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호텔식이 끌어올린 결혼 축의금…“10만원도 민망해서”

오승준 기자 2026. 9. 2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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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정모 씨(42)는 결혼식에 참석하기 전 자신의 결혼식 축의금 명부를 확인한다.

예전에는 크게 친하지 않은 지인의 결혼식에도 참석해 식사를 하고 10만 원 정도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10만 원을 내고 참석해도 식대조차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부담이 생기면서 아예 결혼식에는 가지 않고 축의금만 송금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직장인 정모 씨(41)는 "예전에는 아내와 함께 결혼식에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둘이 가면 축의금을 적어도 10만 원을 더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며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혼자 잠깐 다녀오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채용 플랫폼 인크루트가 지난해 직장인 844명을 조사한 결과 결혼식에 참석해 식사할 경우 적정 축의금으로 61.8%가 10만 원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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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 식대는 9만원, 코스 평균 11.9만원
‘호텔 청첩장’ 받으면 당황…“식대 비싸서”
‘절친만 참석, 나머지는 송금만’ 추세도
땅 넓은 美, 항공료-숙박료 부담도 추가
日 ‘3만엔’ 기준 오래전 정착…20대 “비싸다”
뉴시스
직장인 정모 씨(42)는 결혼식에 참석하기 전 자신의 결혼식 축의금 명부를 확인한다. 남에게 낼 결혼식 축의금을 정할 때 자신이 받은 금액을 기준으로 삼기 위해서다. 정 씨는 “적어도 내가 결혼했을 때 받았던 금액보다 적게 내면 안 될 것 같다는 강박도 있고, 요즘 축의금 시세가 올라 결과적으로 조금씩 더 내는 편이다”고 말했다.

최근 물가 상승으로 결혼식 비용도 오르면서 하객들 사이에서 축의금 및 결혼식 참석 여부를 둘러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신랑·신부와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지가 축의금 액수를 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결혼식에 직접 참석하는지, 예식장이 어디인지, 호텔식인지, 식대가 얼마인지까지 머리 아프게 따져야 한다.

직장인 조모 씨(30)는 “요즘은 결혼식장이 어디인지부터 검색해 식대가 8만~10만 원이라고 하면, 참석해서 10만 원을 내느니 차라리 가지 않고 5만 원만 송금하는 게 서로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호텔 결혼식 이미지 컷. 동아일보 DB
예전에는 크게 친하지 않은 지인의 결혼식에도 참석해 식사를 하고 10만 원 정도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10만 원을 내고 참석해도 식대조차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부담이 생기면서 아예 결혼식에는 가지 않고 축의금만 송금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실제 축의금 액수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NH농협은행이 2023~2025년 고객 115만 명의 축의금 이체 533만 건을 분석한 결과 평균 축의금은 2023년 11만 원에서 지난해 11만7000원으로 6.9% 올랐다. 같은 기간 5만 원 송금 비중은 46.5%에서 42.3%로 줄어든 반면 10만 원은 36.1%에서 39.7%, 20만 원은 6.1%에서 7.5%로 늘었다.

‘축의금 인플레이션’을 밀어 올리는 주요 원인으로는 결혼식장 식대가 꼽힌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결혼식장 1인당 식대 중간값은 5만8000원이었다. 서울 강남권은 처음으로 9만 원을 기록했고 올해 조사에서는 코스식 평균 가격이 11만9000원에 달했다. 하객이 10만 원을 내면 신랑 신부 입장에서는 손해인 셈이다.

직장인 이모 씨(29)는 최근 지인의 ‘호텔 결혼식’ 청첩장을 받고 축의금 액수를 고민했다. 평소 친분을 생각하면 10만 원이면 충분하다고 봤지만, 호텔 예식이라는 점 때문에 20만 원까지 올려야 하는지 망설였다는 것이다. 이 씨는 “친분을 고려하면 10만 원을 내면 될 것 같은데, 호텔 식대가 비싸다는 얘기를 들으니 괜히 적게 내는 것처럼 보일까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축의금 봉투. 동아일보 DB
특히 배우자나 연인과 함께 결혼식에 참석할 경우 부담은 더 커진다. 두 사람이 식사를 하면 2인분 식대만 15만~20만 원에 이를 수 있어 축의금을 10만 원만 내기가 눈치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부부가 함께 초대를 받아도 한 사람만 참석하는 경우도 있다.

직장인 정모 씨(41)는 “예전에는 아내와 함께 결혼식에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둘이 가면 축의금을 적어도 10만 원을 더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며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혼자 잠깐 다녀오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직장 내 축의금 기준도 달라졌다. 채용 플랫폼 인크루트가 지난해 직장인 844명을 조사한 결과 결혼식에 참석해 식사할 경우 적정 축의금으로 61.8%가 10만 원을 꼽았다. 5만 원은 32.8%였다. 특히 2023년에는 ‘협업할 때 주로 보는 동료’에게 5만 원이 적절하다는 응답이 65.1%였지만 지난해에는 같은 관계에서도 10만 원이라는 응답이 60.1%로 가장 많았다.

축의금 단가가 오르면서 ‘얼마를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어떤 결혼식에 직접 참석할 것인가’로도 확장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식이 여러 건 몰리는 경우 가까운 사람의 결혼식만 참석하고 나머지는 축의금만 보내는 식이다. 실제 인크루트 조사에서도 직장 동료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로 16.7%가 축의금의 경제적 부담을 꼽았다.

호텔 결혼식장. 동아일보 DB
직장인 곽모 씨(30)는 “지난달에만 청첩장을 여섯 장 받았는데 모두 참석하면 축의금만 60만 원이 넘고 교통비나 옷값까지 생각하면 부담이 컸다”며 “정말 가까운 두 사람의 결혼식만 가고 나머지는 5만 원씩 계좌로 보냈다”고 했다.

결혼식 축의금을 둘러싼 고민은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 미국은 신랑·신부가 백화점이나 온라인몰 등에 필요한 물건을 미리 목록으로 올려두면 하객들이 그중 하나를 골라 선물하는 ‘웨딩 레지스트리’ 문화가 일반적이다. 미국 결혼정보업체 더 노트 조사에 따르면 2024년 하객들의 결혼 선물 지출액은 평균 150달러(약 20만4000원)였다.

다만 미국은 결혼식이 거주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도시나 주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다. 이에 하객으로서는 선물값 외에도 항공료와 숙박비 등 추가적인 부담이 생기는 편이다. 미국의 한 시사매체가 지난달 미국인 1201명을 조사한 결과 31%가 적어도 한 차례 결혼식 초대를 거절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43%는 비용 부담을 이유로 꼽았다. 또 결혼식에 참석한 응답자의 64%는 생활비를 줄이거나 부업을 하는 등 참석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경제적 희생을 했다고 답했다.

뉴스1
일본에서는 친구나 직장 동료의 결혼식 축의금으로 3만 엔(약 26만 원)을 내는 것이 사실상의 축의금 기준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물가가 오르고 결혼식 음식비와 인건비 등이 상승했지만 축의금 기준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일본의 결혼식 하객 1인당 비용이 과거보다 약 3분의 1 늘어난 반면 친구 결혼식 축의금은 여전히 3만 엔 수준이라고 전했다. 올해 일본 웨딩업체 토키하나의 조사에서는 20대의 56.3%가 “축의금 3만 엔이 비싸다”고 답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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