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에피소드 ②] 대상으로 실력 입증한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동정’ 아닌 ‘음악적 감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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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5년 차에 뚜렷한 두각을 나타낸 특별한 오케스트라가 있다. 대구 지역 발달장애인 연주단체인 '남산ART 오케스트라'다. 지난 1일 국내 최대 규모의 발달장애인 음악 경연대회인 '제10회 전국 발달장애인 음악축제(Great Music Festival·GMF)'에서 오케스트라 규모로는 첫 출전해 대상을 거머쥐었다.
이 사업을 담당하는 조수은 대구남산복지재단 과장은 음악 치료사 경력을 살려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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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5년 차에 뚜렷한 두각을 나타낸 특별한 오케스트라가 있다. 대구 지역 발달장애인 연주단체인 '남산ART 오케스트라'다. 지난 1일 국내 최대 규모의 발달장애인 음악 경연대회인 '제10회 전국 발달장애인 음악축제(Great Music Festival·GMF)'에서 오케스트라 규모로는 첫 출전해 대상을 거머쥐었다. 앞서 제6회 대회에서 피아노 듀오 '콘솔피아노 앙상블'이 최우수상을, 제7회 대회에서는 현악기 앙상블 '디 아베크 앙상블'이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대회 상금 1천만원 전액은 단원 모두에게 장학금 형태로 균등하게 지급됐다.

◆6명에서 18명…지휘자까지 함께 성장하는 오케스트라
남산ART 오케스트라는 대구남산복지재단(대표이사 김인수)이 운영 중인 '주간활동서비스'중 하나인 '남산 ART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22년 시작됐다. 장애인 예술인의 자립 발판을 마련하고, 문화예술을 통해 이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것이 목적이다. '남산 ART' 프로그램은 음악과 미술 분야로 나뉘어 운영되며, 예술적 재능을 가진 만 18세 이상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현재 단원 연령대는 1998년생부터 2006년생까지 다양하다.
이 사업을 담당하는 조수은 대구남산복지재단 과장은 음악 치료사 경력을 살려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과거 가르쳤던 제자들이 성인이 된 후 악기를 손에서 놓은 채 적성에 맞지 않는 단순 노무에 머물러야 했던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 것이 계기가 됐다. 2022년 피아노 앙상블 6명으로 출발했던 단체는 현재 18명의 단원으로 성장했다. 재단의 후원금 지원 덕분에 106㎡(32평) 남짓하던 연습 공간도 330㎡(100평) 규모로 확장됐으며 내년에는 단원을 21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들이 특별한 점은 무대 위 비장애인 연주자의 '개입'이 없다는 것이다. 조 과장은 "보통 장애인 오케스트라는 비장애인 연주자가 서포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연습 과정에서만 지도를 받을 뿐, 실제 무대에는 지휘자와 단원들만 오른다. 그들 스스로 해내야 하는 무대"라고 설명했다. 단원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해 편곡하는 편곡자와 파트별 전문 강사진의 헌신적인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결과다.
창단 초기 우연한 인연으로 합류해 지금까지 단원들을 이끌고 있는 박철하 지휘자의 리더십도 탄탄한 기반이 됐다. 대구국제현대음악제 음악감독을 역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단원들을 가르침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함께 성장하는 한 몸'으로 대한다. 박 지휘자는 "첫해에는 모차르트 협주곡 일부를 편곡했는데 솔직히 많이 부족했다. 하지만 실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품위 없는 음악을 하진 않았다"며 "아이들은 백지와 같아서 지휘자가 이끌어주는 만큼 성장하기에 내가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중심 무대 지향…전문 무대서도 실력 입증
이번 GMF 대상 수상은 남산ART 오케스트라의 '시즌 2'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박 지휘자는 "이번 대회를 위해 한 곡을 깊이 파고들어 연습하면서 아이들이 놀랍게 성장했다"며 "작년 초만 해도 스트레스를 줄까 봐 음악적인 요구를 하기 두려웠는데, 이제는 음정을 맞추라는 지적은 물론 새로운 곡을 받아도 어느 정도 해내는 능력이 생겼다"고 기뻐했다.
이어 "앞으로의 5년은 '장애인도 저만큼 하는구나' 하는 동정 섞인 시선이 아니라, 순수하게 '음악적으로 뛰어나다'는 감탄을 이끌어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두 담당자의 지향점은 명확했다. 박 지휘자는 "지금까지 비장애인 중심에 장애인이 끼어드는 형태가 많았다면, 이제는 우리가 확실히 성장해 비장애인이 힘을 보태는 형태로 가야 한다. 비장애인들이 끌고 가는데 장애인이 뒤따라가는 방식은 지양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지향점은 이미 전문 무대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지난해 업무협약을 맺은 대구콘서트하우스 기획공연 '크리스마스 에브리데이' 무대에 단원 3명(바이올린·첼로·플루트)이 연주자로 동등하게 합류해 성공적으로 연주를 마쳤다. 유료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정규 편성에 발달장애인 연주자를 기용하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다.
김진우 콘서트하우스 공연기획팀장은 "복지 차원의 공연이 아니었기에 걱정도 컸지만, 완벽한 곡 숙지와 연주는 물론 음악에 대한 강한 열정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대구콘서트하우스는 올해 예정된 크리스마스 기획공연에서도 참여 협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정적 연주 위해선 기업 지원 연계 고용 필요"
화려한 성과 이면에는 여전히 높은 현실의 벽이 존재한다. 합주의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하던 뛰어난 피아니스트 단원이 생계를 위해 사무직으로 진로를 바꿔야 했던 일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또한 현재 단원들은 타 재단에도 연계 고용돼 있어 여러 기관의 연주 일정이 겹치며 체력적 부담을 안고 있기도 하다.
오케스트라가 그리는 다음 목표는 단원들이 한곳에서 안정적으로 음악에 전념할 수 있는 '기업 연계 고용' 모델 구축이다. 조 과장은 "GMF 수상을 통해 오케스트라의 역량을 검증받은 만큼, 단원들이 여러 곳을 전전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연습과 생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 고용해 줄 기업을 찾고 있다"며 "안정된 일자리는 물론, 교육의 질을 높여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박 지휘자는 "결국 최종 지향점은 '음악적으로 비장애인만큼 인정받아 박수받는 세상'"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단원들도 위축되지 않고 세상과 당당하게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진짜 용기를 얻게 될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한편 남산ART 오케스트라는 오는 11월18일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제5회 정기 연주회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