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드래곤 서밋] 퀄컴이 39억달러에 산 AI 언어를 오픈소스로 푼 이유는?

미국 마우이=최진홍 기자 2026. 9. 2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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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조와 MAX로 칩마다 코드 다시 짜는 관행 깨겠다"
엔비디아 CUDA 장벽에 소프트웨어로 맞서는 퀄컴

퀄컴이 모듈러 인수로 확보한 AI 프로그래밍 언어 모조를 앞세워 칩에 얽매이지 않는 AI 소프트웨어 계층 구축에 나섰다. 22일부터 24일까지(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마우이에서 열린 스냅드래곤 서밋 2026에서 모듈러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스냅드래곤을 포함한 전 제품군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퀄컴은 지난 7월 29일 39억달러 규모의 모듈러 인수를 마무리한 바 있다.

모듈러는 LLVM 컴파일러를 만든 크리스 래트너가 세운 회사다. 래트너는 LLVM과 Clang Swift MLIR로 이어지는 컴파일러 계보를 쌓아온 인물이다. 퀄컴이 모듈러를 인수하면서 래트너는 퀄컴의 첨단 AI 소프트웨어 총괄 수석 부사장을 맡았다.

모듈러가 풀려는 문제는 AI 개발자라면 누구나 아는 비효율이다. 연구자들은 파이썬으로 모델을 짜지만 파이썬은 하드웨어 위에서 느리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속도를 원하면 C++이나 CUDA로 코드를 다시 써야 한다. 그리고 래트너 수석 부사장은 서밋 기조연설에서 새로운 칩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나오지만 같은 코드를 다시 쓰고 다시 디버깅하는 일에 생태계가 발목을 잡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듈러 스택은 3단으로 짜였다. 맨 아래의 모조는 파이썬 문법을 유지하면서 하드웨어를 직접 제어할 수 있는 고성능 AI 프로그래밍 언어다. 그 위의 MAX는 엔비디아 CUDA나 AMD ROCm 없이 모델을 컴파일하고 서빙한다. 가장 위의 모듈러 클라우드는 서로 다른 가속기에 추론 작업을 나눠 배치한다.

서밋에서는 이 스택의 확장 범위가 공개됐다. 래트너 수석 부사장은 모조가 실제 서비스에 쓸 수 있는 1.0 단계에 도달했으며 아파치 2.0 라이선스로 공개됐다고 밝혔다. 모듈러 스택은 현재 6개 업체의 6가지 데이터센터 가속기 아키텍처를 지원하며 퀄컴의 드래곤플라이 가속기도 지원 대상에 추가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에서 모조를 기본 지원하는 작업을 퀄컴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수조원을 들여 산 기술을 왜 무료로 푸는가. 퀄컴은 데이터센터 GPU를 팔지 않는다. 퀄컴이 파는 것은 스냅드래곤 NPU와 오라이언 CPU 그리고 엔비디아 랙과 경쟁해야 하는 추론용 칩이다. 개발자가 CUDA에 묶여 있는 한 퀄컴 칩은 후보에조차 오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아몬 CEO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서밋에서 "퀄컴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반도체 기업을 위한 것"이라며 모듈러를 인수해 오픈소스로 만드는 이유를 설명했다. 컴파일러 라이선스로 벌 수 있는 돈은 애초에 크지 않은 대신 모조가 다른 회사의 개발 환경에 자리 잡을 가능성을 얻는 거래라는 해석이다.

퀄컴의 약점을 메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퀄컴이 기존에 내놓은 클라우드 AI SDK와 모바일용 AI 엔진 다이렉트는 성능은 좋지만 폐쇄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으며 개발자는 헥사곤 NPU의 작동 원리를 배우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퀄컴

자신의 파이토치 모델이 그 위에서 돌아가기를 원할 뿐이다. 모듈러 인수가 기술보다 개발자의 신뢰를 산 거래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스마트폰 사업과의 접점도 뚜렷하다. 당장 래트너 수석 부사장은 "퀄컴은 마이크로와트에서 킬로와트 이상까지 아우르는 플랫폼을 갖고 있다"며 "모듈러 소프트웨어 플랫폼 전체를 스냅드래곤을 포함한 퀄컴 전 제품군에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에이전트가 휴대폰과 노트북 안경을 오가며 일하는 시대에는 같은 AI 작업이 기기를 옮길 때마다 멈추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코드가 퀄컴의 모든 칩에서 돌아가는 구조가 퍼스널 AI 전략의 바닥을 받친다는 설명이다.

물론 변수도 있다. 오픈소스라는 선언과 실제 공개 범위 사이에는 간극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이 공개됐고 무엇이 여전히 닫혀 있는지가 개발자들의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경쟁사와의 관계도 관전 포인트다. 래트너 수석 부사장은 앞서 퀄컴 인수 이후 엔비디아나 AMD가 모조와 MAX에 제동을 걸 위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두 회사 모두 강력한 파트너이자 오픈소스에 크게 기여하는 기업이라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모조의 확산이 곧 CUDA의 영향력 약화를 뜻하는 만큼 엔비디아가 이를 두고 볼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