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비서, 줄줄 새는 구독료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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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가 아니었다면 99달러(약 14만원)가 또 빠져나갈 뻔했다.
기자가 메타의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뮤즈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계좌를 연결하자 잊고 있던 구독 하나가 잡혔다.
CNBC는 27일(현지시간) 은행·카드 내역을 뮤즈에 연결한 이용자들이 불필요한 구독을 찾아 해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뮤즈처럼 AI가 구독을 찾아내고 해지까지 대신하면 이런 흐름은 더 빨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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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경제까지 흔드는 AI
AI에 은행 계좌 연결했더니
구독서비스 결제액 싹 정리
명령 땐 해지까지 자동으로
보험상품 비교 분석·추천도

'뮤즈'가 아니었다면 99달러(약 14만원)가 또 빠져나갈 뻔했다.
기자가 메타의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뮤즈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계좌를 연결하자 잊고 있던 구독 하나가 잡혔다. AI 회의록 서비스 '오터'의 연간 이용료 99달러였다. 몇 년째 연 단위로 구독해왔지만 지난해 더 나은 기능을 갖춘 앱을 찾으면서 올해는 해지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를 까맣게 잊었고 지난 6월 99달러가 다시 자동 결제됐다. 그대로 두면 내년에도 돈이 빠져나갈 판이었다. '해지해줘'라고 뮤즈에 요청하자 오터에 로그인해 해지 절차를 마쳤다.
주로 쓰는 이메일에서 '영수증'이 담긴 메일을 찾아 정기결제를 정리해달라고 하자 뮤즈는 한국 카드로 결제하고 있던 구독까지 찾아냈다. '자동차 보험료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라'고 먼저 권하기도 했다. 알렉산더 왕 메타 최고AI책임자(CAIO)는 최근 메타 커넥트 행사에서 "뮤즈가 보험료를 아끼고 공과금을 협상하는 일까지 맡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기자만의 경험이 아니다. CNBC는 27일(현지시간) 은행·카드 내역을 뮤즈에 연결한 이용자들이 불필요한 구독을 찾아 해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입은 쉽지만 해지는 미루는 소비자의 관성에 AI가 개입하면서 구독업계 수익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구독을 대신 관리해주는 서비스는 이전에도 있었다. 뮤즈는 이 기능을 이메일·쇼핑·예약까지 다루는 범용 비서 안에 넣었다. 계좌와 이메일 등 여러 곳에 흩어진 결제 내역을 AI 하나가 찾아내고 해지까지 대신하는 셈이다.

이런 기능이 주목받는 것은 소비자가 관리해야 할 구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마스터카드와 FT스트래티지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소비자의 44%가 구독 지출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연평균 구독료는 1887달러에 달했다. BoA 결제 데이터에서도 지난 7월 구독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해 전체 카드 지출보다 빠르게 늘었다. 금융 앱에 구독 관리 기술을 공급하는 '스크라이브업'에 따르면 정기결제가 8건 이상인 이용자 비율은 1년 새 62%에서 71%로 높아졌다. 이용자 1명의 정기결제 건수 중간값은 12건을 넘었고, 4명 중 1명은 20건 이상 구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독 업체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해지를 잊거나 미루는 것도 수익이었다.
닐 머호니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미국경제학회지(AER)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소비자가 구독을 계속할지 직접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해지 가능성이 4배나 높아졌다. 해지를 잊는 관성과 번거로운 해지 절차 덕분에 판매자 매출이 대략 2배로 늘어날 수 있다는 추정도 내놨다.
불필요한 구독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은 AI 등장 전부터 커지고 있었다. 스크라이브업에 따르면 회원들의 구독 해지 신청 빈도는 최근 1년 새 1.8배 늘었다.
여기에 뮤즈처럼 AI가 구독을 찾아내고 해지까지 대신하면 이런 흐름은 더 빨라질 수 있다. 머호니 교수는 "물건이 정기적으로 배송돼 구독 사실을 잊기 어려운 실물 상품보다 모르는 사이 요금만 빠져나가는 디지털 구독이 더 취약하다"고 짚었다. 특히 서비스를 쓰지 않으면서 돈만 내는 고객이 많은 업체일수록 타격이 클 수 있다. 마스터카드 조사에 따르면 미국 구독 기업 절반은 전체 구독자의 10% 이상이 이 같은 '비활성 고객'이라고 답했다. AI가 '잊힌 구독'을 찾아내기 시작하면 이들에게서 나오던 매출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뮤즈가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서비스되고 있는 만큼 향후 서비스 지역이 확대되면 구독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전망이다.
AI의 돈 관리가 일상화되면 파장은 구독업계를 넘어 은행으로 번질 수 있다. 토르스텐 슬뢰크 아폴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뮤즈 같은 AI 비서가 머지않아 가계 여유 자금을 평균 금리 0.1%의 입출금 계좌에서 연 3.3~5.0% 금리를 주는 계좌로 자동으로 옮길 수 있다"며 "모든 가계가 AI 에이전트로 예금 수익률을 최적화하면 은행은 대출 재원으로 삼는 저비용 예금의 상당 부분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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