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김정은 눈치 보나”...추석 민심 달군 3대 북한 이슈

이하원 외교안보 에디터 2026. 9. 27.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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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원의 외교·안보 막전막후 <130회>]
北포로 보낸 우크라에 감사 대신 “공개 아쉽다”
DMZ 폭발 장병 중상에도 5일만에 조사 준비
유엔 총회 계기로 대북 제재 무용론 주장도
포로·지뢰·북핵에 “北 지나치게 의식한다”
추석 연휴 기간에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북한군 2명이 한국에 이미 들어왔다는 사실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감사 대신 "공개돼서 아쉽다"고 함으로써 양국간 논란이 일었다. 조선일보 정철환 특파원이 단독 인터뷰때 촬영한 러시아 파병 북한군 포로 리모(왼쪽)씨와 백모씨. photo /조선일보

모처럼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추석 연휴의 단골 화제는 주로 아이들 교육을 비롯한 살아가는 이야기와 국내 정치입니다. 특정 정치인을 두고 누가 잘했느니 못했느니 하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올해 추석에는 여기에 북한 문제가 끼어들었습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세 가지였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행,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 총회를 계기로 제시한 북핵 해법입니다. 서로 직접 연결된 사건은 아닌데 공교롭게도 추석을 전후해 잇달아 불거지면서 관심을 모았습니다.

① 한국에 온 북한군 포로… 이 대통령은 공개에 유감 표명

추석 연휴 중이던 23일(현지 시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 도중 뜻밖의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러시아를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됐다가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을 최근 대한민국으로 보냈다는 겁니다. 두 사람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뒤 조선일보 단독 인터뷰와 친필 편지 등을 통해 한국행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멕시코를 방문 중이던 이 대통령은 SNS를 통해 포로를 한국에 보내 준 우크라이나에 감사의 뜻이 아니라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을 공개하지 않기로 우크라이나와 합의했다며 “우크라이나에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나 많이 아쉽다”고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북한 포로 국내 송환 문제는 외교, 안보, 한반도 정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매우 예민한 의제”라며 비공개가 타당했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7월 8일 튀르키예 앙카라의 한 호텔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착석하고 있다./뉴스1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부는 현지 언론에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습니다.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이라는 인도주의적 협력이 공개 여부를 둘러싸고 양국 간 갈등의 소재가 된 것입니다.

우리 정부가 비공개를 원한 이유는 이해할 측면이 있습니다. 북한에 남아 있을 포로 가족들의 신변 문제, 남북 및 한러 관계에 미칠 파장도 고려할 필요가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비공개로 유지할 수 있었겠느냐는 질문도 남습니다.

두 사람은 우크라이나에서 이미 외부에 존재가 알려진 포로들이었고 스스로 한국행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더욱 젤렌스키 대통령이 포로들의 한국행을 공개해버린 이상, 양국 간 이견은 외교 채널에서 풀면서 우크라이나가 포로들을 한국에 보내준 데 대해서는 감사의 뜻을 먼저 표시하는 것이 외교적으로 더 적절하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는 이 대통령과 젤렌스키의 불편한 관계를 다시 한번 드러내는 계기도 됐습니다. 이 대통령은 2022년 2월 대선 후보 시절 젤렌스키 대통령이 ‘6개월 초보 정치인’이라며 “무리하게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공언해 러시아를 자극했다”고 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원인을 코미디언 출신의 젤렌스키에게 찾아 논란이 되자 이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계속되는 한 또 다른 북한군 포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앞으로도 북한군 포로가 한국행을 희망할 경우 우크라이나 정부와 협조해야 합니다. 이번처럼 공개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더 크게 부각되는 것이 과연 향후 협력에 도움이 될지도 생각해볼 대목입니다.

국정원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26일 “왜 적극 행정을 하지 않고 뒤로 숨느냐. 우리나라 외교가 우크라이나의 뒷북이나 친다면 국민의 자존심은 어떻게 되느냐”고 이례적으로 정부를 비판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2019년 6월 26일 강원도 고성군 DMZ 평화의 길 코스 일원에 2003년 전신주 작업 중 지뢰 폭발로 파괴된 굴삭기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다. / 뉴스1

② 우리 군인 발목까지 잃었는데 현장 조사는 시작도 안 해

두 번째는 휴전선에서 벌어졌습니다. 지난 21일 경기 파주 서부전선 DMZ에서 육군 25사단 장병들이 작전을 수행하던 중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물이 터졌습니다. 군 간부 3명이 다쳤고 이 가운데 2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당시 장병들은 유엔군사령부의 현장조사를 지원하기 위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새로운 수색로를 개척하고 있었습니다. 작전에는 18명이 투입됐고 지뢰탐지기도 운용했습니다. 그런데 두 차례 폭발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에 국민이 주목하는 것은 사고의 배경에 북한군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3년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MDL 일대에서 지뢰 매설, 방벽 설치, 전술도로 개설 등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북한군이 MDL을 넘어오는 일도 잇따랐습니다. 지난 8월에는 동부전선에서 북한군이 MDL을 침범해 우리 군이 경고방송 후 경고사격을 하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북한군이 조성한 지뢰지대 등이 서부전선 일부 지역에서 MDL을 10~15m가량 넘어왔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사가 북한군의 MDL 인근 활동을 확인하기 위한 현장 조사에 나섰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수색로를 만들던 우리 장병들이 사고를 당한 것입니다.

군은 사고 지점이 북한군의 지뢰 매설 추정 지역과 떨어져 있고, 과거 매설된 지뢰가 유실돼 이동했을 가능성 등을 포함해 여러 가능성을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북한과 관련된 군사 사건일수록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합니다. 섣불리 ‘북한 도발’이라고 발표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 군의 신뢰뿐 아니라 남북 관계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건은 신속성도 중요합니다.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사고가 발생한 지 닷새 만인 26일에야 군과 유엔군사령부가 현장 조사를 위한 기동로 확보와 작전 환경 조사에 나선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본격적인 현장 조사가 아니라 사전 준비 작업을 하는 데만 5일이 걸린 겁니다. 더구나 그 사이 파주를 비롯한 중부 지역에는 비까지 내렸습니다. 지뢰 파편이나 토사 등 사고 원인을 규명할 증거가 훼손되거나 유실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이에 대해 야권이 반발한 것은 당연합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국방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사고 조사가 늦어지는 것을 비판했고, 국민의힘 의원들도 정부가 북한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내놨습니다. 나경원 의원은 “(이재명 정부는) 여전히 북한 심기만 살피느라 전전긍긍한다”며 “온갖 의혹이 증폭된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은혜 의원도 “국민은 추석 연휴가 편치 않다. 이해 못 할 군의 굼뜬 조치는 뭔가 국민이 모르는 더 큰 일을 감추고 있다는 의혹만 부풀린다”고 했습니다.

박지원 의원도 26일 이 문제를 함께 거론했습니다. 그는 “지뢰 사고로 우리 군인이 사고당했다면 사실대로 밝혀야 우리 국민이 이해한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 핵 개발 중단→축소→핵 없는 한반도’라는 3단계 접근법을 제시했다. ‘북한 비핵화’ 대신 ‘핵 없는 한반도’라는 표현을 새롭게 내놓았다./뉴시스

③ “실효성 없는 제재와 북핵 및 ICBM 중단 맞바꾸자”

세 번째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 정책입니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 무용론을 공론화했습니다. 그는 “별다른 실효성이 없는 제재와 추가 핵무기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개발 중단을 맞바꾸는 것은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 비핵화를 목표로 삼는다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그동안 일부 제재 완화를 주장한 적은 있지만 이처럼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주장한 것은 처음입니다. 이는 유엔의 안보리 제재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북한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치인데 이를 공개적으로 주장한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북한은 핵 보유를 용인받는 반면, 한국에 대한 핵 공격 위험은 남아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제재가 효과 없다면 북한이 왜 제재 해제에 목을 매겠느냐(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이 대통령은 또 22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핵 개발 중단→축소→핵 없는 한반도’라는 3단계 접근법을 제시했습니다. ‘북한 비핵화’ 대신 ‘핵 없는 한반도’라는 표현도 새롭게 내놓았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미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전제한 군축 협상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이번 제안은 그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기존 접근에서 현실적 대응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지만, 결국 북한이 가장 바라는 정책을 제안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이 대통령은 올해 들어서 이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데, 과거 북한의 핵 활동을 동결하고 그 대가를 제공하는 방식이 여러 차례 시도됐다가 결국 북한에 이용만 당한 역사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동결’과 ‘축소’를 새로운 협상의 출발점으로 삼을 경우 북한이 현재 보유한 핵무기를 사실상 인정받는 출발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비판을 새겨들어야 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북한 관련 세 사안의 공통점

추석 민심을 들끓게 한 북한 관련 3대 이슈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북한에 유리하거나 배려하는 것처럼 보이며 우리 국민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생포한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에 보내줬는데, 이 대통령이 감사보다는 이 사실이 공개된 데 유감을 표명, 또 다른 북한군 포로가 나올 경우 한국행을 어렵게 만든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DMZ 폭발 사고에서는 현장에 지뢰가 더 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조사단의 안전 확보가 먼저라고 했지만, 눈에 띄게 미적거리는 사이에 현장이 훼손됐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서는 유엔 안보리가 결정한 대북 제재를 실효성이 없다고 밝힘으로써 논란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일반 국민 사이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김정은 눈치 보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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