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사, 은행 영업시간 단축 합의.. 월급 3% 오르고 출근은 늦춰진다
금융권 노사 임금 3% 인상 합의…자율출근제도 새롭게 도입
육아휴직 대상 자녀 초6까지 확대…금융권 일·가정 양립 지원
고객 편의와 직원 권리 사이…영업시간 변경에 따른 과제도 부상

창구 마감 시각은 오후 4시로 그대로 유지된다. 금융권 노사가 영업시간 조정과 임금 인상, 근무제도 개선 등을 한꺼번에 담은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면서 은행권의 근무환경과 고객 이용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사용자 측은 지난 4월 교섭을 시작한 이후 약 5개월간 협상을 이어온 끝에 산별중앙교섭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핵심은 은행 영업 시작 시간을 기존 오전 9시에서 오전 9시 30분으로 조정하는 내용이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부대표자들에게 잠정 타결 사실을 알리며 은행 영업시간을 30분 단축하기로 했으며, 건국 이후 최초의 변화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번 합의에는 근로시간뿐 아니라 임금과 복지제도 개선안도 포함됐다. 금융권 노사는 총액 임금을 3% 인상하고, 주당 1시간 이내에서 출근 시간을 늦출 수 있는 자율출근제를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금요일에는 1시간 일찍 퇴근하는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고객마감제도를 마련하는 내용도 담겼다. 육아휴직 대상 자녀의 연령을 초등학교 6학년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영업시간 조정은 은행 직원들의 근무 여건 개선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은행권에서는 오전 9시 영업 개시를 맞추기 위해 직원들이 이른 시간부터 출근해 개점 준비와 각종 내부 업무를 처리해 왔다. 영업시간이 30분 늦춰지면 출근 부담을 덜고 업무 준비 시간을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여지가 생긴다. 자율출근제와 육아휴직 확대까지 함께 추진되면서 금융권의 일·가정 양립 여건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고객 입장에서는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오전 시간에 은행을 찾아야 하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고령층 등은 이용 가능한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 창구 영업 종료 시각은 오후 4시로 유지되는 만큼 오전 영업시간이 30분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모바일뱅킹과 인터넷뱅킹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객에게는 체감 부담이 더 클 수 있다.
은행 영업시간 변경이 금융권 전체의 생산성과 서비스 품질 개선으로 이어질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빠르게 확대됐지만 대출 상담, 각종 증빙 업무, 고령층 금융지원처럼 대면 창구가 필요한 업무도 여전히 존재한다. 영업시간 축소에 따른 고객 불편을 줄이려면 디지털 채널 강화와 함께 고령층 등을 위한 대체 창구와 상담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번 잠정합의에는 금융노조가 요구해 온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3대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계획 철회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노사 교섭에서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였던 국책은행 지방 이전 문제는 별도의 논의로 남게 됐다.
금융노조는 긴급 지부대표자회의를 열고 잠정합의안의 세부 내용을 공유한 뒤 시행 시점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종 시행까지는 내부 절차와 후속 협의가 필요한 만큼 구체적인 적용 시기와 세부 운영 방식은 추가 논의를 통해 정해질 전망이다.
이번 합의는 은행 영업시간이라는 익숙한 금융권의 틀을 바꾸는 동시에 임금과 근무제도까지 함께 손질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직원들의 노동환경 개선과 고객 편의 사이에서 균형점을 어떻게 찾느냐가 향후 제도 정착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