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원전·AI·반도체 결합한 ‘FNDC 시대’ 온다
미래 국가 경쟁력의 핵심 지표로
재난부터 군사·격오지 지원까지
바다 누비는 ‘움직이는 AI·원전’

미·중 정상회담이 화기애애하게 마무리됐지만, 두 나라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중 하나가 ‘해상 부유식 원자력 데이터센터(Floating Nuclear Data Center·FNDC)’다. FNDC는 선박 위에 소형 해상 원자력 발전소를 탑재하고, 상층부에 데이터센터를 결합하는 미래형 해상 플랫폼이다. 전 세계 에너지와 데이터 산업의 판도를 뒤바꿀 혁신적 프로젝트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육지 원전에서 송전선로를 통해 전력을 공급받는 전통적 방식 대신 전력 생산과 초고밀도 연산 인프라를 하나의 해상 구조체에 일체화하는 개념이다. 앞으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이 같은 FNDC를 세계 바다 위에 누가, 얼마나 띄워 운용하느냐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세계적인 비영리 해양 전문 기술 인증 기관인 미 선급협회(ABS)의 크리스토퍼 위어니키 회장은 최근 “생성형 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의 전력 부족 및 냉각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적 대안”이라며 FNDC 도입에 적극적이다.
FNDC 플랫폼의 핵심 발전 설비는 가압경수로(PWR) 방식의 소형 원자로다. 이 선박들은 전력이 시급한 격오지나 분쟁 지역에 투입돼 청정 전력과 AI 컴퓨팅 파워를 즉시 제공할 수 있다. 예컨대 심각한 전력난을 겪는 북한에 통일 후 이 FNDC를 건조·배치한다면, 복잡한 대규모 육상 송전망 구축 없이도 안정적인 전력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다. 또 지진이나 태풍 등 재난 피해 지역에 FNDC를 투입한다면, 복구에 필요한 전기와 통신 서비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군사적 활용 가능성도 크다. 이미 상하이 인근 해저에 AI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인 중국이 해상 원전 발전 플랫폼을 남중국해 지역 남사군도 등에 투입할 것으로 미국은 예상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조선·선박 건조 역량과 미국의 소형 해상 원자력 발전 기술, 그리고 데이터센터 핵심 부품인 한국산 최고급 사양 반도체 모듈이 결합하는 형태다. 연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열은 해수를 활용한 수냉식(water-cooled) 시스템으로 해결된다.
FNDC는 육상에 원자력 발전소나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지을 때 필수적으로 거치던 육상 토지 이용 및 기초 인프라 관련 인허가 상당수를 우회하거나 대체할 수 있다. 송전망 인프라 구축에 따른 인허가나 환경영향평가, 용수 취수 및 배수 허가 등을 받기도 쉬워진다. 물론 추가·대체되는 규제도 있다. 예컨대 바다에 선박을 계류하고 해수를 냉각수로 사용하려면 해양 수용성 평가가 필수적이다. 또 초기 건조 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승인 등 원자로 자체의 안전성 심사는 육상 원전과 마찬가지로 엄격하게 적용될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삼성중공업이 이미 15년 전쯤 이런 해상 부유식 원자력 발전소를 설계했다는 점이다. 미국 에너지 기업들과 구글·아마존 등이 참여하고 삼성중공업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협업하는 거대한 컨소시엄이 만들어진다면 한국의 대미 투자 프레임워크와도 맞물릴 수 있다. 한국이 약속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 투자금 중 일부를 FNDC 프로젝트에 집행하면, 미국 조선산업 부흥과 한미 첨단기술·안보 동맹 강화라는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워싱턴 전문가들은 FNDC 사업을 조선, 원전, AI, 반도체, 국방이 집약된 미래형 산업의 결정체로 평가한다. 우리 정부와 산업계가 해상 AI·원전 시장이라는 새로운 영토를 선점하려면, 적극적이고 치밀한 참여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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