 사드·패트리엇 체계 동향을 정리한 자료 등이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달 A와 B를 일반이적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 A는 도청 혐의와 관련해 “취미 생활이었다”, B는 “군장점 사업하다가 군 관계자들과 친분을 쌓은 것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군사 전문가들은 한국군과 주한 미군을 겨냥한 중국의 간첩 활동일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한다. 실제로 최근 중국 국적자들이 한국에 들어와 드론이나 카메라로 주요 군사 시설을 촬영하는 일이 잇따라 적발됐다. 2024년 6월 부산 해군 기지와 군함 등을 촬영하던 중국인 유학생 2명이 체포돼 지난 6월 징역 1년 6개월 등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3월에도 경기도 오산 등 주요 공군 기지에서 전투기를 무단 촬영한 중국인 고교생 2명이 체포돼 각각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달 들어선 중국 국적 10대 청소년이 제주공항 전망대에서 사설 무전기를 이용해 관제탑과 항공기가 주고받는 교신 내용을 엿듣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이런 가운데 중국 인민해방군에서 감청 작전을 수십 년간 해온 예비역 장교가 수년간 군사 교신을 엿듣고, 인민해방군 특수부대 출신이 주한 미군과 한국인 군무원을 포섭해 군사 정보를 빼낸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한 전문가는 “한국이 중국 첩보 작전의 운동장이 됐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방첩 수사 기관들이 잇따라 사라지면서 중국의 첩보전은 더 활개 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현 정권은 계엄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국군 방첩사령부를 해체했고, 공안 수사를 맡아온 검찰 수사권도 곧 폐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방첩 수사를 주도하는 경찰의 관련 수사 경찰관은 100여 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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