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세평] 빠르게 변하는 시대일수록 오래 배우는 사람이 강하다

김주현 2026. 9. 2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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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바이각 대표

요즘 청소년들을 만나면 이런 질문을 한번 던져보고 싶다.

"대학에 가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런데 우리는 오랫동안 그 질문보다 먼저 "어느 대학에 갈 것인가"를 물어왔다. 고등학교 3년의 상당 부분이 수능과 대학 입시를 중심으로 짜여 있고, 좋은 성적을 받아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진로인 것처럼 이야기해왔다.

물론 대학 교육의 가치는 여전히 크다. 학문을 깊이 공부해야 하는 분야가 있고, 대학과 대학원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전문직도 있다.

그러나 모든 청년의 미래가 대학이라는 하나의 문을 통과해야만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OECD의 2025년 교육지표를 보면 한국의 25~34세 가운데 고등교육을 이수한 비율은 71%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이 연령대 고등교육 이수자의 취업률은 약 80%로 OECD 평균 87%보다 낮다. 대학 졸업장이 반드시 노동시장에서의 안정적인 정착으로 곧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더 생각해볼 대목도 있다. OECD 성인역량조사에서는 우리나라 근로자의 약 31%가 자신의 학력보다 낮은 수준의 학력을 요구하는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었고, 전공과 실제 직무가 맞지 않는 비율도 49%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대학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교육이 학생들에게 너무 오랫동안 하나의 길만 보여준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뜻에 가깝다.

내가 '드림나래'를 통해 학생들을 만나면서도 이러한 생각을 여러 번 하게 됐다.

학생들의 생각은 어른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했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도 있었고 자신의 기술을 갖고 싶어 하는 학생도 있었다. 대학 진학보다 군부사관으로 먼저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그 학생들을 보면서 한 가지 질문이 생겼다.

진로가 이렇게 다양한데, 왜 교육의 기준은 여전히 대부분 수능과 대학 진학에 맞춰져 있어야 할까.

어떤 학생은 책을 통해 빠르게 성장한다. 반면 어떤 학생은 기계를 직접 만져보고, 음식을 만들고, 옷을 만들고, 컴퓨터를 다루고, 사람을 상대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다.

그런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공부를 못하니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조금 더 일찍 발견하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제대로 배우는 기회다.

그래서 앞으로는 일반고와 대학 진학 중심의 교육뿐 아니라 다양한 특성화고와 직업교육의 역할을 다시 바라봐야 한다.

산업 현장과 연결된 기술교육, 디자인과 콘텐츠, 조리와 관광, 제조와 정비, 소프트웨어, 바이오, 물류, 항공 등 학생의 적성과 지역 산업을 연결하는 교육과정이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특히 인천은 이런 교육을 시도하기 좋은 도시다.

공항과 항만이 있고 제조업과 물류산업이 있으며 바이오와 첨단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문화와 관광, 서비스 산업도 함께 존재한다. 인천의 고등학교 교육이 이러한 지역 산업과 더욱 긴밀하게 연결된다면 학생들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자신이 살아갈 도시에서 자신의 일을 발견할 수도 있다.

특성화고 역시 '대학에 가지 못한 학생이 선택하는 학교'라는 오래된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육부도 최근 협약형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확대, 산업 수요에 맞춘 학과와 교육과정 개편 등을 추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학교의 이름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이 실제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과 경험을 쌓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 부분에서는 산학, 모두에게 충분한 혜택이 필요한 부분이다.

나는 옷을 만드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다. 무보수였지만 도제방식으로 일을 배웠고 처음부터 잘했던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의 몸을 보고, 어깨의 높이를 살피고, 원단을 이해하고, 패턴을 그리고, 재단하고, 바느질하는 일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조금씩 알게 됐다.

기술의 세계에서는 몇 달 배웠다고 전문가가 되지 않는다.

5년을 배우면 5년만큼 보이고, 10년을 배우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오랫동안 한 분야를 파고든 사람에게는 검색으로 얻을 수 없는 판단력과 경험이 쌓인다.

AI가 몇 초 만에 글을 쓰고 그림을 만들고 정보를 찾아주는 시대가 됐다.

그래서 오히려 인간에게 남는 경쟁력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정답을 빨리 찾는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한 가지 일을 깊게 이해하는 능력,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 그리고 오랜 시간 축적한 숙련은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앞으로 우리 청년들에게 필요한 교육도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모두를 같은 출발선에 세우고 같은 시험지를 풀게 하는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학에서 학문을 깊이 공부할 학생에게는 그 길을 열어주고, 기술을 배우고 싶은 학생에게는 제대로 된 기술교육을 제공하며, 취업이나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는 현장을 경험하게 해야 한다. 군입대를 앞둔 학생 역시 그 시간을 단절로 여기기보다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진로 선택지를 충분히 알려줄 필요가 있다.

아이들에게 "어느 대학에 갈 것인가"만 묻기 전에 한 가지 질문을 더 해봤으면 한다.

"너는 무엇을 오래 배우고 싶은가."

빠르게 변하는 시대일수록 결국 오래 살아남는 사람은 모든 것을 조금씩 아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한 분야를 깊이 이해하고 끊임없이 배우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대학으로 가는 길도, 산업 현장으로 가는 길도, 기술을 배우는 길도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

한 사람의 인생에 정답이 하나가 아니듯, 우리 교육에도 이제는 더 많은 길과 빠른 행동이 필요하다.

/김주현 바이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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