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은 시켰지만 음식은 안 와요… 가짜 경험에 빠진 '뉴 자린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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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주현(25)씨는 다이어트를 하다 배가 고파지면 휴대폰 앱을 켠다.
이씨가 이용한 앱은 '배민'이나 '요기요' 같은 배달앱이 아니라, 음식 주문 과정만 체험하는 앱 '음식만 안와요'다.
박현지(24)씨는 "배달음식을 먹고 나면 음식값과 배달비가 아깝다는 후회를 자주 했다"며 "돈을 쓰지 않고도 주문 욕구를 달랠 수 있어 앞으로도 종종 이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음식만 안와요' 개발자 박서현(22)씨는 습관적으로 배달앱을 켜 메뉴를 고르지만 음식이 도착하면 주문 전만큼 먹고 싶지 않던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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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주사 '마음자로'부터 온라인 담타까지
전문가, 충동 조절·목표 달성 수단으로 분석

직장인 이주현(25)씨는 다이어트를 하다 배가 고파지면 휴대폰 앱을 켠다. 메뉴를 꼼꼼히 둘러보며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주문 버튼을 누른다. 음식점이 주문을 접수해 조리를 시작했다는 안내 문구가 뜨고, 곧이어 배달기사가 음식을 수령해 이동하는 경로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하지만 음식은 집에 도착하지 않는다. 지갑에서 나간 돈도 없다. 이씨가 이용한 앱은 '배민'이나 '요기요' 같은 배달앱이 아니라, 음식 주문 과정만 체험하는 앱 '음식만 안와요'다. 이씨는 음식 대신 아낀 돈과 칼로리가 적힌 가상 영수증을 받았다. 이씨는 28일 한국일보에 "영수증에 적힌 숫자를 보면 뿌듯해서 음식을 먹지 않아도 즐겁다"고 말했다.
고물가 시대에 가상 소비로 순간적인 충동을 달래는 이른바 '가짜 경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비용 부담이나 건강 걱정 없이 구매를 체험하면서 대리만족과 재미를 얻는 방식이다. "숨 쉬는 것만 공짜"라며 자조하는 2030세대에겐 새로운 생존전략이자 똑똑한 자기관리 수단이기도 하다.
실제로 '음식만 안와요'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7월 출시된 이후 약 석 달 동안 1만 회 이상 다운로드됐다. 앱 이용자들은 식욕을 해소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호평했다. 박현지(24)씨는 "배달음식을 먹고 나면 음식값과 배달비가 아깝다는 후회를 자주 했다"며 "돈을 쓰지 않고도 주문 욕구를 달랠 수 있어 앞으로도 종종 이용할 생각"이라고 했다.
'음식만 안와요' 개발자 박서현(22)씨는 습관적으로 배달앱을 켜 메뉴를 고르지만 음식이 도착하면 주문 전만큼 먹고 싶지 않던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박씨는 "내가 원하는 것이 정말 음식일까, 주문 과정의 기대감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며 "주문 과정만 경험하면 충동을 흘려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앱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비만치료제 '마운자로'를 본뜬 가상 주사 서비스 앱 '마음자로'도 등장했다. 투약 용량을 선택한 뒤 휴대폰을 주사기처럼 복부에 가져다 대면 화면 속 약물이 서서히 줄어들며 주사를 맞는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 "다이어트 효과는 마음에 달려 있다"는 문구와 함께 제시된 가격은 '0원'이다.
알레르기 반응에 대한 우려와 비용 부담으로 비만치료제 투약을 망설이던 전모(37)씨는 마운자로와 위고비 등을 검색하다 손에 들고 있던 펜을 허벅지에 주사처럼 쿡 찔러봤다. 전씨는 "파블로프의 개 실험이나 플라시보 효과처럼 펜을 찌르는 행동을 반복하면 식욕이 줄지 않을까 싶어, 배고플 때마다 찔렀더니 실제로 배가 덜 고픈 느낌을 받았다"며 "마음자로도 유사한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 담타'라는 웹사이트도 있다. '담배 타임'이라는 이름대로, 화면 속에선 담배 한 개비가 서서히 타들어가고, 담배 끝을 마우스로 클릭하면 재가 후드득 떨어진다. 이용자는 잠시 일손을 놓은 채 가짜 흡연을 체험하며 잠깐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직장인 박지현(25)씨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온라인 담타에 접속한다. 그는 "담배를 피울 생각은 전혀 없지만 화면 속 담배 불씨가 타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일상에서 해방된 듯한 기분을 느낀다"며 생긋 웃었다. 대학생 김모(21)씨도 "다른 이용자들이 익명으로 올린 회사 욕을 읽으며 가짜 담타를 하다 보면 실제로 친구들과 잡담하는 듯한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짜 경험이 억제된 욕구를 해소해 목표 달성을 돕는 자기관리 보조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짜임을 모른 채 효과를 기대하는 일반적인 플라시보와 달리, 이용자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앱과 사이트를 자기관리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삶을 주도적으로 관리하려는 개인의 의지와 사회적 압박이 섞인 새로운 문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청년들에게는 극단적 형태의 절약 방법이기도 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지출과 소비를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참기가 쉽지는 않다"며 "실제 배달을 시키거나 다이어트 주사를 맞는 듯한 감정을 불러일으켜 절약을 독려하는 하나의 기제로 이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가짜 경험에 과도하게 의지하거나 과신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흡연이나 과식 충동을 줄이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실제 행동보다 신체적·심리적 만족감이 떨어져 장기적으로 큰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나민서 기자 i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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