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원은 업체 ‘동의권’ 인정 안 했는데…교육부는 ‘공공 원서접수’ 접었다

최근 ‘수시 먹통’ 사태로 대입 원서접수 체계를 공공 주도로 전환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상황에서 13년 전 법원은 “민간업체의 동의 없이는 공공 원서접수 시스템을 만들 수 없다”는 유웨이어플라이·진학어플라이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재판부가 공공 원서접수 시스템 도입에 제동을 건 이유는 정부·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업체들 간 실질적인 사전협의가 부족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정부·대교협은 추가 협의나 본안소송, 법 개정 등 추가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그 결과 현재처럼 공공의 관리·감독이 제한된 민간 주도 구조가 굳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경향신문이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10년 대교협과 원서접수 대행업체 간 계약서를 보면 “갑(대교협)은 향후 대입원서접수 대행업무와 관련하여 새로운 구상을 제안할 경우, 을(유웨이어플라이·진학어플라이)과 협의체와 사전협의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계약은 대입지원방법 위반·이중등록 방지, 수험생 개인정보 보호 시스템 마련을 위해 대교협이 업체들과 각각 체결한 것이다.
문제는 2013년 정부와 대교협이 대교협 중심의 공공 원서접수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면서 불거졌다. 유웨이어플라이와 진학어플라이는 2010년 계약의 ‘사전협의’ 조항을 근거로 시스템 구축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서울남부지법은 이를 일부 인용해 사전협의를 거치기 전까지 구축 절차를 중단시켰다.
하지만 강 의원을 통해 입수한 결정문을 들여다보면 재판부가 업체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업체들은 계약상 ‘사전협의’가 사실상 자신들의 ‘사전동의’나 ‘사전합의’를 뜻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사전동의’ 또는 ‘사전합의’의 의미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업체 주장대로라면 이들 동의가 없는 한 정부와 대교협이 “영원히 대입원서접수 대행서비스를 추진할 수 없다는 결과가 되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법원은 2010년 계약 초안 작성 당시, 업체들은 자신들의 동의 없이는 관련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취지의 문구를 넣자고 제안했지만, 최종 계약에는 반영되지 않은 점 역시 ‘사전협의’를 ‘사전동의’로 해석할 수 없는 근거로 제시했다.
또 가처분 신청에서 업체들은 공공 시스템 구축으로 입게 될 불이익에 대한 대안을 정부·대교협이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지만, 재판부는 계약 조항만으로는 이런 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부·대교협이 업체들과 실질적인 사전협의를 거쳐야 할 의무는 인정했다. “구상안 수립단계에서부터”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설득·대안제시 등의 조율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봤다. 당시 이런 절차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축 절차를 중단시킨 것이다.

정부와 대교협은 가처분 결정 이후 공공 원서접수 시스템을 지속하기 위한 추가 협의에 나서거나, 본안소송·법 개정 등 추가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기존 민간업체가 실질적인 원서접수를 담당하는 민관 공동 방식의 현재 공통원서접수 시스템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교협은 그 이유에 대해 “국가가 모두 구축하여 운영하는 모델에서 민과 관이 함께 구축하는 모델로 변화하여 국정과제의 방향성에 부합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부의 선택을 두고 공공 원서접수 시스템 구축 의지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하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정부가 국가 시스템 구축에 더 의지를 갖고 추진했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해 원서접수 대행업체의 부당한 고객유인행위를 심의·의결하면서 2013년 당시 정부가 무상 원서접수 대행서비스를 추진했지만 두 업체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는 등 혼란이 빚어지자 “교육부가 이를 포기하였다”고 경위를 정리한 바 있다.
강 의원은 “이번 수시 먹통 사태는 2013년 가처분 신청 이후 (정부·대교협이) 본안소송을 제기하거나 법률 개정을 추진하지 않은 것의 후과”라면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훼손된 대입의 공공성을 이번 기회에 낱낱이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9171809001
https://www.khan.co.kr/article/202609141643001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금융권 해킹범 지목 ‘광둥성 26세’ “난 허난성 편의점 직원…누군가 누명 씌웠다” 주
- [속보]‘유현준 공개 비판’ 등 SH와 갈등 끝에···JYP 고덕동 ‘755억 신사옥’ 결국 백지화
- 도쿄도 밀어낸 ‘여행하기 좋은 세계 최고 대도시’ 1위 주인공은 서울···“서로 다른 매력 누
- “다음날 숙취 없다, 다다음날 깨니까”···밈 부자 ‘전설의 술’ 캪틴큐, 11년 만에 돌아온다
- 이 대통령 “이집트와 CEPA 협상 개시” 선언…시시 대통령 “격상된 양국 관계, 질적 도약”
- [단독]유엔 권고 세계지도서 한 달 만에 지워진 ‘독도’···‘이퀄 어스’ 한국어판, 슬며시 삭
- 영화 ‘암살자(들)’ 논란에···정지영 감독 “역사가 남긴 수수께끼에 질문 ‘감독의 의무’,
- [속보]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수사의 정치화 청산···여야 막론 공정 수사하겠다”
- “누군지 706억어치 주식 안 찾아가”…주인 못찾은 주식 1조5000억 육박
- “망신당했다”며 딸 폭행·방치 살해한 40대 가수 겸 유튜버에 징역 25년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