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 예고에 컨테이너 1500개로 길 막은 파키스탄

이민준 기자 2026. 9. 27.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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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 “컨테이너리스탄” 비판

최근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가 형형색색의 선적용 컨테이너들로 둘러싸인 요새가 돼 주목받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가 이슬라마바드로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컨테이너로 벽을 세운 것이다. 파키스탄 국민들 사이에선 ‘컨테이너리스탄(Containeristan)’이라는 자조적인 별명까지 나오고 있다.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세워진 컨테이너 벽 앞으로 한 노인이 걸어가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27일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경찰은 최근 컨테이너 1500여 개를 동원해 이슬라마바드 안팎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세웠다. 이슬라마바드로 향하는 고속도로 등 주요 진입로를 비롯해, 정부 기관이 밀집한 ‘레드존’ 주변에 벽이 세워졌다. 총리 관저와 국회로 향하는 도로 옆에도 2개 층을 쌓은 컨테이너 벽이 길을 따라 늘어섰다. 경찰은 물류 회사에서 컨테이너를 임대하고, 화물을 운송 중인 트레일러를 멈춰 세워 컨테이너를 압류해 성벽을 세웠다고 한다. 컨테이너엔 뾰족한 못을 용접해 시위대가 타고 넘을 수 없도록 막는 보강 작업도 이뤄졌다. 파키스탄 정부는 2만2000여 명의 경찰과 보안 인력을 이슬라마바드에 배치하고, 시위를 전면 금지했다. 봉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파키스탄의 제1 야당인 '파키스탄정의운동(PTI)'가 전임 총리 임란 칸의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EPA 연합뉴스

정부가 ‘컨테이너 테트리스’에 나선 건 전임 총리 임란 칸의 석방을 요구하는 제1 야당 파키스탄정의운동(PTI)이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크리켓 스타 출신인 칸은 부패 척결을 내세우며 청년층의 지지를 받아 2018년 총리에 올랐다. 그러나 국가 권력의 실세로 여겨지는 군부와 마찰을 빚다가 2022년 의회 불신임 투표로 물러났고, 이듬해 5월 부패 혐의로 체포돼 수감됐다.

지난달 칸이 시력 약화 등 건강 문제를 호소한 게 알려지면서 석방 요구가 거세진 가운데, 칸의 누나 2명과 여동생이 공공질서유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면서 칸이 이끄는 PTI는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이에 정부가 급히 컨테이너를 동원해 시위 차단에 나선 것이다. PTI는 당초 이날로 예정돼 있던 시위를 내달 4일로 미뤘다.

컨테이너 벽으로 봉쇄된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시내 주요 도로의 모습./AFP 연합뉴스

파키스탄 정부는 이슬라마바드 내 보안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관행적으로 컨테이너 벽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24년 10월에도 PTI의 칸 석방 요구 시위가 격화되자 컨테이너로 주요 길목을 막아버렸고, 2020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반프랑스 시위를 벌였을 때도 컨테이너로 고속도로를 봉쇄했다. 이러한 관행을 두고 파키스탄 국민들 사이에선 “컨테이너리스탄이냐”는 비판이 나온다고 NYT는 전했다. 이슬라마바드에 사는 도시경제학자 나비드 이프티카르는 “컨테이너는 무역과 발전을 상징하지만, 파키스탄에서는 혼란과 제약을 상징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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