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암살자(들)’ 허진호 감독 “박정희 대통령의 피격 자작극? 합리적으로 불가능한 주장”

신정선 기자 2026. 9. 2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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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박 대통령 지시 전혀 안 나와, 중정 내부 권력 암투로 묘사”
“관객분들 해석 이해, 구체적 대사로 선 그었어야 생각 들어”
2026년 9월 28일 오후 영화 '암살자(들)'의 허진호 감독은 본지 인터뷰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육영수 여사 피격 자작극은 영화에 들어있지 않으며, 생각지도 않았던 부분"이라고 밝혔다./최기웅 기자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악마화했다는 논란이 연일 커지고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이 지지자 결집을 위해 육 여사 피격 자작극을 기획한 것으로 묘사했다는 비판이다. ‘암살자(들)’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은 28일 본지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까지 뻗어나간 의혹은 저로선 생각도 못한 영역”이라며 “정치 공방을 떠나 진실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에게 영화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물었다.

―’암살자(들)’에서 박 대통령을 ‘권력 유지를 위해 아내 피격 자작극을 벌인 인물’로 몰아간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일부에서는 “패륜”이라고까지 하는데.

“박 대통령이 육 여사 피격을 지시했다는 내용은 영화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이런 해석이 나올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총격에 박 대통령이 맞을 수도 있는데 어떻게 자작극을 기획할 수 있나. 합리적으로 불가능한 주장이다.”

―영화 대사 중에 피격 주체를 두고 “중정 윗선”이라고 분명히 나오는데.

“중앙정보부 고위 인사들 간에 암투가 있었다는 뜻이었다. 박 대통령도 차지철 경호실장과 알력을 빚던 김재규 중정부장의 총탄에 서거하시지 않았나. 그만큼 당시 중정이 권력을 두고 극단으로 치달았다는 뜻이었다.”

―박 대통령 기획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영화에서 분명히 선을 그을 수 있었지 않나. 의도적으로 열어둔 것 아닌가.

“박 대통령까지 뻗어가는 의혹은 제가 생각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벗어난다. 그런 부분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지 못했다. 좀 더 명확하게 넣었어야 했나 지금 와서 생각이 든다.”

―정치 진영이 극단적으로 나뉘는 때에 근거 없는 음모론을 확산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영화는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중정은 알고 있다’ 편과 ‘그것이 알고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이미 제기된 의혹을 거의 그대로 반영했다. 공중파 방송에서 거듭 주제로 다뤄지는 걸 보면서 풀리지 않은 의문에 관심을 갖게 됐다. 북한의 사주라면 왜 하필 고도 근시인 데다 총도 서툰 문세광에게 거사를 맡겼을까 하는 의문 같은 것들은 여전히 안 풀린 게 아닌가.”

―2002년 5월 박근혜 당시 의원이 방북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하급자들이 관련된 것”이라며 사실상 사과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 부분은 왜 다루지 않았나.

“당시 기사를 보면, 박 의원이 측근을 통해 “1·21 청와대 습격 사건에 대한 사과를 받기는 했으나 어머니 사건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없다”고 부인한 기록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의 메신저로 여겨지는 유영하 의원이 28일 “‘암살자(들)’은 명백하게 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 측에 하고 싶은 말은.

“거듭 말씀드리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그런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렇게 묘사하지 않았다.”

―의도는 아니었더라도 많은 관객이 자작극으로 몰아가는 걸로 영화를 봤다면 창작자로서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굉장히 민감한 영화라는 점은 만들 때도 의식하고 있었다. 역사적인 책임이 있다는 점에도 공감한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관객 의견도 이해한다. 선을 그을 부분은 대사로 좀 더 구체화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지금 든다.”

―영화 결말에 피격 당시 실제 영상을 보여줘 영화 내용을 사실처럼 오인하게 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영화를 보고 남는 의문을 관련 영상을 통해 확인해보고 함께 그 시대를 얘기해보자는 취지였다. 다양한 관객 반응은 충분히 이해한다.”

―‘암살자(들)’이 북한의 1990년대 선전 영화 판권을 사서 리메이크했다는 주장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그런 영화가 있다는 사실을 그 주장을 듣고 처음 알았다.”

―지금 같은 시기에 ‘암살자(들)’의 의혹 제기가 왜 필요하다고 봤나.

“의혹을 제기하는 영화가 아닌, 질문하는 힘을 강조하고 싶었다. 영화를 통해 토론이 오가기를 바란다.”

―박 대통령이 육 여사 피격을 지시했다는 의혹 제기가 영화적으로 가능하다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권양숙 여사가 사주했다는 극단적 주장도 영화로 만들 수 있는 것이냐는 주장까지 나온다.

“앞의 가정은 제가 생각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벗어나는 상황이다. 그렇게 영화를 만들지도 않았다. 뒤의 가정도 마찬가지로 가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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