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계열사 한꺼번에 담는 ETF 잇따라…지주·부품·통신·배터리 등 편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삼성·SK그룹 주요 계열사에 함께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잇따라 시장에 나온다.
반도체 기업뿐 아니라 지주사와 부품, 통신, 에너지 등 그룹 내 다양한 사업군을 한 상품에 담는 방식이다.
22일 한국거래소와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의 'RISE 삼성SK그룹'과 교보악사자산운용의 '파워 SK그룹'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앞서 이달 1일 키움투자자산운용이 'KIWOOM 삼성SK그룹TOP4+'를 선보인 데 이어 3주 만에 관련 ETF 3개가 출시되는 것이다.
그룹주 ETF 시장의 외형도 확대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삼성그룹' 순자산은 올해 1월 2조300억원 수준에서 이달 18일 약 3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삼성과 SK를 동시에 편입하거나 SK그룹 계열사에 집중하는 상품까지 더해지면서 투자 대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계열사 지분가치까지 반영
키움과 KB가 내놓는 상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직접 편입하는 동시에 이들 기업의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도 투자하는 구조다. 핵심 반도체 기업의 주가 상승에 따라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가치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투자 요소로 활용한다.
배당 확대에 따른 효과도 고려했다. 주요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에서 배당금이 늘어나면 해당 지분을 가진 계열사로 유입되는 현금도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투자 대상으로 삼았다.
그룹 내 사업 간 연계성도 상품 구성에 반영됐다. AI 산업이 성장하려면 반도체뿐 아니라 부품과 데이터센터, 전력·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가 필요하고, 삼성과 SK그룹이 관련 사업을 여러 계열사를 통해 나눠 맡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은 특히 SK그룹의 AI 중심 사업 재편에 투자 초점을 맞췄다. 일반적인 그룹주 ETF와 달리 개별 계열사를 단순히 묶는 데 그치지 않고 그룹 차원의 사업 재편과 성장 전략을 함께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의 '파워 SK그룹'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와 함께 SK텔레콤 관련 계열사의 데이터센터, SK이노베이션 계열의 전력·에너지 사업 등을 포괄한다. 주요 계열사의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도 투자 요소로 반영했다.
◆ 키움은 핵심 4종목 집중…KB는 삼성SDI·SK텔레콤 추가
이달 먼저 출시된 키움 상품은 삼성과 SK그룹에서 핵심 사업과 연관성이 높은 기업을 선별하는 방식이다. 'Akros 삼성SK그룹TOP4+ 지수'를 추종하며 삼성과 SK에서 각각 5개씩 총 10개 종목을 담는다.
종목 선정에는 핵심 사업과의 연관성과 기업 규모 등이 반영된다. 기초지수에서는 각 그룹의 핵심 종목 2개에 각각 25%와 15%를 배분하고, 나머지 6개 종목에 20%를 나눠 투자한다.
핵심 4개 종목의 비중을 높이는 동시에 다른 계열사의 성장 가능성도 함께 반영하는 구조다. 실제 ETF의 종목별 비중은 주가 변동과 정기적인 종목 변경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편입 종목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삼성물산, 삼성생명, SK스퀘어, SK가 포함됐다. 여기에 삼성전기, 삼성E&A, SKC, ISC도 담았다.
삼성전기의 기판과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삼성E&A의 산업설비 건설, SKC가 추진하는 반도체 유리기판, ISC의 테스트 소켓 등 반도체 관련 사업까지 투자 범위를 넓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중은 각각 27.51%, 24.79%로 두 종목을 합하면 52.30%다. 삼성전기와 SK스퀘어를 더한 상위 4개 종목 비중은 78.99%다.
KB자산운용의 'RISE 삼성SK그룹'은 삼성과 SK 계열사 가운데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시가총액이 큰 기업을 중심으로 구성한다.
기초지수인 'KAP 삼성SK그룹지수'는 시가총액과 거래대금 등의 조건을 충족한 계열사 가운데 유동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선정한다.
각 그룹에서 최소 4개 종목을 편입하고 개별 종목 비중은 최대 25%로 제한한다. 상위 4개 종목을 합친 비중 역시 최대 80%를 넘지 않도록 설계했다.
KB 상품의 상장 예정 종목 가운데 7개는 키움 상품과 겹친다. 차이가 나는 3개 종목에는 삼성SDI와 삼성화재, SK텔레콤이 포함될 예정이다.
키움 상품이 삼성E&A와 SKC, ISC를 담은 것과 달리 KB 상품은 배터리, 손해보험, 통신 분야 계열사를 추가했다. 주요 대형주 구성은 비슷하지만 나머지 편입 종목의 사업 영역에는 차이가 있다.
◆ SK하이닉스 비중 높인 상품…미국 ETF에도 ADR 편입
교보악사자산운용의 '파워 SK그룹'은 SK그룹의 성장 전략에 투자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기초지수는 'iSelect SK그룹 지수'로 8월 말 기준 16개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SK하이닉스와 SK스퀘어, SK,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SKC, ISC,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등이 편입 종목에 포함됐다.
종목별 투자 비중은 유동시가총액을 기준으로 결정한다. 유동시가총액이 가장 큰 종목은 최대 25%, 나머지 종목은 각각 최대 15%까지 편입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를 담은 ETF 출시 흐름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에서도 대형 반도체 ETF를 중심으로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 편입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최대 반도체 ETF인 '반에크 반도체(SMH)'의 추종지수는 지난 18일 정기 변경을 통해 SK하이닉스 ADR을 5% 비중으로 편입했다.
해당 ETF의 순자산은 약 680억달러다. 이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약 34억달러, 원화로 약 4조7000억원 규모의 SK하이닉스 ADR이 편입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반도체'에도 SK하이닉스 ADR이 약 4.8% 비중으로 포함됐다.
◆ 상품별 총보수 차이…키움 0.45%, KB 0.15%
세 상품의 연간 총보수는 키움 0.45%, KB 0.15%, 교보악사 0.305%다. 실제 투자자가 부담하는 비용에는 총보수 외에 기타비용과 거래비용 등이 추가될 수 있다.
삼성·SK그룹의 여러 계열사를 한꺼번에 담는 ETF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반도체 중심의 투자에서 지주, 부품, 통신, 에너지 등 그룹 내 다양한 사업으로 투자 범위가 확대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