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다임 200조 몸값…SK하닉의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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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SK하이닉스의 미국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이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고용량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자 한때 SK하이닉스의 '아픈 손가락'으로 평가받던 솔리다임의 몸값이 단숨에 1500억달러까지 거론되는 모습이다.
상장을 통해 솔리다임 자체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별도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도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대목이다.
수조원대 적자를 감수하며 품었던 인텔 낸드 사업이 AI 시대를 맞아 1500억달러짜리 자산으로 재평가될지, 아니면 알짜 사업 분리 상장을 둘러싼 새로운 주주가치 논쟁으로 번질지 시장의 시선이 SK하이닉스의 다음 선택에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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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데이터센터 타고 기업용 SSD 부상…자금조달·가치 재평가 기대
‘알짜 손자회사 쪼개기 상장’ 우려도…SK하이닉스 “확정된 계획 없어”

|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SK하이닉스의 미국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이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고용량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자 한때 SK하이닉스의 '아픈 손가락'으로 평가받던 솔리다임의 몸값이 단숨에 1500억달러까지 거론되는 모습이다.
상장이 현실화할 경우 SK하이닉스가 약 90억달러를 들여 인수한 인텔 낸드 사업의 가치가 5년여 만에 크게 재평가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핵심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시키면서 기존 SK하이닉스 주주가 누릴 경제적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이른바 '중복 상장'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2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이르면 내년 미국 증시에서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로이터는 최근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솔리다임이 이번 주 투자은행(IB)들과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제안 미팅인 '베이크 오프(bake-off)'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상장을 위한 실무 준비 단계에 들어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거론되는 기업가치는 최대 1500억달러다. IPO 과정에서 약 150억달러를 조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로이터는 이 같은 규모로 상장이 이뤄진다면 미국 반도체 업계에서 역대 최대급 IPO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거래 규모와 시점 등은 초기 검토 단계로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SK하이닉스도 아직 상장을 공식화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솔리다임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아픈 손가락'에서 AI 핵심 자산으로
솔리다임의 몸값이 크게 뛰어오른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 시장 확대가 자리 잡고 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0년 인텔의 낸드플래시 및 SSD 사업을 약 9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탄생했다. 2021년 미국에 별도 법인으로 출범했고 현재 서버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기업용 SSD를 주력으로 공급하고 있다.
인수 초기만 해도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낸드 업황 악화와 공급과잉으로 실적 부담이 이어지면서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인수가 성급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생성형 AI 확산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폭증하면서 GPU·HBM뿐 아니라 데이터를 저장하고 빠르게 공급하는 스토리지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솔리다임은 고용량 QLC(Quad Level Cell) 기반 기업용 SSD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D5-P5336은 단일 SSD에 최대 122.88TB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도록 설계돼 AI·머신러닝과 데이터레이크 등 대규모 데이터 처리 환경을 겨냥한다.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고용량 QLC eSSD에 강점을 가진 솔리다임과의 시너지를 통해 AI 데이터센터와 AI PC 스토리지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HBM이 AI 연산을 위한 핵심 메모리라면 eSSD는 AI가 사용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는 또 다른 축인 셈이다.
솔리다임이 단순한 낸드 자회사를 넘어 'AI 인프라 기업'으로 재평가받는 이유다.
▲상장 성공 땐 대규모 실탄…美 생산 투자도 주목
IPO가 성사되면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신규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최대 1500억달러의 기업가치가 인정되고 이 가운데 약 10% 규모를 신주로 조달할 경우 150억달러 안팎의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
확보된 자금은 AI용 기업 SSD 사업 확대와 신규 낸드 생산능력 확보 등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솔리다임은 미국 내 낸드 생산 거점 확보도 검토하고 있다. 로이터는 이달 초 솔리다임이 미국에 낸드플래시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뉴욕주 북부 지역이 후보 가운데 하나라고 보도했다.
현재 솔리다임의 주요 낸드 생산기반은 중국 다롄이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장기화하면서 중국 생산시설에 대한 첨단 장비 반입 규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국 생산기지를 확보할 경우 공급망 리스크를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상장을 통해 솔리다임 자체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별도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도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대목이다.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 인수를 발표할 당시 거래금액은 약 90억달러였다. 로이터가 보도한 최대 1500억달러의 기업가치가 실제 시장에서 인정된다면 인수 당시와 비교해 자산 가치가 크게 높아지는 셈이다.
▲'200조 자회사' 상장…SK하닉 주주는 웃을까
문제는 기존 SK하이닉스 주주들이다. 솔리다임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이를 SK하이닉스 내부에 그대로 두는 것과 별도 기업으로 상장시키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기존 주주에게 유리한지를 놓고 논쟁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솔리다임 실적은 SK하이닉스의 연결 실적에 반영된다. 하지만 IPO 과정에서 신주가 대규모로 발행되고 외부 투자자가 유입되면 SK하이닉스의 지분율은 낮아질 수 있다. 솔리다임이 향후 창출할 이익과 기업가치를 외부 주주들과 나눠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증시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됐던 '모회사-자회사 동시 상장' 문제가 미국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대로 솔리다임 상장을 단순한 가치 유출로만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대규모 자금 조달을 통해 솔리다임의 생산능력과 기술 경쟁력이 높아지고 기업가치가 더 성장할 경우 최대주주인 SK하이닉스가 보유한 지분가치 역시 커질 수 있어서다.
결국 관건은 상장 자체보다 구조다.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 지분을 얼마나 유지할지, 신규 자금을 어디에 투자할지, 솔리다임 성장에 따른 가치가 SK하이닉스 주주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돌아갈지가 향후 기업가치 평가를 좌우할 전망이다.
솔리다임 IPO 추진은 2020년 인텔 낸드 사업 인수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수조원대 적자를 감수하며 품었던 인텔 낸드 사업이 AI 시대를 맞아 1500억달러짜리 자산으로 재평가될지, 아니면 알짜 사업 분리 상장을 둘러싼 새로운 주주가치 논쟁으로 번질지 시장의 시선이 SK하이닉스의 다음 선택에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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