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잇는 "AI 대필" 의혹 글로벌 출판계 '날벼락'

설지연 2026. 9. 2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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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글을 썼다는 의혹만으로 거액의 출판 계약이 무산되고, 유력 문학상 후보에서 제외되는 일이 세계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다. AI가 실제 원고 작성에 사용됐는지 가려낼 확실한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작가가 자신의 창작 과정을 입증해야 하는 문제가 글로벌 출판계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팔라데는 AI 사용을 부인했지만, 면담에서 집필 과정에 대한 설명이 일부 달라지자 에이전시는 계약을 끊고 원고를 회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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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술로는 'AI 작가' 탐지 역부족
프랑스 최고 권위 공쿠르 문학상
AI 의혹 불거지자 후보서 제외
美에선 200만弗 출판계약 해지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글을 썼다는 의혹만으로 거액의 출판 계약이 무산되고, 유력 문학상 후보에서 제외되는 일이 세계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다. AI가 실제 원고 작성에 사용됐는지 가려낼 확실한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작가가 자신의 창작 과정을 입증해야 하는 문제가 글로벌 출판계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공쿠르는 탈락, 영연방상은 유지


최근 가장 큰 논란이 벌어진 곳은 프랑스다.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주관하는 아카데미 공쿠르는 지난 25일 캐나다·아이티 작가 텔리송 오렐리앙의 소설 <세테 사 우 무리·그거 아니면 죽는 거였어>를 올해 후보 명단에서 제외했다.

지난 8월 그라세에서 출간된 이 소설은 갱단 폭력을 피해 고국을 떠난 교사의 캐나다 정착기를 그렸다. 프랑스에서 약 3만5000부가 팔렸고, 최대 서점 체인 프낙이 주관하는 ‘프낙 소설상’도 받았다. 20여 개국에 판권이 팔려나갔다. 논란은 지난 21일 소셜미디어 X의 한 계정이 AI 탐지 프로그램 ‘팽그램’으로 작품을 분석한 결과 “거의 전부 AI로 작성됐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AI 탐지 프로그램에 따라 판정은 엇갈렸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사람이 쓴 글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후 저자가 과거 문학상 출품작에서 다른 작가의 문장을 표절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아카데미 공쿠르는 과거 표절 문제와 연구자·언론인의 AI 작성 분석을 근거로 후보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오렐리앙은 AI 사용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AI 탐지 결과의 신뢰성도 새 쟁점이다. 올해 영연방 단편소설상에서는 5개 권역별 수상작 중 한 작품을 두고 AI 사용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영국 문예지 ‘그랜타’는 외부 문학상 수상작을 자동 게재하던 관행을 중단했다. 그러나 상을 주관하는 영연방재단은 초고와 수정 과정을 재검토한 뒤 기존 심사 결과를 유지했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자미르 나지르의 <더 서펜트 인 더 그로브>는 이후 전체 대상을 받았다. 재단은 AI 탐지의 한계와 미출간 원고를 외부 프로그램에 입력할 때 생기는 저작권·동의 문제를 지적했다.

◇계약 흔드는 AI 의혹…검증·표시제 확산

출판 계약 단계에서도 AI 의혹은 사업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 나이지리아 출신 미국 작가 제리 팔라데의 데뷔 범죄소설 <콜 미, 아이윌 하이드 더 바디>는 14개 출판사가 경쟁한 끝에 맥밀런 산하 미노타우르와 200만달러가 넘는 계약을 맺은 화제작이었다.

하지만 한 편집자가 AI 활용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팔라데는 AI 사용을 부인했지만, 면담에서 집필 과정에 대한 설명이 일부 달라지자 에이전시는 계약을 끊고 원고를 회수했다. 이미 성사된 200만달러(약 28억원) 규모의 계약도 무산됐다. 에이전시는 작품의 완성도 자체는 높게 평가했다. 창작 과정의 신뢰성이 문제였다.

AI 사용 의혹이 출간 자체를 멈춰 세운 사례도 있다. 프랑스계 출판사 아셰트는 올해 미아 발라드의 공포소설 <샤이 걸>에 AI 생성 문장이 포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미국과 영국에서 출간·유통을 중단했다. 발라드는 자신이 AI로 소설을 쓴 적은 없으며 과거 작업에 참여한 다른 사람이 AI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 출판업계의 대응은 사후 적발에서 창작 과정 확인과 AI 사용 공개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작가조합은 인간이 본문을 작성했음을 확인하는 ‘인간 저작 인증’ 제도를 확대했고, 영국 작가협회도 유사한 방식을 도입했다.

한국 출판계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출판인회의는 29일 AI 활용 원칙을 발표한다. AI 사용을 금지하기보다 활용 수준을 단계별로 책에 표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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