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민속놀이를 지배하는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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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의 RTS 게임 '스타크래프트'는 대한민국 게임 역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e스포츠라는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냈고,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랑받으며 게임을 넘어 하나의 '민속놀이'로 불릴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 때문에 스타크래프트 AI의 발전은 단순히 '게임을 잘하는 프로그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민속놀이'로 불리며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스타크래프트에서 AI가 어디까지 인간의 영역을 위협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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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철, 박상현, 서문지훈, 도재욱 등 여러 선수들 도전장 던져"
블리자드의 RTS 게임 '스타크래프트'는 대한민국 게임 역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e스포츠라는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냈고,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랑받으며 게임을 넘어 하나의 '민속놀이'로 불릴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1990년대 게이머들의 추억에만 머무는 것도 아니다. 현재도 치지직과 SOOP 등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스트리머들의 주요 콘텐츠로 활용되며 꾸준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스트리머들의 방송을 통해 스타크래프트를 처음 접한 새로운 세대의 게이머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공식 대회 역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해외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이용자가 많지 않아 국가 간 실력을 직접 비교하기 어렵지만, 전 세계적으로 스타크래프트가 인기를 끌었던 전성기에도 한국은 최강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그런 스타크래프트에 전직 프로게이머들을 위협하는 새로운 존재가 등장했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닉네임 '조조맹덕이' 유저는 스타크래프트 플레이 AI '플루토'를 앞세워 여러 스트리머에게 대결을 신청했다. 플루토는 딥러닝 AI다. 스타크래프트 AI 대회에서 우승 후 개발자가 오픈 소스로 공개했다.
플루토의 실력은 예상보다 강했다. 김성현, 흑운장(이성은), 홍구(임홍규) 등 전직 프로게이머 출신 스트리머들과의 대결에서 잇따라 승리를 거두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단순히 정해진 빌드를 반복하는 수준을 넘어 상대의 움직임에 대응하고, 전투와 운영을 동시에 수행하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스타크래프트 AI의 발전 수준에도 관심이 쏠렸다.
스타크래프트는 AI가 공략하기 상당히 까다로운 게임으로 꼽힌다. 정해진 규칙 안에서 수를 두는 체스나 바둑과 달리, 스타크래프트는 상대방의 정보를 완전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경제 운영과 생산, 정찰, 병력 운용, 교전까지 동시에 판단해야 한다. 같은 전략을 선택하더라도 상대의 대응에 따라 실시간으로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스타크래프트 AI의 발전은 단순히 '게임을 잘하는 프로그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제한된 정보 속에서 상대의 행동을 예측하고, 여러 선택지 가운데 적절한 행동을 실시간으로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리마스터 이후에는 게임 내 진행 시간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선수들의 빌드 최적화도 더욱 정교해졌다. 주요 빌드와 운영 방식 역시 오랜 기간 축적되면서 정형화됐다. 인간 선수들이 오랜 시간 다듬어온 전략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AI에게도 결코 유리한 환경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대결에서 AI의 강점은 분명했다. AI의 빌드와 심시티가 완벽하게 정제된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스트리머들이 AI를 상대로 어려움을 겪은 핵심 이유는 완벽에 가까운 자원 활용과 유닛 컨트롤, 그리고 멀티태스킹 능력의 차이에 있었다.
인간은 유닛을 컨트롤하면서 동시에 생산과 건물 관리까지 완벽하게 수행하기 어렵다. 아무리 왼손을 활용해 생산을 빠르게 진행하더라도 한 번에 조작할 수 있는 정보와 행동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AI는 2000을 넘는 높은 APM을 바탕으로 생산과 컨트롤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유닛 간 교환비에서도 차이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인간 프로토스와 인간 저글링의 교전에서 질럿 1기가 저글링을 평균적으로 3기 정도 잡아내는 상황이라면, AI는 정교한 컨트롤을 통해 4~5기까지 잡아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유닛을 지키는 능력이 인간의 컨트롤과는 차원이 다르다.
임홍규의 경기에서도 이러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저글링 2기가 본진에 난입해 프로브를 노리는 상황에서 AI는 프로브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저글링을 회피하고 생존시켰다. 반면 인간은 저글링을 직접 컨트롤하는 데 신경을 쓰는 동안 다른 생산이나 운영에 미세한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작은 차이가 누적되면서 자원과 생산력의 격차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본진의 자원과 운영에서부터 스트리머들이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시청자들은 자원핵, 맵핵 기능을 의심했지만 리플레이를 확인한 결과 핵 관련 플레이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과거에는 프로게이머가 AI의 실력을 측정하는 기준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오히려 AI가 프로게이머 출신 선수들의 실력을 시험하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몇 차례의 대결만으로 AI가 인간 프로게이머의 실력을 완전히 넘어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대결이 보여준 변화는 분명하다. 스타크래프트에서 AI가 상대할 수 있는 범위가 더 이상 일반 이용자 수준에 머물지 않고, 전직 프로게이머 출신 스트리머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조조맹덕이 유저의 설명에 따르면 플루토에는 실시간 학습 기능이 탑재되지 않았다. 실제로 플레이 곳곳에 허점이 보였고 드랍을 비롯한 변수 플레이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현재 수준에서 이미 전직 프로게이머 출신 스트리머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고 있는 만큼 향후 학습 능력까지 강화된다면 인간이 상대하기 더욱 까다로운 존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수십 년 동안 인간의 전략과 피지컬이 맞붙어온 스타크래프트 무대에 새로운 강자가 등장했다.
현재 분위기라면 프로게이머 출신 스트리머와 AI의 대결 역시 하나의 새로운 콘텐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민속놀이'로 불리며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스타크래프트에서 AI가 어디까지 인간의 영역을 위협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moon@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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