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철 칼럼]이찬진 금감원장이 말하는 은행장 생존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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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한스경제 최형철 산업국장겸 대기자 | 금융권 CEO들에게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역대급 실적=연임'이라는 공식이 파괴됐다. 과거 은행장과 금융지주 회장이 살아남는 법은 단순했다.
5대 금융지주에서 54명에 달하는 계열사 CEO들이 시험대에 오른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연말,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 관행을 지적하며 "가만히 놔두니 부패한 이너 서클이 생겨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면서 지배권을 행사한다"라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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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회추위가 내린 결론, 5대 은행장에게 돌아가다
금감원장의 '은행 내부통제ㆍ사회적 책임' 언급도 주목

| 서울=한스경제 최형철 산업국장겸 대기자 | 금융권 CEO들에게 불문율처럼 여겨졌던 '역대급 실적=연임'이라는 공식이 파괴됐다. 과거 은행장과 금융지주 회장이 살아남는 법은 단순했다. 순이익을 늘리고, 주가를 끌어올리면 연임은 따라오는 보상으로 간주됐다. 그런데 이 생존법이 무너졌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최근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낸 양종희 현 회장 대신 이재근 KB금융지주 글로벌 사업부문장을 차기 회장 단일 후보로 선정했다. 양종희 회장 체제하의 KB금융 실적은 눈부셨다. 2025년 순이익 5조 8430억원, 올 상반기에만 3조 8846억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2년 반 만에 3배 가까이 불어난 63조 989억원을 기록했고 KB금융은 리딩뱅크로 위상을 회복했다.
그럼에도 회추위는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를 택했다. 하나·신한·우리금융이 나란히 현직 회장의 연임을 결정한 것과 정반대의 선택이다.
지난 23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주요 은행지주 회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원장은 모두발언에서 CEO 승계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정면으로 언급했다. KB금융지주 회장 파격 선임 후 10여 일만에 나온 발언이라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추석 연휴 직전인 시점 자체가 메시지였다.

그는 중국 춘추시대 진나라 왕 평공의 책사 기황양의 '대공무사(大公無私)' 고사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원수도 아들도 피하지 않고 오직 적임자를 천거했던 태도를 CEO 선임 절차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대공무사는 평공이 기황양에게 관직 적임자를 묻자 기황양이 자신의 아들 대신, 원수지간 인물을 천거했다는 데서 유래됐다. 평공이 "자네는 어찌 요직에 원수를 천거하는가?" 묻자, "주군께서는 적임자를 물으셨지 소신과의 관계를 묻지 않으셨습니다"라고 답했다.
승계절차 자체의 공정성과 조직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이 새로운 평가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 KB금융 회추위원장은 이재근 내정자를 선택한 이유로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세대교체"를 들었다. 현 회장의 화려한 성적표는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역설적으로 이는 더 무서운 메시지다. 아무리 실적을 끌어올려도 조직이 원하는 방향과 다르면 교체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5대 은행장(이환주 KB국민, 정상혁 신한, 이호성 하나, 정진완 우리, 강태영 NH농협)의 재선임 향방에 직결된다. 이들의 임기는 모두 12월 31일 만료된다. 은행장 연임은 통상 첫 임기 2년을 마친 뒤 1년씩 연장하는 '2+1년' 방식이 관행처럼 자리 잡아 왔다. 5대 금융지주에서 54명에 달하는 계열사 CEO들이 시험대에 오른다.
KB금융의 세대교체 결정과 금감원장의 발언이 맞물리면서 올 연말 인사는 예년과 같은 잣대로 흘러가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일부에서 이 변화를 '관치의 부활'로 읽는 기류가 있다. 금융회사 경영진 인선은 원칙적으로 이사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소관이며 감독당국의 개입이 지나치면 그 자체로 또 다른 지배구조 리스크가 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은행은 민영 주식회사이기도 하지만 공공재로서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건 당연하다. 주주의 이익과 시장의 논리대로만 움직이게 방치할 수 없는 이유다.
게다가 금융지주사는 소유 지분이 분산돼 있는 '주인(대주주)없는 회사'다. 이런 기업에선 CEO의 권한이 무소불위에 가깝다. 이사회에 '자기 사람'을 앉혀 '참호'를 판 다음 경쟁자를 제거하고, 장기 집권 기반을 다지는 게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대부분 금융지주에서 이사회는 곧 회장추천위원회이자 계열사 사장추천위, 사외이사 추천위인 셈이다. 의결권 없이도 CEO 뜻이 구석구석 미칠 수 있는 구조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연말,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 관행을 지적하며 "가만히 놔두니 부패한 이너 서클이 생겨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면서 지배권을 행사한다"라고 직격했다. 감독 당국의 문제의식과 KB금융의 차기 회장 선정이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결국 금융지주사와 은행장들에게 요구되는 생존법은 분명하다. 하나는 유효한 성과와 절차적 정당성이다. 다른 하나는 내부통제와 공적 책무다.
이 원장은 간담회 마지막 발언에서 강력한 내부통제도 주문했다. 은행권 금융사고는 2023년 33건(696.9억 원)에서 2026년 1~7월 47건(1708.2억 원)으로 급증했다. 사고의 규모가 대형화되는 한편, 본점의 통제가 닿기 힘든 해외 점포나 외부인의 사기수법도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이 원장은 '아무리 완벽한 제도라도 스스로 굴러갈 수는 없다'는 맹자의 어록을 빗대어, 현장에 실질적인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장과 국민의 신뢰 없이 금융업은 존재할 수 없다"며 사회적 책임을 언급했다. 금융 지주사들의 '응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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