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디지털 생활격차, 연결 아닌 참여 문제

파이낸셜뉴스 2026. 9. 2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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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디지털 격차'라는 말은 오랫동안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를 의미했다.

저소득 가구가 인터넷에는 연결돼 있지만 고성능 PC와 AI 서비스, 클라우드, 교육 콘텐츠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다면 이를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접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모든 국민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느냐를 넘어 디지털 사회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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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호 호서대 빅데이터AI학부 교수

우리 사회에서 '디지털 격차'라는 말은 오랫동안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를 의미했다. 초고속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이러한 기본적인 접속 격차는 상당 부분 완화됐다.

그렇다면 이제 디지털 격차는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오히려 디지털 격차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온라인 교육,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서비스가 일상생활 깊숙이 들어오면서 디지털 격차의 모습 자체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얼마를 쓰느냐보다 어디에 쓰느냐의 차이다. 저소득층의 정보통신 지출은 이동전화와 인터넷 같은 기본적인 '연결 비용'에 상대적으로 집중돼 있다. 반면 소득이 높아질수록 PC·태블릿 등 정보처리기기와 디지털 콘텐츠, 다양한 구독형 서비스 등에 대한 소비가 확대된다.

이는 앞으로의 디지털 격차 정책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AI 시대에 학생에게 인터넷 회선만 제공하면 교육격차가 해결될까. 고령층에게 스마트폰을 보급하는 것만으로 디지털 금융과 의료서비스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을까. 저소득 가구가 인터넷에는 연결돼 있지만 고성능 PC와 AI 서비스, 클라우드, 교육 콘텐츠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다면 이를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접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따라서 이제 정책의 시야도 '접속 보장'에서 '디지털 참여 보장'으로 넓힐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통신복지 정책은 주로 통신요금 감면과 네트워크 접근성 확대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러한 정책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기본적인 네트워크 접속뿐 아니라 적정 수준의 디지털 기기 이용, 디지털 교육과 역량 강화, 필수적인 소프트웨어와 교육 콘텐츠, AI 서비스 활용, 디지털 공공서비스 이용 등을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국민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느냐를 넘어 디지털 사회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느냐다.

정책의 성과를 바라보는 기준 역시 달라져야 한다. '가계통신비'라는 익숙한 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민이 실제로 부담하는 '디지털 생활비'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디지털 전환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국민에게 더 빠른 인터넷을 제공하는 데 있지 않다. 누구나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내는 기회를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이제 통신요금 중심의 정책을 넘어 국민의 '디지털 생활비'와 '디지털 참여 기회'를 함께 바라봐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통신복지 정책을 어떻게 확장하고 보완할 것인지, 필요한 지원체계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시작할 필요가 있다.

결국 AI 시대의 디지털 격차를 줄인다는 것은 단순히 '연결할 수 있게 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참여할 수 있게 하며,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기회를 함께 누릴 수 있게 하는 것'까지를 의미해야 한다. 이제 우리의 디지털 정책도 연결의 격차를 넘어 활용과 참여, 그리고 기회의 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곽정호 호서대 빅데이터AI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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