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 정보 맞힌 영매들···과학은 사후세계 증명했을까

2026. 9. 26.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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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전달을 차단 실험에서 유의미한 결과
실험 설계와 분석 방법 둘러싸고는 논쟁
스코틀랜드의 유명 영매 헬렌 덩컨(Helen Duncan)이 강신술 도중 입에서 이른바 엑토플라즘을 꺼내는 장면. 1928년 사진작가 하비 메트칼프가 촬영했다. 당시 덩컨은 엑토플라즘이라는 물질을 통해 영혼이 물질화된다고 주장했으나, 해당 사진은 영매의 속임수를 보여주는 역사적 자료로 소개되고 있다. 위키미디어 재단

영매가 죽은 사람에 관한 정보를 실제로 알아낼 수 있을까. 미국 애리조나대 줄리 바이셸과 게리 슈워츠 연구팀은 2007년 국제학술지 <익스플로어 EXPLORE>에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영매가 유족과 접촉하지 않고도 고인에 관한 정보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에서 알아맞혔다는 내용이었다. 연구팀은 2015년 후속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이 채택한 방식은 ‘3중 맹검(triple-blind)’이었다. 영매는 유족과 직접 접촉하지 않았고, 실험을 진행하는 연구자도 고인의 신원을 알지 못했다. 영매에게는 고인의 이름만 제공됐다. 영매는 이름을 바탕으로 고인의 외모와 성격, 사망 원인, 취미 등에 관한 정보를 제시했다. 유족에게는 자신을 대상으로 작성된 진술과 다른 고인에 관한 진술을 함께 제시했다. 어느 것이 자신과 관련된 진술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평가하도록 한 것이다.

영매 8명과 유족 역할을 맡은 대학생 8명이 참여한 실험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유족들은 총 16건의 평가 가운데 13건에서 자신을 대상으로 작성된 진술을 선택했다. 정답률은 약 81%였다. 연구팀이 제시한 통계적 유의확률(p값)은 0.01이었다. 두 진술에 부여한 평가 점수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기존 감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정보 습득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2015년 후속 연구를 발표했다. 이번에는 영매 20명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영매가 제공한 개별 정보의 정확성과 전체적인 진술에 대한 평가 등을 분석했다. 두 평가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상대방의 표정이나 반응을 관찰하면서 정보를 추측하는 ‘콜드리딩’, 연구자의 무의식적인 단서 제공, 평가자의 편향 등을 차단한 상태에서도 영매가 고인에 관한 정보를 알아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들이 알려지지 않은 정보 전달 경로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될 수 있을까.

2015년 크리스티앙 바티스타, 니콜라 고브리, 에티엔 르벨은 학술서 <사후세게의 신화(The Myth of an Afterlife)>에 수록된 논문에서 2007년 실험에 심각한 방법론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연구진이 일반적인 정보 전달을 차단하기 위해 3중 맹검 방식을 도입한 점은 인정했다. 문제는 실험 참가자를 짝짓는 방식과 통계 분석에 있었다.

연구팀은 영매의 진술을 평가하기 쉽도록 나이와 외모, 성격, 사망 원인 등이 크게 다른 고인들을 짝지었다. 비판자들은 이러한 방식 자체가 실험 결과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령 영매에게 제공된 고인의 이름이 특정 세대에서 주로 사용하는 이름이라면 이름만으로도 대략적인 연령을 추측할 수 있다. 두 고인의 나이와 생활환경이 크게 다르다면 이러한 추측만으로도 서로 다른 진술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유족이 자신의 고인에 관한 진술을 구별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통계 분석도 도마 위에 올랐다. 동일한 영매가 생산한 자료와 동일한 유족이 평가한 자료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존재할 수 있다. 비판자들은 연구진이 이러한 자료의 상호 의존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연구 과정에서 수집한 개별 진술의 정확도 자료를 논문에 제시하지 않은 점과 분석 방법 선택에 따른 편향 가능성도 지적했다.

2007년 실험의 문제점을 분석한 비판이다. 2015년 후속 연구에서는 개별 진술의 정확도를 별도로 분석하고 이름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영향을 줄이려는 시도도 이뤄졌다. 최초 연구에 제기된 비판을 후속 연구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후속 실험 역시 바이셸과 그가 소속된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완전히 독립적인 재현 연구라고 보긴 어렵다.

재현 가능성 문제와 관련, 영매의 능력을 확인하지 못한 실험도 존재한다. 영국의 심리학자 키어런 오키프와 리처드 와이즈먼은 2005년 <영국심리학저널 (British Journal of Psychology)>에 전문 영매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통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기존 영매 연구에서 문제가 됐던 정보 누출과 주관적 평가 등을 통제했으나 실제 영매 능력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결과는 얻지 못했다. 바이셸의 최초 논문보다 먼저 발표된 별개 연구다.

반대 방향의 연구 결과도 있다. 2020년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되고 2021년 <익스플로어>에 정식 게재된 메타분석이다. 매슈 사라프 등은 2001년부터 2019년까지 발표된 논문 14편에 포함된 실험 18건을 종합했다. 분석 결과 우연 수준보다 높은 통계적 효과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일부 영매가 알려지지 않은 방법으로 고인의 정보를 얻을 가능성을 지지하는 결과라고 해석했다.

메타분석은 여러 실험의 결과를 종합하지만 개별 연구에 공통된 설계상의 문제가 있다면 이를 자동으로 해결하지는 못한다. 연구진은 출판 편향에 관한 검정도 실시했으나 이 검정이 실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편향을 배제해 주는 것은 아니다.

두 연구를 평가할 때 구별해야 할 부분은 통계적 유의성과 초자연적 현상의 증명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알려진 모든 정보 습득 경로가 차단됐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대조군 구성과 평가 방법, 통계 분석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바이셸과 슈워츠 역시 2007년 논문에서 자신들의 실험만으로 사후 의식의 존속과 초감각적 정보 습득을 구별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영매가 실제로 알려지지 않은 방식으로 정보를 습득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것이 죽은 사람과의 교신을 의미하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두 논문은 영매의 정보 습득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보고했다. 이 결과를 인간에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정보 습득 경로가 존재한다는 과학적 발견으로 소개하려면 방법론적 논쟁을 해결하고 독립적인 연구진을 통한 재현 결과를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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