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박해일 "사회부 기자 역 동료들과의 깊은 연대감, 큰 힘 됐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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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해일이 예리한 통찰력과 집요한 취재력을 지닌 베테랑 기자 역을 맡은 영화 '암살자(들)'로 추석 연휴 극장가를 사로잡고 있다.
허진호 감독이 연출한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지난 2022년 여름 대작 영화 '헤어질 결심'(박찬욱 감독)과 '한산: 용의 출현'(김한민 감독) 두 편을 한 달 간격으로 연달아 선보였던 박해일은 4년 만에 내놓는 '암살자(들)'의 김재환 사회부장 역을 통해 품격 있는 연기가 무엇인지 몸소 선보였다.
그런 부분들을 사회부 역할을 맡은 이민호, 류혜영, 김대명 등 후배 배우들과 옆부서의 기자로 나오는 다른 배우들까지 제대로 표현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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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배우 박해일이 예리한 통찰력과 집요한 취재력을 지닌 베테랑 기자 역을 맡은 영화 '암살자(들)'로 추석 연휴 극장가를 사로잡고 있다.
허진호 감독이 연출한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맑고 온화한 외모 이면에 나무 뿌리 같은 단단함을 품고 매작품마다 새로운 도전을 펼치며 신선한 캐릭터를 선보여온 박해일이 영화 '암살자(들)'에서 동성일보 사회부 부장 김재환 역을 맡아 관객들을 1974년의 그날로 초대한다. 지난 2022년 여름 대작 영화 '헤어질 결심'(박찬욱 감독)과 '한산: 용의 출현'(김한민 감독) 두 편을 한 달 간격으로 연달아 선보였던 박해일은 4년 만에 내놓는 '암살자(들)'의 김재환 사회부장 역을 통해 품격 있는 연기가 무엇인지 몸소 선보였다.
서슬 퍼런 유신 시절 검열의 칼날 아래에서도 펜을 꺾지 않았던 진정한 언론인의 꼿꼿한 기개를 박해일만의 낮게 가라앉은 서늘한 음성과 상대의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눈빛 연기로 완성해냈다. 중앙정보부 요원들의 구둣발에 짓밟히면서도 진실을 밝히려는 꼿꼿한 눈빛과 '자유언론실천 선언문'을 읽으며 내지르는 사자후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도 소구하는 바가 크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박해일과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마치 김재환 부장이 인터뷰이로 나선듯 데스크 위에 종이와 펜을 준비하고 착석한 박해일은 연신 다양한 메모와 그림들을 적고 그리며 인터뷰 현장에서 생생하고 적확한 단어를 골라 상세한 답변을 이어갔다. 평소 인터뷰에 임할 때 진지하고 생각이 깊은 박해일이지만 이날은 재치와 위트도 여러 차례 발휘했다.

- '헤어질 결심'과 '한산:용의 출현'으로 2022년의 남자로 활약한 이후 4년 만의 신작이다.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로 느껴지는데.
▶ 2022년에 '헤어질 결심'과 '한산'이 개봉했고 그보다 이전에 임상수 감독님의 '행복의 나라로'를 찍었다. 개봉 순서가 뒤죽박죽되긴 했지만 면면을 살피면 세 감독님 모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어마어마하게 기운이 센 분 아닌가.(웃음) 촬영을 마치고 개봉과 홍보까지 에너지를 쏟아붓고 나니 진이 다 빠지더라. 물리적으로 여력이 없었고 그래서 자연스레 공백이 생겼다. 그러던 차에 허진호 감독님과 간간이 '살아있냐'며 생존 문자를 주고받다가 '막걸리 한잔하자'고 하셔서 경복궁 근처에서 만나뵈었다. 준비 하고 계신 작품들 이야기를 들려주시더니 김재환 기자 역을 툭 제안하셨다.
- 1974년이라는 시대 배경과 기자라는 직업군에 단숨에 끌렸나.
▶ 제가 1970년대생이지만 1974년에는 제가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았을 때다. 그 시대 이야기를 하신다니 우선 호기심이 컸다. 또 기자라는 직업은 제가 데뷔한 2000년부터 영화를 한 편씩 해오면서 올해로 26년째 매 작품마다 기자분들을 인터뷰로 만났으니 최소 스물여섯 번 이상을 마주한 셈이지 않나. 상상 속의 인물이 아니라 제가 직접 보고 겪으며 체화된 기억과 경험이 제 안에 분명히 있을 거라 생각했다. 감독님이 제안하신 김재환을 잘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호기심이 커졌다. '그동안 허 감독님을 다시 만나려고 기다렸나? 감독님과 이 작품을 하려고 쉬었나 보다'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쉬운 작품은 아닐 것 같았다. 그 시대를 만드는 것도 숙제가 될 것 같았다. 허 감독님이 '같이 한번 잘 만들어가보자'고 하시더라. 대화도 정말 많이 했고 그 시대 이야기도 많이 전해주셨다. 준비하면서 감독님과 이야기 나눈 과정들이 큰 도움이 됐다.

- 1974년 당시의 사회부나 정치부 기자들을 취재하는 과정이 있었나.
▶ 섯불리 접근하면 안되겠더라. 그 시대적 공기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지점은 있었으나 시대의 차이를 못느낄만한 기자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그동안 한국 영화 중 기자라는 역할이 긴 호흡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중점적으로 다뤄진 작품들은 별로 많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흥미를 느꼈다. 저라는 배우의 기질이 그렇다. 남들이 했던 것을 다른 방식으로 해보고 싶기도 하고 남들이 안 했던 것을 가능한 방식으로 풀어보고 싶기도 하다. 영화 '최종병기 활' 당시에도 활이라는 소재가 메인 캐릭터에 가깝게 기능하는 영화이기에 호기심 때문에 선택했었다. 그동안 기자 역할이 다양하게 표현되어 오기는 했지만 작품 자체를 책임질수 있는 캐릭터로서 존재하기에는 쉽지 않았기에 그런 작품들이 안나온 것 아니었을까. 저라는 기질의 배우가 할 수 있는 기자 역할은 무엇일까. 허진호 감독님과 한 작품을 했으니 저라는 사람의 기질을 잘 아실 테고 저라는 사람을 던져 볼 수 있겠다 싶었다.
- 김재환을 표현할 때 특별한 노력들이 있었나.
▶ 동성일보라는 공간 안에서 함께 하는 동료들과 팀워크를 이루는 부분에서 시대성을 타지 않게 하려고 했다. 지금봐도 현실적 감각이 느껴지게 하고 싶었다. 그런 부분들을 사회부 역할을 맡은 이민호, 류혜영, 김대명 등 후배 배우들과 옆부서의 기자로 나오는 다른 배우들까지 제대로 표현하려고 했다.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주요 사건과 관련한 부분은 공중파 뉴스나 기사들에서 참조했다. 우리는 재창작된 세계로 뛰어들어야 하니 그에 집중했다. 외모나 의상 등의 부분은 전적으로 전문 스태프분들께 맡겼다. 작품의 전문 스태프분들은 영화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것을 믿기에 늘 맡기는 스타일이다. 분장은 '헤어질 결심'의 송종희 분장 감독님이 제 자연인의 기질까지 아시니 더욱 믿고 맡기게 됐다. 의상 감독님도 저를 어느 정도 아시는 분이니 믿고 맡겼다. 70년대 의상이 이렇게 매력적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모개 촬영감독님은 소문으로만 들었고 언제 이분과 촬영할 수 있을까 했었는데 이제야 만나게 됐다. 사람 자체가 매력적이셨다.

- 유해진 배우와 2010년 영화 '이끼'(강우석 감독)이후 처음으로 다시 호흡을 이뤘다.
▶ 유해진 선배를 이번에 다시 만났을 때의 단단한 기운이 기억에 남았다. 선배 뒤에서 후광이 비치시더라. 기운도 좋아보이시고 마치 1000만의 기운이랄까.(웃음) '이끼' 이후 거의 못뵙고 지냈다. 부산 영화제에서 밤바다를 걷다가 우연히 마주쳐서 인사드리는 정도였다. 그런데 저의 개인적 소견이지만 유해진 선배가 예전 선배들이 해오신 한국영화를 무겁게 짊어지고 가시는 그 외로운 기운과 최정점에서 선두에 계셔서 부담이 되실 수도 있지만 정말 멋져 보인다.
- 유해진이 연기한 박철구 형사와 박해일의 김재환 사회부장은 공조해야 하는 역할이면서도 서로의 기능이 다르다. 이런 부분에서 연기적 차별화를 어떻게 만들어 나갔나.
▶ 철구는 8.15 경축식 현장에서 사건을 목격하는 형사였다면 재환은 후배 영일(이민호)에게 현장 취재 지시를 내리고 TV에서 생중계로 사건을 목격한 뒤 사건을 파헤치는 입장이다. 그 장면에서 제가 중점을 둔 것은 사회부 부장의 위치라면 깊은 경험치로 부서원들에게 각자의 역할을 부여한 뒤 이 어마어마한 사건의 진실을 잘 꿰어 맞출수 있도록 수장으로서 조직을 잘 운영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영일의 보고를 받으며 적확한 지시를 내려서 그의 다음 행동 방향을 정해주고 다른 부서원들에게도 각자의 일을 지시한다. 신문사가 본진이 되고 재환은 수장이 되어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일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잘 표현하려고 했다. 이런 기운을 잘 펼치고 싶었다.
- 기사 하나 하나를 검열하는 기관원 김상필 역의 박훈과의 대립이 극에 큰 긴장감을 부여한다. 박훈과 호흡한 소감은.
▶ 박훈 배우와는 '한산:용의 출현' 때 처음 만났다. 판옥선에 제가 타고 있으면 오른팔 같은 존재이자 또 하나의 수장이었다. 박훈 배우가 연기하는 것을 보니 진짜 멋졌고 이순신 역할을 해도 될 것처럼 너무 잘 하더라. 그때 '누구지?' 했는데 연극 배우 출신 배우였고 김한민 감독님도 너무 좋아하셨다. '서울의 봄'에서도 너무 잘 했다. 그럴 줄 알았다. 이번에 딱 만났는데 같은 배우로서 많은 작품에서 활약하는 모습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이번에 한 공간에서 부딪혀야 되는 장면이 있는 역할로 만났는데 재미있는 부분은 극중 박훈 배우가 파워풀한 역할이지만 실제로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사람이다. 웃을 때 밝은 청년 같은 기운이 있다. 리허설 할 때도 '선배님, 이렇게 해볼까요? 저렇게 해볼까요?' 묻기도 했는데 너무 재미 있었다. 기관운 역할인데 반은 기자가 됐을 법한 인물이다. 우리는 현장에서 빨간펜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입체적으로 보이는 인물로 훈 배우가 잘 연기해줬다.

- 이민호가 연기한 한영일 신입기자의 첫 사건 보고 장면에서 박해일의 참여에 대해 허진호 감독이 극찬을 하던데.
▶ 이민호 배우의 첫 촬영이었다. 한영일 기자가 8.15 경축식장에서 사건 현장을 목격하고 부장에게 신입기자로서 첫 보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시 공중전화가 유일한 통신수단인데 그 몇대 중 한대를 차지해서 김재환에게 취재보고를 해야하는 장면이었다. 제가 없어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현장 촬영 분위기도 알고 싶었고 며칠 후에 제가 신문사에서 한영일의 전화를 받는 장면의 촬영이 있기에 리허설의 의미로 미리 그날 현장에 간 거였다. 그날 현장에 가보니 기운이 쭉 뻗치더라. 시나리오상 결과적으로 감정을 많이 드러내야 하는 기승전결의 구도가 있었고 감정을 대사로써 표현해내야 하는 지점들이 있었다.
- 김병한 미술감독이 구현한 1974년의 신문사 공간에 대해 여러 차례 극찬한바 있는데.
▶ 신문사라는 공간이 나에게 중요했다. 그 신문사 공간을 좋아했다. 미술팀이 시대적 사실감을 디테일하게 완성시켜주셨기에 저에게도 책임감과 부담이 있었다. 스태프분들이 열심히 만들어준 만큼 인물의 캐릭터 성질이 잘 녹아날 수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다른 부서 동료나 후배로 나온 단역 배우, 보조출연자분들도 계셨는데 엔딩의 자유언론 실천 선언을 할 때 연대를 하지 않나. 그 장면이 중요했다. 평소 밥 먹을 때도 오가며 만날 때도 한번 더 인사하게 됐다. 그 공간 안에 등장하는 모든 분들과 익숙하게 섞여 있고 존재해야 했다. 좀 더 능동적으로 섞이길 원했다. 류혜영, 김대명, 박훈 외에도 편집국장 역의 배성우 선배나 신문사 사주 역의 김기천 선배님과도 연대가 잘 표현되길 바랐다. 큰 사건을 다루는 긴장감 있는 공간이자 기자 모두 발 붙이고 살아가야 하는 공간으로 표현되길 바랐다.
- 신문사 동료들이 기관원들에게 폭행을 당하며 끌려가는 상황 속에서도 재환이 자유 언론 실천선언을 외치는 장면이 극의 하이라이트다. 촬영 과정을 자세히 들려달라.
▶ 철구가 재환에게 어떤 제보를 하면서 기사를 써달라고 하자 "기사 맡겨놨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극 초중반부에 있다. 직업적 대사가 나오는 장면이다. 그 장면에서 대사의 뉘앙스를 어떻게 살릴지 고민이 있었다. 여러 테이크의 촬영을 했고 허 감독님이 모니터링 하시며 재환의 기질에 맞는 톤을 픽업하시더라. 재환의 대사 중 매력적인 직업적 대사가 많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좋았다. 중후반부 수사본부에서 사건의 결과를 발표하는 장면에서 재환을 비롯한 기자들이 질문 공세를 퍼붓는 장면도 하이라이트 같은 장면이다. 이 장면을 거쳐 자유언론 실천 선언 장면으로 전개되면서 더 강력한 에너지가 펼쳐진다.
이 장면의 촬영 전날 미술팀이 세팅을 하고 있을 때 저 혼자 먼저 가서 대사를 한번 읊어 본 기억이 었다. 그런 만큼 긴장이 많이 됐다. 자유언론 실천 선언 장면은 감독님이 신문사 장면 중 후반부에 찍게 해주셨다. 인물이 점점 빌드업 되다가 마지막에 제대로 행동을 펼치는 장면인 만큼 제가 인물을 잘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감사했다. 재환에게 신문사 동료들과의 정도 쌓이고 저로써는 신문사 동료, 선후배 기자들과 오랜 연대가 쌓이다 보니 실제 현장에서 엄청난 연대감이 들었다. 유리문을 깨부수고 신문사를 침탈하려는 기관원들과 신문사 동료들의 몸싸움이 펼쳐지는 중 그 흐름을 받아서 느낌만큼 해보려고 했다. 혼자서 어떻게 준비한다고 되는 신도 아니었고 많이 커트를 간다고 잘 찍을 수 있는 신이 아니었다. 긴장을 많이 했지만 최대한 현장감을 느끼며 촬영했다. 선언문을 읽을 때 대사가 씹히기도 했는데 감독님이 최대한 현장감이 사는 컷으로선택을 하셨다. 그게 더 사실적인 것 같더라. 결과물에 만족한다.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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