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행동, 감정에 호소해야 효과적...책임 강조는 역효과"
개인에게 책임 물으면 오히려 반발심 키울 수도

스위스 제네바대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환경심리학(Journal of Environmental Psychology) 9월호에 이같은 내용이 담긴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발표된 기후 커뮤니케이션 관련 실험 연구 71건, 문헌 2591건, 개별 실험 88개, 개별 결과값 481개, 총 21만 명을 대상으로 메타 연구를 진행했다.
각 실험은 참가자에게 기후 관련 메시지를 한 차례 보여준 뒤, 이후 행동 의도나 실제 행동, 정책에 대한 태도가 통제집단과 비교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분석 결과 기후 메시지의 효과는 전반적으로 크지 않았지만 일관되게 효과를 발휘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감정적 호소
메시지 종류마다 효과 차이는 뚜렷했다. 연구팀은 실험에 쓰인 메시지 내용을 하나씩 들여다보고 열두 가지 유형으로 나눈 뒤, 이를 다시 네 갈래의 이론적 배경으로 묶었다. 사람들이 정보가 부족해서 행동하지 않는다고 보고 지식을 채워주는 방식, 같은 사실도 어떤 틀로 보여주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진다고 보는 프레이밍 방식, 감정을 건드려 마음을 움직이는 방식, 그리고 주변 사람이나 권위 있는 존재의 힘을 빌리는 방식이다.
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도덕적 의무나 윤리에 호소하는 메시지였다. 종교적 신념에 기대 환경보호를 촉구하거나, 동물이 겪는 고통을 윤리적 문제로 제시한 실험들이 여기에 속한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외감을 강조한 메시지도 비슷한 수준으로 효과가 컸다. 둘 다 같은 갈래, 즉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권위를 빌린 메시지도 상위권에 들었다. 이 범주에 속한 실험 하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을 다룬 뉴스를 활용했다. 종교 지도자의 말이 기후변화에 대한 태도를 얼마나 움직이는지를 살핀 것이다. 성공한 기후활동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서사 형식의 메시지도 상위권이었다. 두 방식 모두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기보다 누군가의 목소리나 이야기를 빌려 전달했다는 점에서 겹친다.
이상기후나 생태계 피해를 부각한 메시지, 기후 행동이 경제나 건강에 주는 부수적 이익을 알린 메시지, 주변 사람들이 이미 친환경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메시지도 나름의 효과를 냈다. 다만 이들은 앞선 상위권 메시지들만큼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개인 책임 강조한 메시지는 효과 없어
열두 가지로 나눈 메시지 유형 가운데 유일하게 효과가 없었던 것은 "이건 당신 탓"이라는 식으로 개인과 사회의 책임을 강조하는 메시지였다. 연구진은 이런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부담과 반발심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렇게 하면 됩니다"처럼 구체적인 행동 방법을 안내한 메시지는 효과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최근 주목받고 있는 '탄소 역량' 관련 연구와 연결지어 설명했다. 사람들이 어떤 행동이 실제로 탄소배출을 얼마나 줄이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안내받는 것이 책임을 지우는 것보다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취지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도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글로만 전달했을 때보다 이미지를 함께 사용했을 때 효과가 더 컸다. 여러 메시지 유형을 한꺼번에 섞어 사용한 실험도 적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해서 효과가 더 커지는 것은 아니었다. 도덕적 호소든 서사든 하나만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여러 개를 섞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들이 대부분 메시지를 한 번만 보여준 결과라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 캠페인처럼 같은 메시지를 반복해서 노출한다면 효과가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 책임자 토비아스 브로쉬는 "기후 메시지 하나만으로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다른 정책 수단이나 제도적 변화와 함께 꾸준히 사용될 경우 기후대응에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