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스토리]김자이 작가 "휴식 통해 사람을 바라보는 작가로 성장할 것"
암 투병 계기로 ‘휴식’ 주제 10년 작업
타인의 쉼 탐구…설치·사운드 등 확장

김자이 작가에게 '휴식'은 단순히 일을 멈추는 시간이 아니다. 자신을 돌아보고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며 새로운 작업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10년 넘게 '휴식'을 주제로 작업해온 김 작가는 제27회 광주신세계미술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작업 세계를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판화와 미디어, 영상을 전공한 김 작가는 설치와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광주비엔날레와 미술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에서 작품을 선보여왔다. 갤러리 전시는 많지 않았기에 이번 수상은 더욱 특별하다. 그에게 수상은 작품 활동을 이어갈 용기가 됐다.
김 작가는 "설치작업을 주로 해왔는데 갤러리에서 작품을 보여드린 경험은 많지 않았다"며 "8명의 작가가 함께 전시하는 공간에 맞춰 작업을 구상하면서 몇 년 동안 고민했는데, 대상을 받게 돼 더욱 뜻깊다. 앞으로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작가의 작업을 이해하는 핵심 단어는 '휴식'이다. 그 시작에는 개인적인 경험이 있다. 15~16년 전 암을 진단받고 치료를 받으면서 자신의 삶에서 휴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돌아보게 됐다.
그는 "일하는 것을 미덕처럼 생각하면서 휴식을 챙길 시간이 없었다"며 "그러다 치료를 받으면서 쉬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휴식을 하나씩 시도해보자는 마음에서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자신의 휴식에서 출발했지만 작업은 점차 다른 사람들의 휴식으로 확장됐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이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집 안의 휴식 공간을 고민하고, 멀리 있는 장소의 소리를 수집하기도 했다. 실제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사운드를 통해 비슷한 감각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휴식의 기술'이라는 큰 제목 아래 '헤테로토피아' 등 다양한 개념과 소재를 탐구한다. 화장실과 퇴근길 지하철처럼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는 공간도 작업의 대상이다. 특히 화장실은 기혼자가 유일하게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재미와 씁쓸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작업은 한국을 넘어 다양한 문화권으로도 넓어졌다. 사는 장소와 문화에 따라 휴식의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 여러 사람을 인터뷰하며 리서치를 진행했다.
그는 작가의 길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만 정답이 없기에 끊임없이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 김 작가는 "제가 제대로 잘하고 있는 건지,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고민될 때가 있다"며 "정답이 없다는 게 작가로서는 가장 힘든 부분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앞으로도 김 작가는 멈추지 않는 작가로 남고 싶다고 했다. 그는 "제 휴식을 돌아보고 다른 사람들의 휴식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여러 어려움을 겪더라도 평생 꾸준히 작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10년 넘게 이어온 휴식 작업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10년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 10가지 정도의 주제를 선정해 매년 하나씩 참여자를 모집하고, 휴식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조형물을 만들어 체험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할 계획이다. 내년 10월 신세계갤러리에서 첫 결과물을 선보일 예정이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